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세워지는 모습이 쓸쓸한 까닭

발전하는 도시의 모습은 반갑지만, 한편으로 쓸쓸한 까닭


 내가 사는 도시 김해는 인구가 60만 명을 향해 가면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지리 교과서에서 '김해평야'이라는 말이 종종 사용되면서 사람들이 '김해? 아, 거기 김해평야?'이라는 말로 아는 지역이었다. 아마 지금도 '김해평야'와 함께 논과 밭이 즐비한 도시로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확실히, 내가 사는 도시 김해는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런 모습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에서 손쉽게 논과 밭을 비롯해 촌락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눈과 밭보다 쓸데없이 높은 아파트와 빌딩이 더 많을 정도로 달라졌다. 좋은 말로 하면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이후 김해는 여러 이유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부산과 창원을 비롯한 다양한 도시로 갈 길이 있어 점점 투자가 늘어났다. 현재 경전철 역과 10~15분 정도 거리 내에 있는 아파트는 2억을 넘어설 정도로 거품이 심하게 끼기도 했지만, 그만큼 도시가 커졌다.


 지금도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김해의 전경은 한창 공사를 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함께 호텔이 세워지더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리고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논과 밭이 있던 자리에 한창 무거운 콘크리트를 쌓아올리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으로 바뀌었다.


2010년 풍경, ⓒ노지


2010년 풍경, ⓒ노지


2016년 풍경, ⓒ노지


답답한 도시가 되었다, ⓒ노지


 그러나 이렇게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는 모습을 보면 '발전한 김해가 대단하다!'는 생각보다 쓸쓸함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어차피 건물을 소유한 사람에게 혜택을 줄 뿐이니까. 나 같은 평범한 시민은 그저 확 트여 있던 김해의 맑은 하늘과 넓은 풍경이 잿빛의 건물로 막혀버린 것에 불과하다.


 위 사진을 보면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에서는 어떤 건물도 없이, 김해 평야의 확 트인 모습을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후죽순 늘어선 건물들이 파란 하늘과 지평선이 만나는 것을 가리면서 보기 싫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아마 지금 건설되고 있고, 한창 추진 중인 건설 계획도 추진력을 얻게 된다면, 이제 더는 여기서 하늘과 속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보며 생각에 빠지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파란 하늘의 새하얀 구름과 멀리 보이는 짙은 녹색의 산이 아니라 잿빛 건물을 보면서 생각마저 황량해지는 게 아닐까 무섭다.


 내가 사는 도시가 여러모로 발전하는 일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제는 단순히 발전만 말하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을 말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서, 삶의 질을 생각하지 않는 도시계획은 이윽고 자본가의 자본에 휘둘리는 '사람'이 없는 '돈'만 있는 도시가 될 뿐이니까.



 우리가 사는 시대는 사람이 돈을 벌어들이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시대다. 자본이 축적된 사람은 자본을 더 불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코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많은 세대가 있는 아파트 단지가 세워진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가 편안한 마음으로 저곳에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김해가 발전한다는 말이 여기저기 들리면서 투기꾼들도 너무 몰렸다. 더는 내가 사랑했던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김해의 풍경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돈에 의해 그려진 잿빛 건물만 가득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아파트가 세워지는 모습이 쓸쓸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나의 이런 의견은 자본주의를 절대적 최선으로 믿는 사람에게 이단에 불과하다. 삶의 질을 위해서 자연을 비롯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막대한 돈을 벌어서 풍족하게 살 생각을 해라.'는 차가운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단아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다.


 자본의 우리 삶 깊숙이 침식하는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이 사는 땅 위에 사람은 없고, 돈으로 지어진 칙칙한 건물만 있다. 보이는 돈보다 보이지 않는 돈은 더 늘어나고, 돈의 탐욕은 더욱 커지면서 우리의 삶은 더욱 황폐해지기만 했다. 오늘, 당신은 이 삭막한 건물의 풍경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웬만한 정도의 집과 옷이 있으면

우리는 적절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집과 옷이 지나치거나 때로 연료를 과도하게 때면,

우리 몸의 열보다 밖의 열이 강해진다.

우리 몸을 요리재료로 쓸 생각인가?

앞에서 말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난 뒤에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까?

계속 열을 공급받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풍요롭고 기름진 음식, 더 크고 화려한 집,

입고 남을 정도의 더 좋은 옷,

끝없이 타오를 뜨거운 불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연구할 것인가?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 <월든>, 경제


-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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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2016.01.12 11:05 신고

    삭막하고 씁쓸하게 봅니다. ^^;;

  • 2016.01.12 15:26 신고

    노지님이 바라보는 하늘, 저도 그런 하늘이 보고 싶네요.
    제가 바라보는 하늘은, 고층 빌딩 사이로 보이는 작은 하늘이거든요.
    그런데 노지님이 바라보는 하늘도 점점 제가 바라보는 하늘처럼 되어 가는 거 같네요.

  • 2016.01.13 10:52 신고

    캬아 나두 즐기고싶은데 맘처럼 안되네여 ㅋㅋ

  • widow7
    2016.01.13 15:28

    대부분의 소위 '발전'이라는 건 나와는 아무 상관도 이득도 없는 일이지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바닷가를 2년 만에 찾아갔더니, 일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그 지점을 횟센터가 차지해서,
    그 횟집에서 회를 먹지 않는 이상 그 일몰을 보기 어렵게 만들어놨습니다.
    조물주가 공짜로 준 대자연을 유료로 만들어버리는 인간들, 대단합니다.......

  • 2016.01.13 20:05 신고

    ㅋㅋ 봉황역 앞이군요. 넓고 넓은 김해평야는 어느새 역사의 뒤안길로. 장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석구석이 다 공장지대로 변해 안타깝지요

  • 2016.01.14 21:45 신고

    세월과 발전이란 이름에 내어줘야하는 추억들, 아쉽죠ㅎㅎ 전 서울의 종로를 지날 때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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