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미식 수업, 나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10. 31. 07:30
먹는다는 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한 사람의 특성을 나타내는 데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 있고,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투가 있고, 그 사람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있고, 그 사람이 곁에 두고 있는 이성을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이 가진 특성을 파악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그러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다.
그런데 사람이 겉모습이 아니라 그의 작은 생활 습관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을 파악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의 식습관이다. 그 사람이 어떤 가격의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에 따라서 우리는 그 사람의 경제적 지표는 물론,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까지 엿볼 수 있다.
한국에서 지금 금수저와 흙수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평소 먹는 음식을 통해서도 같은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매 끼니를 먹는 시간이 규칙적일 것이고, 소득이 낮을수록 하루 세 끼를 먹는 시간이 불규칙할 것이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여기서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식습관도 우리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나처럼 소득이 낮은 사람은 평생 레스토랑에 가는 일이 드물 것이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레스토랑에 가는 일이 익숙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이러한 차이는 상당히 크다.
내가 주로 먹는 음식을 살펴보면, 과연 나는 어느 정도의 계층에 속해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이기도 하다. 소득이 높다고 하여 라면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맛이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그래도 소득이 높은 사람이 더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나 홀로 미식수업, ⓒ노지
오늘 음식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책 <나 홀로 미식 수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나 홀로 미식 수업>은 당당하게 홀로 시작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저자가 자주 맛본 프랑스 요리, 그리고 미각과 생활을 통해서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솔직히 읽을거리가 별로 없는 책이기도 했다. 특히 나는 프랑스 레스토랑은커녕, 해물을 못 먹어 초밥도 일절 손을 대지 않아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가 상당히 멀게 느껴졌다.
도대체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어떻게 나오며, 그 음식을 먹을 때 지켜야 하는 문화 예절과 엿볼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 부분에 관해서도 설명을 간단히 하면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적어 놓았지만, 흰 쌀밥을 돼지국밥과 함께 말아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눈이 잘 가지 않았다.
나는 책에 대해서도 종종 편식하는데,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애초에 내가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혼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소득 수준이 높지 않다. 그냥 집에서 홀로 라면을 끓이거나 때때로 사치를 부려 비싼 짜장면을 끓여 먹거나 통 크게 치킨을 시켜 먹는 일이 내가 부리는 음식의 사치다.
그래도 그나마 솔깃하게 읽은 부분은 더치페이를 말하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다른 사람과 밥을 먹는 경험은 자주 없지만, 때때로 함께 밥을 먹을 때 항상 계산 문제로 '어떻게 해야 하지?'는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음식을 먹은 후에 계산과 관련한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더치페이는 대등, 평등이라는 환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줍니다. 원래 완전한 편등은 존재하지 않는(이렇게 단언해버리면 저항감을 느끼는 심성을 고우신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가은데,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고작 똑같거나 비슷하게 계산을 하는 것뿐인데 그것만으로 관계가 대등해질 리가 없지요.
예를 들어 생각해봅시다. 이성끼리 만나 식사를 합니다. 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많지만 다른 쪽은 별 마음이 없고 식사 자체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에 더치페이를 했다면 그것은 과연 대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관심이 많은 쪽이 진 셈입니다. 솔직히 자신이 불리한 입장인데도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니까요. 즉 감정 면에서의 불균등을 계산에서도 만회하지 못했습니다. (본문 74)
더치페이와 한턱내기 등의 문화는 한국에서도 꽤 익숙한 문화다. 하지만 더치페이를 할 때마다 '나는 쟤보다 나이가 많은데, 내가 한턱을 내야 하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선후배 사이에서 그런 일이 흔하고, 오랜만에 친구와 만났을 때가 그렇다. 참, 더치페이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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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언제나 혼자 밥을 먹는다. 주말, 집에서도 밥을 거짓 혼자서 먹고, 밖에서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식집을 가더라도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가는 곳이 혼자서 먹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국밥, 돈가스, 짜장면, 김밥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정도는 고급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식당에서 한번 먹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돈을 쓰는 것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는 데에 돈을 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애초에 레스토랑에서 비싼 돈을 주고 한 끼를 먹는 것은 너무나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실천하려고 했던 적은 없다.
오늘 읽은 <나 홀로 미식 수업>은 저자가 자신이 즐기는 음식과 식당에서 찾은 맛과 예의와 감정이었다. 평소 프랑스식 레스토랑에 자주 가거나 초밥집을 가는 사람은 위화감이 적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통 책이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말 꾸역꾸역 책을 읽은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음식점에 들어가면 점원이나 요리사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은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역시 마음 편하게 혼자서 먹는 게 가장 편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레스토랑보다 편하게 팍팍 떠먹을 수 있는 돼지국밥집이 나에겐 맞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나처럼 혼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데에 익숙한 사람은 이 책을 읽는 것보다 그 돈으로 오늘 저녁에 치킨이나 한 마리 먹는 게 낫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려운 건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유키히라의 요리가 먹고 싶다는 거다. (웃음) 1
- 애니메이션, 만화 <식극의 소마>의 주인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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