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권, 책 속에 숨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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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오래된 책에는 피할 수 없는 인연이 깃든다


 가끔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면 종이에 딱딱하게 인쇄된 글자가 아니라 내가 날림으로 쓴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당시에 책을 읽으면서 내가 했던 책 속에 괄호를 친 부분, 별의 개수를 달리하며 표시한 부분, 작은 메모를 남긴 부분은 그 책이 온전히 '판매되는 책'이 아니라 '내가 읽은 책'이 된 것을 보여주었다.


 나처럼 책에 갖은 흔적을 남기면서 책을 읽는 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고, 책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사람이 있고, 한 번 읽은 것으로 만족하지 못해서 몇 번이나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보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되는 책'이 아니라 '내가 읽은 책'으로 만든다.


 나는 이런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다른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책을 많이 가지고 있어. 대단하지?'이라는 자랑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내 책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게 진짜 독서를 한다는 일이 아닐까?


 소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는 고서당 일을 하면서 만나는 책에 엮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 '책의 인연'이라는 주제도 좋지만, 무엇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소설 자체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권, ⓒ노지


 라이트 노벨 블로그에서 댓글을 통해 어떤 분의 추천으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지난 달에 발매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권>까지 읽게 되었다. 이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권>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 이야기 중심에 있었다.


 과거 시오리코로부터 <만년> 초판을 뺏기 위해서 그녀를 계단에서 밀었던 다나카가 고우라에게 그녀가 가진 <만년>이 아니라 다른 특별한 <만년>을 찾아줄 것을 의뢰하면서 6권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고우라와 시오리코가 그 <만년>을 찾는 길에는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 쏙쏙 등장한다.


 도대체 소설의 주인공 고우라 다이스케와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가계는 무슨 이렇게 비밀이 많은 걸까! 책을 읽으며 한국의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완전히 같다고 말하는 건 책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아무튼, 책이 풀어가는 두 사람의 비밀과 책 속의 인연은 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다자이 오사무'가 처음 썼던 자가용 <만년>을 찾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빗소리를 들으며 읽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풍기는 진한 향기를 더 부드럽게 해주었다. 뭐, 무슨 말도 씨알도 안 먹히는 이상한 말로 표현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책의 분위기가 바로 그랬었다!



 비록 고서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진하게 풍기기 때문에 소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흥미로운 소설이다. 뭐, 추리 소설의 대작 <셜록홈즈> 시리즈와 비교하면 대중의 관심과 책을 읽는 사람의 몰입도는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이 장르 내에서는 상당히 높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일본에서는 영화와 만화로도 만들어졌고, 현재 한국에서도 소설판이 아니라 만화로도 발매되고 있다. 혹시 평소 추리 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 이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읽어보기에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책이 느껴져 좋았다.


 '자신을 가지고 살아가자. 살아있는 이들은 모두 죄인이니.'이라는 말은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에 적힌 말이다. 몇 번이나 책에서도 반복되어 기억에 남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나는 이 의미가 와 닿는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가볍고 죄를 짓기 마련이니 오늘을 자신 있게 사는 게 정답이니까.


 오늘 이 글을 읽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들려주는 책의 인연을 만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면서도 다른 이야기도 함께 가지고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지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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