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부 다섯 번째, 두 사람의 거리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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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다섯 번째 권, 2학년이 된 고전부


 여러 소설을 읽다 보면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이야기가 있고, 저린 가슴을 손으로 잡은 채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야기가 있고, 가까운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는 듯한 이야기가 있다.


 이건 어디까지 대표적인 예다. 소설은 우리에게 이것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데, 지난번에 읽은 <언어의 정원>은 '아름답다'이라는 말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아름다움이 묻어난 작품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가 아깝다고 느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소설 <언어의 정원>, 비가 내리면… 다시 만날지도.


 그리고 한국에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지만, 일본 라이트 노벨을 일본어 원서로 읽은 <WHITE ALBUM2>는 내게 있어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설이다. 책을 읽는 동안 혼자 바보처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완전히 이야기에 몰입하며 읽었었다. 아직도 소설의 여운이 강하게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오늘 소개할 소설은 앞서 말한 두 소설과 조금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아마 이 소설은 글의 첫 문단에서 이야기했던 '가까운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는 듯한 이야기'이라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그 작품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중 다섯 번째 권인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이다.


두 사람의 거리 추정, ⓒ노지


 <빙과>,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쿠드랴프카의 차례>, <멀리 돌아가는 히나> 네 권의 <고전부> 시리즈 이후 발매된 이번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은 하나의 큰 이야기 속에서 약간 어긋난 이야기의 출발점을 찾아서 교정해나가는 오레키 호타로의 추리를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무대는 가미야마 고교의 장거리 달리기, 즉, 마라톤 대회이다. 에너지 절약주의자 오레키가 호시가야 배에 참여해 천천히 달리면서 고전부 신입부원 '오히나타 도모코'와 '치탄다 에루'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회상하면서 사토시, 이바라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으면서 불협화음의 원인을 찾는다.


 <두 사람의 거리 추정>에서 오레키라 푼 사건은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고전부 신입부원으로 들어오려고 했던 오히나타 도모코가 치탄다 에루에게 품은, 치탄다 에루가 오히나타 도모코에게 품은 아주 작은 오해가 둘이 떨어져 고민하게 했었는데, 오레키는 그 오해를 바로잡는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에 대한 생각이 사소한 오해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건 너무 흔한 이야기다. 우리 현실에서도 그렇게 얼마나 쉽게 많은 인간관계가 무너지는가. 그게 다 천천히 다시 올라가 보면 오레키의 추리대로 아주 사소한 오해인데 말이다.



 오레키가 마라톤을 달리면서 하는 추리와 회상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회상 장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치탄다와 오레키의 신입부원 모집 활동, 오레키의 집 거실에서 열린 오레키의 생일 파티 등의 짧은 일상 이야기도 감상할 수 있어 이야기를 읽는 동안 지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앞에서 말했던 대로 정말 가까운 공원에서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이었다. 오레키가 달리는 거리를 따라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지고, 회상 장면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되었다.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고전부> 시리즈이기에 내 뇌 속의 이미지는 성우 음성까지 완벽했다!


 지금도 나는 애니메이션 <빙과>를 통해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몇 소설이 들려주는 맑고 투명한 운율, 그러면서도 겹겹이 울리는 운율은 손을 뻗지 않으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운율이기 때문이다. 이 운율을 듣지 못하면, 얼마나 지루할까!


 오늘 읽은 <두 사람의 거리 추정> 이야기도 아주 좋은 곡이었다. 천천히 두 눈을 감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이미지로 그려보면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직 <고전부>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고전부> 시리즈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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