대학 복학을 앞두고 겪은 수강신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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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목적을 이루는 수강신청 시스템


 정말 오랜만에 다시 대학에 가기로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일만 아니라 위치가 달라진 대학에 가기 위해서 알아보아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복학하는 내가 무슨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하고, 학교로 가는 교통수단은 무엇이 있는지 등.


 다행히 작년에 먼저 졸업한 친구가 있어 학교로 가는 교통수단은 쉽게 해결이 되었다. 인터넷을 검색을 해보았을 때는 왕복이 거의 4시간이 걸렸는데, 친구가 추천해준 루트로는 약 2시간에서 3시간 정도가 걸릴 것 같았다. 그 시간도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그래도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학교에 가는 교통수단을 알아보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그런데 학과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안내가 달라지고, 수강신청 기간이 다가오면서 점점 뭔가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서 돌아가지 않아 머리가 너무 아팠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시간이 왕복 3시간이니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은 조금 그렇고, 강의 시간 분배를 적절히 하는 동시에 블로그 글을 쓰는 데에 투자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한참 꼭 들어야 하는 과목을 알아보고, 강의 계획서를 살펴보면서 '부담이 되지 않고,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과목'을 살폈다.


액셀에 작성했던 가(假) 시간표, ⓒ노지


 이렇게 완성된 가(假) 시간표를 가지고, 내가 다니는 대학교의 수강 신청 기간을 대비했다. 작년에 졸업한 친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빠른 컴퓨터가 있는 PC방이 제일 안전하다.'는 말을 했는데, 솔직히 나도 하루 전날까지 PC방에 가려고 했었는데 막상 당일에 그 일이 귀찮았다.


 수강신청 당일에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잠시 읽거나 해야 할 일을 하고, 블로그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로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는 일을 하면서 보냈다. 네이버에서 표준시계를 띄워서 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8시를 기다렸고, 8시가 딱 되는 순간에 친구의 말대로 '1, 2, 3'을 세고 로그인을 눌렀다.


 빠르게 접속될 것 같았던 수강신청 화면은 '실행 중'이라는 마우스 표시가 뜨면서 멈춘 상태로 변해버렸다. 순간 '아, 역시 PC방을 가야 했었나!' 하고 후회할 뻔했는데, 다행히 빠르게 로그인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설마 여기서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있을 줄이야!


 시스템에 로그인은 되었지만, 수강신청을 해야 할 과목이 전혀 뜨지 않았다. 입에서 십 원짜리 욕이 저절로 나오면서 "도대체 왜 이런 거야?"이라는 짜증을 내면서 한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천천히 수강과목이 뜨기 시작했고, 가 시간표를 참고하여 열심히 '신청'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수강 신청 완료, ⓒ노지


 흡사 전쟁이라 불리는 수강신청 과정에서 원하는 과목을 모두 선택했다. 솔직히 복학하는 터라 어느 교수님이 좋은 점수를 쉽게 주고, 쉽게 한 학기를 끌어나가는지 전혀 몰랐다. (친구는 전공이 다르다.) 그래도 강의계획서를 살펴보면서 최대한 '듣고 싶은 과목'과 시간을 고려해서 선택했다.


 선택한 실용일본어 문법 중에서 어떤 교수님의 수업은 순식간에 인원이 다 찼지만, 어떤 교수님의 수업은 한참 동안 비어있었다. 혹시 내가 고른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님은 점수를 심각히 짜게 주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내가 잘하면 될 일이라며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문학 강의는 강의계획서를 보니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교양 과목이라 무조건 신청하고 싶었다.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블로그의 글 소재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고, 블로그에 글을 정리하여 올리면서도 자연스럽게 해당 과목의 공부가 될 것 같았다.


 막상 시간이 지나고 편안히 과목을 살펴볼 수 있을 때도 과목마다 인원수에 상당히 여유가 있는 듯 보였다. 괜히 아침 8시에 꼭 맞춰서 전쟁이라도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수강신청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원하는 대로 다 짜서 시간을 살릴 수 있었으니 다행인 걸까?


 비는 시간을 듣고 싶은 과목으로 채우고, 최대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장점을 더 배울 수 있는 형태로 계획을 세웠다. 비록 수업은 암기를 통해서 달달 외워서 쳐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게 대학에서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과연 2016년 1학기는 나에게 어떤 시간이 될지 궁금하다.


 기대보다 솔직히 불안감과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는 불평이 조금 더 크다. 그래도 해야 하는 공부와 최대한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를 수강과목으로 선택했기에 다소 즐길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벌써 '대학 교재 비용'이 걱정이 되지만, 등록금 문제가 깜깜해 참 쓴웃음이 천천히 지어진다.


 부디 후회가 적을 1년이 될 수 있기를. 총선에서도, 대학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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