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내가 훔치고 싶은 서민적 글쓰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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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BB탄을 실탄으로 바꿔줄 수 있는 글쓰기의 기적


 블로그를 통해서 아는 척, 선한 척을 다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마주 앉은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못난 사람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나는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때때로 거리의 낙서도 부러울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내가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말로 하지 못하는 일'을 '글로 할 수 있는 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해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행동에는 낯가림을 가릴 필요도 없고, 모르는 사람에게서 직접적인 신체적 위협을 당한다는 두려움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썼고, 때때로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거나 다음뷰 올해의 블로거 대상 후보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이 정도로 글을 통해서 뛰어난 사람과 경쟁을 했다는 그 경험은 못난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배우 류승수와 함께, ⓒ노지


 위 사진은 지난 류승수 에세이 사인회에서 류승수 씨와 함께 촬영한 사진이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냥 컴퓨터 폴더 안에 감춰둔 채 '좋은 추억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점차 무슨 약이라도 먹고 사람이 바뀐 것처럼 이런 사진도 종종 올리게 되었다.


 다행히 이런 사진을 보고 '보기 싫은 사진 치워!' '극혐' 같은 댓글이 달리지 않은 게 행운이다. 뭐, 어쩌면 댓글을 다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보기 싫었을지도 모르고, 사진을 보다 순간적으로 얼이 빠져서 댓글로 비방을 적는 것조차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욕이 없어서 감사할 일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류승수 씨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거나 악수를 하기도 했고, 정치인 토크 콘서트에 참여하기도 했고, <달빛프린스> 방송 작가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 방송 출연은 아쉽게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이런 내가 이 정도의 관심을 받은 건 대단한 일이었다.


서민적 글쓰기, ⓒ노지


 오늘 이렇게 내가 글을 쓰면서 내게 일어난 여러 경험을 이야기한 이유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책 <서민적 글쓰기>를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서민적 글쓰기'라고 해서 혹시 '부자의 글쓰기'와 '서민의 글쓰기'로 오해할까 싶어서 하는 말인데, 이 책은 '서민 교수'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서민 교수. 그는 기생충 박사로 익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졌다. 알려졌다고 말했지만, 아마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처음 서민 교수를 알게 되었던 것은 <지식콘서트 내일>이 개편되고 나서 방영된 방송에서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식콘서트 내일>은 개편 이후 혹평을 받으면서 폐지되고 말았지만, 서민 교수의 발언은 종종 '격이 떨어진다.'면서 네티즌의 비판을 받는 것을 보았기에 '서민이라는 사람을 머릿속 한구석에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까지 '서민'이라는 사람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서민 교수, ⓒ카카오TV[각주:1]


 서민 교수님은 글을 상당히 솔직하면서도 날카롭게 쓰는 것으로 알려진 분이다. 솔직히 나는 교수님께서 글을 쓴 것을 <서민적 글쓰기>를 통해 처음 읽어보았지만, 과연 최근에 쓴 그의 글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서민적 글쓰기>는 그 비밀을 밝히는 책이었다!


 교수님은 책의 첫 장 '나는 쓰면서 성장한다'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해 SNS가 활성화되면서 더는 '글쓰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글쓰기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자신이 못생겨서 글쓰기가 필요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었다.


글쓰기가 꼭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2013년 고려대학교에서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경영학과 재학생이 붙인 이 대자보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수천 명이 직위 해제되고, 국정원이 불법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밀양 주민이 음독 자살을 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자보가 호소력을 가진 비결은 주위 사람들에게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고 있다는 데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붙은 다른 대자보처럼 "학우여, 철도 노조원들이 해고당하는 현실을 모른 체 하시겠습니까?"라고 했다면 이토록 많은 학생이 호응했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 대자보는 묻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 너는 안녕하냐고. 글의 마지막 부분을 보자.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들 하냐'는 물음에 가슴 한구석이 아프지 않을 학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대자보는 곧 다른 대학으로 확산됐고, 페이스북, SNS에 널리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스마트한 시대라서 글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글만큼 중요한 수단은 없다. (p40)


 위 사례는 우리도 익히 아는 사례다. 이렇게 글쓰기는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다. 위 사건 이외에도 크림빵 아빠 사건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글을 통해서 대중의 사회적 참여를 이끈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만큼 글은 아직 우리에게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중요한 전달 수단이다.


서민적 글쓰기, ⓒ노지


 또한, 글은 그렇게 무관심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조금 비판하기 어려운 인물이나 상황에 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지금 박 여왕의 시대가 이어지면서 풍자에도 제재가 가해지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서민적 글쓰기>에서는 서민 교수가 돌려 까기를 통해서 신랄하게 깐 윤창중 사건과 지금 청와대의 실세 진돗개를 기르는 사람을 깐 글을 처음 읽어보았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정말 '서민 교수의 글쓰기가 참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서민 교수는 잘 깠다.


윤창중이 성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건 이쯤 해두고 이제 세간의 의혹을 한방에 정리해준다.


1. 일찍 귀국한 이유를 윤창중이 "아내가 사경을 헤매서."라고 대답한 것에 대해

지금쯤 윤창중의 부인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건 확실한 일이니,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예언이다. 그러니까 윤창중은 이 같은 일을 예측해 급거 귀국한 것이다.

2. 자기 카드로 미국에서 한국까지 항공료를 결제한 것에 대해

국가 돈으로 외유에 나서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닌 판에 정상회담이라는 공적인 일로 미국에 갔으면서도 자기 돈을 쓴 윤창중의 행위는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일이다.

3. 박근혜 대통령이 '부적절한 행동'을 들어 윤창중을 경질한 것에 대해

윤창중은 부인이 사경을 헤맬 것을 예측해 공무수행 중 일찍 귀국했다. 이제부터 그가 해야 할 일은 극진한 간병, 박대통령은 윤창중이 간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변인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럼 부적절한 행동은 뭐냐면, 늘 공보다 사를 우선시하는 박대통령이 아무리 사경을 헤맨다 해도 사적인 일로 공무를 팽개친 윤창중의 행위는 불미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윤창중을 장황하게 변호했지만, 그에게 실망한 게 딱 하나 있다. 그는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건 아이돌 가수인 김상혁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의 아류에 불과하다. 청와대 대변인쯤 되면 언어의 마술사라 할 만한데, 아무리 사정이 급박하다 해도 8년 전에 크게 화제가 된 발언을 우려먹는 건 대변인답지 못하다. 어찌되었든 아내 간병 때문에 공무를 팽개치고 귀국한 만큼 꼭 부인을 살려놓으세요. 제가 응원합니다, 윤열사님. (p165)


 이런 글을 통해서 서민 교수는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재미있는 글, 쉬운 글이 주요 쟁점이었지만, 조금 이색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교수님의 기도를 따라서 읽는 <서민적 글쓰기>는 책을 읽는 재미와 글쓰기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서민 교수의 <서민적 글쓰기>를 읽으면서 눈여겨 보았던 부분은 '서평은 어떻게 쓰는가' 부분이었는데, 금기 사항 네 개만 지키면 될 것 같았다. 첫째, 스포일러를 조심하자. 둘째, 자기주장과 책 인용은 확실히 구별하자. 셋째, 모르는 얘기는 쓰지 말자. 넷째, 지나친 권장을 경계하라.


 딱, 이 네 개가 서평의 금기 사항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때까지 내가 쓴 서평은 어중간했던 것 같다. 책에서 이 글을 읽었다고 하여 내가 급격하게 바뀔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머리 한구석에 주의는 해두면서 앞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도 읽고, <서민적 글쓰기>도 읽으면서 조금 더 잘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쓰기는 인내다. 그리고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나의 블로그는 다소 침체기다. 아마 이것은 글이 형편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다시 글쓰기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 <서민적 글쓰기>. 언젠가 나도 글쓰기에 색채를 더할 수 있는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고, 칼럼니스트 혹은 방송 출연을 통해 발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은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글을 쓰면서 색채를 더해가도록 하자.



  1.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은 당신이 들어야 할 대답 : http://goo.gl/W0ZY0b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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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7)

  • 2015.09.24 10:23

    첫 문단이 마음에들어 들어왔다가 다 읽고갑니다^^

  • 2015.09.25 17:33 신고

    그렇게 따지면 제 블로그는 항상 침체기지요 ㅋㅋㅋㅋㅋㅋ

  • 2015.09.25 21:12 신고

    전 이 책, 별로였어요. 오버가 좀 심하더군요~

    • 2015.09.26 06:48 신고

      오버가 있긴 해도 서민의 독특한 글을 읽는 재미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ㅎ

  • 2015.11.24 10:49 신고

    티스토리 검색에서 "글쓰기"라고 입력하고 엔터.
    제목과 짧은 내용을 보여주는 곳에서 가장 맘에드는 글을 클릭했는데(첫번..)
    역시나 값을 합니다. 4년연속 우수블로거라.. 그 짧은 글에서도 글솜씨가 묻어날 수 있다는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되네요. 어제 하루 방문자수가 9천여명이 되는데,
    그 흔한 광고가 없다는것이 실로 새삼스럽기까지 한데요. 광고 달고 또 하나의 업으로
    삼아보시는건 어떠실까 합니다. ㅎㅎ 위에 화영님께선 항상 침체기라 하시는데
    저같이 이제 시작한 사람은 침체기가 아니라 탯줄도못자른것을.. 겸손하시네요.
    쨋든; 이야기가 다른길로 셌는데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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