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오늘 우리가 꼭 봐야 할 영화
- 문화/문화와 방송
- 2015. 11. 27. 07:30
때때로 얼굴을 붉히면서, 때때로 혀를 차면서 본 영화 <내부자들>
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 <어셈블리>, 그리고 지금 JTBC에서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 중인 드라마 <송곳>처럼 최근에는 사회 문제를 고발하며 대중과 공감을 노리는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종류의 작품이 많이 나오는 까닭은 분명히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과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영화관을 잘 가지 않는데, 지난 월요일에 우연히 시간이 되어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 그날 본 영화는 현재 많은 사람 사이에서 '뜨거운 영화'로 인정받고 있는 <내부자들>이었다. 이 작품은 재작년에 내가 본 영화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사회·정치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이었다.
<내부자들>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인데, 솔직히 나는 어느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편집을 하여 청소년에게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나는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우리 현실 속에 녹아든 사회/정치 문제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내부자들 포스터(다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자주 정치와 언론, 그리고 검·경찰이 단합하여 특정 편을 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도 논란이 되는 지난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물대포에 맞아 위급한 상황에 빠져있는 한 나이 많은 시민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완전히 서로 다른 두 모습을 보여주는 권력자의 모습을 보았다.
조금 더 멀리 거슬러 가보자. 군부 독재 시절에는 주류 언론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완전히 떡처럼 딱 붙어버린 정치와 언론은 진실을 왜곡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특정 세력의 명령을 받는 경찰은 무고한 시민에게 죄를 만들어 종북 세력으로 처벌하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였다.
영화 <변호인>은 그런 우리의 과거사를 잘 보여준 영화다. 굳이 군부독재 시절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지금 마주하는 언론의 모습에서도 그 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주 지나치게 우측으로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는 몇 언론은 언제나 현 정부 기득권을 편드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더욱이 그들 언론은 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시위하는 시민들을 가리켜 종북 좌빨 세력이라는 비난을 하고, 검·경찰이 시민들에게 불법적인 폭력을 하는 것을 옹호한다. 그렇게 찰싹 또 붙어버린 검경찰과 언론, 정치 세력은 대중을 아예 개, 돼지 취급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한 유력 정치가와 기업가에 붙은 언론인은 대중을 개와 돼지로 비유하는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중은 개·돼지들입니다. 적당히 짖어 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이것은 우리의 현실이었다. 아직도 옛날부터 보는 신문과 방송을 고집하는 일부 기성세대는 언론인이 말하는 것만 쳐다보면서 그것을 명백한 진실로 믿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은 언론인의 힘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언론인이 정치와 기업의 부패와 맞춰 어떻게 사실을 거짓말로 만들어버리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과 정치의 담합은 무서울 정도로 우리 현실에서 엿볼 수 있어 혀를 차며 볼 수밖에 없었다.
ⓒ내부자들(다음)
현재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사위 마약 논란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버렸는가. 언론에서 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때 뜨겁게 달아오를 것만 같았던 그 중요한 사건은 흐지부지되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남은 모든 정치적 잘못이 개입된 사건은 이념 갈등으로 변질되어 '진실'은 꽁꽁 숨어버리지 않았는가.
나는 그래서 <내부자들>은 보면서 화가 나서 얼굴을 붉어지기도 했고,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혀를 차기도 했다. 이를 더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깡패 역을 맡은 이병헌과 검사 역을 맡은 조승우, 언론인 역을 맡은 백윤성 등의 인물들이 펼친 명연기도 단단히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우리 사회는 그래도 깨끗하게 잘 굴러가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을지도 모른다. 현실이 저렇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너무 우리 사회가 비참하니까. 헬조선으로 불리는 우리나라가 더 떨어질 곳이 없으니까.
ⓒ내부자들(다음)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군부 독재 시절도 아닌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언론과 정치와 기업과 검·경찰의 담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들면서 선량한 시민을 매도하고, 유엔의 강력한 권고를 받더라도 무시해버리고 있다. 그게 한국이다.
<내부자들> 출연진의 이름을 보기 위해서 포털에서 검색을 해보니, 다음 평점 후기에서 "씁쓸한 현실, 영화는 정의로우나 현실은 쓰레기통. 희망 없는 나라."라며 쓴 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딱 이 말이 영화를 본 내 심정이다. 과연 현실에서 이렇게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인물이 있을까?
영화를 보면, 이강희를 우장훈 검사가 마주하는 장면에서 이강희가 "나나 당신이나 여기서 이러고 있는 이유는 매한가지 아닐까요?"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대사는 완벽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똑같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우장훈 검사는 자신은 나쁘지 않다고 항변하지만, 우리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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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은 오늘 우리가 보지 않으면 안 될 영화다. <내부자들>이 보여준 것은 단지 가상 속의 더러운 검찰과 언론인과 정치인이 치러야 할 죄를 받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알고 있어도 닿지 못하는 사람과 우리가 애써 고개를 돌려 '다 똑같다'며 외면한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었다.
괜히 나는 걱정스럽다. 이 영화의 추세를 지켜보는 몇 떳떳하지 못한 정치인의 입에서 "패배주의를 가르치는 역사 교과서는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를 부정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잘못되었다."라고 말하며 비판할 것 같아서. 혹시나 상영 중지를 하거나 하지 않겠지? 설마!
쓸데없는 걱정이다. 하지만 점점 언론을 다시 잠식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게 되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걱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부자들>에 나온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검찰의 모습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고, 우리 눈앞에서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인상 깊게 본 영화 <내부자들>은 놀라움, 섬뜩함, 아픔, 현실 등 많은 것이 녹아들어 있어 너무나 기억에서 오래 남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 □ □□ □□□, □이나 □ 먹어라." 네모 상자 안의 말은 자유롭게 상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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