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500만큼 내 머리에 활력을 넣어줄 내 머리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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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뇌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줄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 머리 사용법> 두 번째


 이완구 총리의 뇌물 수수 혐의 사건 이후 우리 주변에는 '비타500'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오늘 글의 제목에 '비타500'을 사용해서 지어보았는데, 오늘 소개할 책은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 머리 사용법>이라는 책이다.


 내가 글의 제목에 '비타500'을 사용한 이유는 '비타500'의 효능으로 알고 있는 피로를 해소해주는(활력을 넣어주는) 점에 착안했다. 정철은 <내 머리 사용법>을 굳은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준다고 말하며 책을 소개했는데, 큰 의미로 보면 두 가지 모두 머리의 피로를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 <내 머리 사용법>은 글로 빽빽하게 적힌 책이 아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웃음이 피식 나오는 글을 읽으면서 널찍한 여백 속에서 위로 기능, 조언 기능, 유연 기능, 개선 기능, 섬광 기능, 건강 기능, 응원 기능을 갖춘 재미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편의 그림책이었다.


내 머리 사용법, ⓒ노지


 요즘 우리 도서 시장에는 그냥 글로만 내 의견을 주장하거나 독자를 설득하는 책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잠시 웃는 시간을 만드는 책이 꽤 많이 출판되고 있다. 흑색의 고딕체를 읽는 데에 지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러스트와 한 페이지의 3/10 정도 자리를 차지한 짧은 글로 이루어진 책이 말이다.


 내가 그런 책 중 꽤 마음에 들어 하면서 읽은 최초의 책이 <1cm+(일 센티 플러스)>이라는 책이었다. 그 이후 나는 <1cm+>의 후속작 <1cm 첫 번째 이야기>와 <그래도 괜찮은 하루>, <어른은 겁이 많다> 등 비슷한 형식을 가진 여러 책을 만나서 잠시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 조금씩 지겨워지는 법이다. 처음에는 '와, 이런 형식의 책이라니! 꽤 재미있네!'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비슷한 형식의 책을 몇 번 읽어보게 되면, 그 책만의 특징이 없는 이상은 '음, 괜찮기는 한데… 그래도 좀 그렇다.' 같은 밋밋한 반응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 머리 사용법>도 책을 펼쳐서 처음 읽어볼 수 있었던 '사용 설명서'를 읽으면서 혼자 '큭큭'거리면서 읽었지만, 그 이후로는 크게 끌리는 부분이 없었다. 뭐, 이건 책을 읽는 독자의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구태여 내가 특정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책에 대한 판단은 직접 읽어보고 해보기를!)


내 머리 사용법, ⓒ노지


내 머리 사용법, ⓒ노지


 그런데도 책을 읽으면서 '앗! 이렇게 볼 수도 있군.' 같은 반응을 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경력'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읽어서 '력(역)경'으로 읽는 법이나 아주 단순한 단어에 실천력을 덧붙이는 방법 말이다. 단순하면서도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냥 재미있는 게 아니라 의미를 새롭게 부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서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내 머리 사용법> 같은 책이 가진 장점은 이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늘 똑같은 각도로 접근하는 무엇을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해서 새롭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학교와 직장에서 언제나 보이는 사물을 보이는 것으로만 보려고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의 각도를 조금만 바꿔서 보더라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완구 총리의 사건으로 비타500 박스가 그렇게 재미있는 패러디를 양산하면서 비판을 담은 풍자로 웃음을 만든 것도 그 예중 하나다.



 뭐, 이쯤 해서 <내 머리 사용법>의 후기를 마칠까 싶다. 이 책이 끌리지 않는다면, 그건 내 글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그냥 책을 읽는 것에 큰 흥미가 없어서 일 수도 있고, 흑색 고딕체로 쓰여진 글이 빽빽한 책을 좋아하는 습성 탓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어떤 것을 똑같이 볼 수 없다. 사람이란, 그런 거다.


책 제목이 내 머리 사용법인데

왜 머리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없나요?


제목을 다시 읽어보세요.


내 머리 사용법입니다.

당신의 머리 사용법이 아니라

정철이라는 사람의 머리 사용법입니다.


당신의 머리 사용법은 당신이 발견하세요.


나도 나만의 머리 사용법을 찾아야지,

이런 마음을 먹게 하는 일이 이 책이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페이지 191)


 윗글을 인용해도 되려나 짧은 시간 고민했었지만, 그냥 무턱대고 인용하고 말았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 사용법이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책을 읽을 독자가 어떤 상황과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는가에 따라 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드는 문구를 발견했고, 웃을 수도 있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하하. …음, 마지막으로 책에서 가장 '호오, 이런 접근은 생각도 못 했다.'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남긴다. 이게 만남의 인연이 되기를!


야구계에 죄송한 말씀


야구계에서는 비가 내려도 경기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잔디계에서는 스파이크로 잔디를 찢는 것도 모자라 이젠 비마저 앗아 가려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비계에서도 우리를 똥물 취급한다며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햇살계에서도 공짜로 주는 햇살을 마다하는 멍청한 짓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돔구장을 만들자는 주장은 야구계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 들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을 거라면, 야구계 소속인 잔디와 비와 햇살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페이지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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