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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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책의 여백에 내 이야기를 적고 싶을 때가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종종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포스트잇 한 장을 붙여서 '감동적!' 혹은 '나는 어떻지?' 같은 짧은 글귀를 적어서 표시한다. 특히 나처럼 책을 읽은 후 글을 쓰는 사람은 책에 많은 포스트잇이 붙어있지 않을까.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종종 짧은 글귀로 마무리하는 게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의 바다에 빠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어린 왕자>의 "가끔 폭풍, 안개, 눈이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마다 너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을 생각해봐. 그리고 이렇게 말해봐. '그들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글을 읽었다고 해보자.


 나는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와, 멋진 글이다.'이라고 생각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전업 블로그를 목표로 하는 것, 눈에 보이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맞서는 것, 대학 복학과 꼭 일본으로 떠나는 일 등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되새겨야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지 글 한 줄을 읽고, 단지 어떤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어느 사이에 우리는 스스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보면서 고민하거나 용기를 얻거나 되새김질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이게 바로 책이 가진 힘이다.


 책은 우리가 깊이 우리 인생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해주고,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혼자서 막 울고 싶을 때는 따뜻한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책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집어서 읽었고, 지금도 꾸준히 책을 읽으며 살고 있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노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다 아는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글을 옮겨오고, 그 글에 자기 생각을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적은 책이다. <어린 왕자>에 한하지 않고, <인간의 대지>와 <야간비행>도 함께 읽어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텍쥐페리'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어린왕자>라는 작품을 떠올린다. 그러다 보니 생택쥐페리가 지은 작품이 모자와 보아뱀이 등장하는, 상자 속의 양에 만족하는 어린왕자가 등장하는 <어린왕자>뿐이라고 아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작품도 분명히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읽기 전까지 생텍쥐페리의 다른 작품에 대해 몰랐다. 그래서 그동안 몰랐던 그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저자가 한 생각의 흔적을 읽는 즐거움을 책을 통해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역시 생텍쥐페리의 글을 마음을 데워주는 힘이 있었다.


우리는 애써야만 한다.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저 산맨과 들판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빛들 가운데 단 몇 개뿐일지라도, 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대지 중에서)


때로는 소통이라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청중을 만날 때, 나의 혀는 딱딱하게 굳어지고, 입술은 파르르 떨리기도 한다. 내 의견이나 문장이 잘못 전달되었을 때, 잘못 이해한 그 사람보다는 좀 더 명료하게 쓰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게 된다. 하짐나 이런 '탓'만으로는 소통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

좀 더 간절하게, 좀 더 정성스레,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들리고, 읽히고, 받아들여지도록, 나는 좀 더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어디선가 타전하고 있을 수많은 작가들의 수많은 이야기들,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들의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오늘 밤 귀만으로 들을 수 없는 신비로운 교향악이 되어 내 머릿속을 울리는 것만 같다. 그 간절한 타인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본문 141)


 위와 같은 글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라는 제목은 바로 이렇게 우리가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글을 통해 저자의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적고 있다. 아마 우리도 저자처럼 책의 글 한 부분을 가지고 적을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히 많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명백하게 이기는 승리도 있지만, 지는 것 같은데 결국 이기는 승리도 잇다.

사람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패배도 있고, 누군가를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패배도 있다. 인생은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가 아니라, 인생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 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자주 책의 여백에 글을 적을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책의 이야기와 상반된 삶을 사는 나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책과 전혀 상관없는 뚱딴지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책을 읽는다.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서 바로 그렇게 적은 글을 나중에 돌이켜 읽어 보면, 책을 다시 읽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무엇이든지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글로 옮기는 일은 이후 더 빛을 발하는 법인 것 같다. 괜히 나도 저자의 흉내를 내고 싶어지기도 했다. (웃음)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벌써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는 어른일까? 아니면,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여전히 볼 수 있는 어른일까?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통해 읽은 두 저자의 글은 잠시 내가 어떤 어른인지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내가 아직도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어른이면 좋겠다. 눈앞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에 눈이 멀어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외면하는 차가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크리스마스 밤에 내릴 하얀 눈송이 하나하나에 순수함을 담을 수 있는 어른으로 있고 싶다.


 이 책을 만나 오랜만에 <어린왕자>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생텍쥐페리의 작품 속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글을 통해 '이렇게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새해 실천하고 싶은 목표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다.


P.S

혹시 책을 미리 조금이라도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해 책의 샘플북을 아래에 첨부 파일로 남긴다. 이 글을 읽는 시간 동안 잠시 어릴 적에 만났던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 약간은 슬픈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시간의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상자 속의 양을 상상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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