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더 겁이 많아지는 일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3. 20. 07:30
[도서 서평] 어른은 겁이 많다
어릴 적에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얼른 어른이 되어서 언제나 문제집만 풀고 있어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돈을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눈치 보지 않고 사고 싶었고, 여자친구와 당당히 모텔에 들어가서 하룻밤을 보고 싶어 했다.
아마 이런 게 평범한 사람이 어릴 적에 가졌던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가진 작은 선망이 아니었을까? 26살이 된 지금, 과거를 돌아보면서 나는 왜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랬더니 나는 조금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작은 선망이 아니라 단지 눈앞의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집에서는 언제나 살얼음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었고, 중학교 때까지는 학교와 사람이 있는 어느 곳이라도 싫었다. 과거 <지식 콘서트 내일>에서 인터뷰를 했던 것처럼, 정말 탱크 혹은 10t짜리 덤프트럭으로 밀어버리고 싶었다. 그 정도로 나는 얼른 어른이 되어, 혼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 나는 우리의 삶이 어릴 때 바라보던 세상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늘 공부를 해야 하고, 돈을 벌더라도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지 못했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디라도 빌어먹을 사람은 우리 사회에 퍼져 세상을 좀 먹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어른은 어렸던 우리에게 '그때가 그래도 참 좋았지.'이라는 말을 하면서 '내가 10년만 더 젊었어도(어렸어도)…….'이라는 후회를 한 것이 아닐까. 바보처럼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버리고, 냉정한 현실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되찾고 싶어서…….
우리는 어른이 되어갈 때마다 점점 더 겁이 많아진다. 다른 것에 신경을 끄고, 오직 공부만 하면 되었던 때는 그래서 편했다. 오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바라보면 되고, 수능 시험을 맞이해서 평범히 공부만 했으면 되었으니까. 그래서 어른들은 '그때가 가장 좋은 시기야.'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우리는 그때보다 더 많은 것을 챙겨야 하고, 더 많은 것을 바라보아야 한다. 오늘 상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을지, 오늘은 밀린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 또 대출을 받아야 할지, 건강 검진에서 혹시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많은 어른이 술을 마시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꿈을 꾸고, 그런 고민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다른 오늘을 맞이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런 현실은 쉽게 오지 않는다. 지금 안주하는 곳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걱정을 가진 우리는 현실을 뒤흔들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니까.
종종 구글의 놀라운 기획력을 보면서 '대단하다!'하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과거 어릴 적에 그런 꿈을 우리도 꾸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어릴 적 작은 가슴에 품었던 '세상을 바꾸고 싶어!'이라는 헛된 꿈을 계속 바라보면서 사는 어른은 지금 한국에서, 이 지구에서 몇 명이나 될까?
많은 사람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자신의 꿈을 돌아보지 않는다. 꿈은 어느 사이엔가 우리의 마음속에서 사라져 술을 마시면서 현실을 잊으려고 할 때만 비로소 다시 꿈을 말한다. 슬픈 어른이 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속마음을 감추지만,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어른은 겁이 많다, ⓒ노지
책 <어른은 겁이 많다>는 이런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중 하나인 카카오스토리에 연재되었던 작은 글을 엮은 책이라 비교적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컬러 일러스트가 더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책의 띠지에는 "오래전부터 남몰래 써오던 일기를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어쩌면 책을 읽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평범히 '그런 것도 못하면서 사회생활 어떻게 해!?'이라는 고함치면서 어른인 척하면서 살던 내 숨겨진 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하루 10분~15분 정도씩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래도 매일 10분~15분 정도 <어른은 겁이 많다>를 읽으면서 조용히 사는 것을 선택한 내게 작은 위로의 말을 던져주는 것으로 우리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우울증, 수면부족, 공황장애, 스트레스 조절 장애 등 남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가진 어른들에게 약물이 아닌 작은 휴식이 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독서는 겉으로 있어 보이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을 읽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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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차가운 표정을 한 어른으로 살아간다. 여기저기서 진실을 알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착잡해 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면서 '방법이 있나?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쓰디쓴 소주를 들이켤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른은 겁이 많아진다. 이는 어쩌면 지혜로워진다는 말로 완곡히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겁이 많아졌다. 어릴 때는 그저 내 몸뚱어리로 세상에 부딪히려고 했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겁쟁이가 되었으니까.
한 명의 겁이 많은 어른이 된 나는 이렇게 인터넷 속에 작은 마음을 담아 외쳐본다.
"아, 젠장, 빌어먹을 놈의 세상. 진짜 사람처럼 살기 어렵네!"
아주 사소한 것이 우연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뭐든지쉽게얻어지지않겠지만…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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