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자전거, 첫사랑과 이별과 성장 이야기

반응형

바람에 지나가는 자전거 같은 세 명의 소꿉친구 이야기


 손이 가는 대로 책을 읽다 보면 뜻밖에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책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읽다 보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랑을 하게 되는 걸까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윽고 나는 '나에게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라며 정정한다.


 사랑에는 어떤 자격증도 필요하지 않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랑이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베풀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머릿속으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을 알고 있다. 또한, 사랑이라는 단어를 따뜻하다, 상냥하다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을 배려한다는 뜻도 머리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상반된 일이 아닐까?


 그런 까닭에 책에서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읽다 보면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하여도 글에서 느껴지는 따스함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그냥 나에게 없는 감정이라는 사실에 안타깝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을 사랑한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랑은 대체 뭘까?


안녕 자전거, ⓒ노지


 언젠가 읽으려고 진작 구매한 책이지만, 이제야 읽은 소설 <안녕 자전거>는 아픈 소설이었다. <안녕 자전거>는 평소 내가 읽는 '라이트 노벨'을 발행하는 출판사의 소설이라 처음에는 미우 블로그[각주:1]에 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윽고 몇 번이나 고민한 끝에 노지 블로그에 발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괜히 표지에 그려진 애니메이션 풍의 일러스트는 일부 독자에게 차별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작품이 주는 느낌은 어느 소설과 다르지 않다. <안녕 자전거>는 두 명의 남자아이와 한 명의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함께 놀면서 성장하다가 시간이 흘러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마음을 깨닫게 되었지만, 세 사람 앞에 놓인 이야기는 화창한 봄날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언젠가 소중한 것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로의 마음이 강해지던 나날에, 갑자기 소중한 친구 한 명이 떠나버린 것이다. 그 상실의 아픔은 남은 두 사람을 괴롭게 했다.


 <안녕 자전거>는 액자식 구성을 택한 소설로,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두고 풀어가는 소설이었다. 그 사이에서 주인공 아유(여), 슌스케(남), 타쿠미(남) 세 명이 보낸 이야기를 읽고, 세 명의 소년·소녀가 품었던 마음을 가을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자전거를 바라보는 풍경처럼 잘 표현해냈다.


자전거 풍경, ⓒ노지


 자전거는 세 개의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앞바퀴와 뒷바퀴, 그리고 앞바퀴와 뒷바퀴를 체인으로 연결하는 축 바퀴. <안녕 자전거>에서 본 세 명의 인물은 마치 자전거의 그 세 바퀴 같았다. 세 명이 함께 했기에 웃고, 울고, 사랑할 수 있었던 이야기.


 가을은 사랑이 고파지는 계절이라고 한다. 괜히 가을 하늘을 쳐다보나 숙연해진 나는 단맛이 나는 음식으로 욕구를 채우거나 책을 읽거나 피아노를 연주한다. 나는 우연히 만난 <안녕 자전거>라는 책을 통해 마음속에 생겨난 허전함을 잠시 채웠다. 아유와 슌스케와 타쿠미의 이야기는 포근했다.


 매일 지쳐가는 일상 속에서 따뜻한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언제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창피하지 않은 표지와 제목을 선택하지 말고, 때때로 길을 벗어나 가을바람이 가져다주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런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오늘 같은 날에 책을 읽고 있으면 잔잔한 바람이 스친다. 우리가 타는 자전거의 돌아가는 바퀴는 인연과 이별을 뜻하는 게 아닐까? 바퀴가 돌아가면서 축 바퀴를 통해 만나고, 다시 헤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처럼. 분명히 우리의 삶 또한 자전거와 같을 것이다.




  1. 노지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블로그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 : http://lanovel.net [본문으로]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