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는 힘, 혼나는 각오와 혼내는 용기를 말하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3. 18. 07:30
점점 개인화가 되어가는 시대에서 우리는 혼나는 것을 잊어가고 있다
"게임만 하지 말고 공부도 좀 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떠들면 안 돼!", "어른한테 무엇을 받았으면 감사하다고 해야지."
우리는 어릴 적에 이런 말을 들으면서 항상 자랐다. 그리고 아주 어렸던 시절만이 아니라 20대가 되어서도 우리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종종 혼이 나고, 어떤 잘못을 지적당하는 일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아, 그런 게 아닌데.', '내가 이번엔 너무 잘못했어.' 등의 후회를 하게 된다.
이렇게 누군가를 혼내고, 누군가에게 혼이 나는 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겪는 일이다. 굳이 가정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학교와 직장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선생님께 혼이 나고, 상사에게 혼이 나고, 후배를 혼내는 일은 아마 살면서 평생 떨어질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 우리 시대에서는 혼나는 각오와 혼내는 용기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점점 개인화가 되어가는 시기에서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것이 불편해지고, 과거 기성세대 부모님이 가르쳤던 교육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자유로워지면서 가치관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뉴스를 통해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을 훈계하다 맞아 숨진 시민' 같은 제목이 붙은 기사를 볼 수 있다. 물론, 집단 구타를 당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그렇게 흔히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기사가 종종 보도되면서 우리는 '남을 혼내는 데에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매너 없는 젊은이들을 보면 저는 곧잘 꾸짖습니다."
칭찬할 줄 알았더니 경찰관은 차분한 어조로 오히려 자신을 타일렀다고 한다.
"그 마음은 무척 감사드리지만 아시다시피 요즘은 말 한 마디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그러지 않으시는 편이 좋아요."
부장은 실망하고 말았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길가에서 어른들한테 자주 혼나곤 했는데, 이젠 도리가 사라진 시대인 걸까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길가에서 학생을 훈계하던 중년 회사원이 폭행을 당해 숨을 거둔 뉴스가 있었다. 그런 흉흉한 사건들을 계기로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젊은이를 못 본 척 지나치는 어른들이 늘은 것이리라. 싫은 소리 했다고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니 모두 두려울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소리로 "여기가 자기 집 안 방인가? 소리 좀 줄이지!" 하고 투덜거릴 수는 있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이런 어른이 증가한 탓일까. (p73)
윗글은 책 <혼나는 힘>에서 읽을 수 있는 글이다. 비록 일본에 거주하는 작가의 경험담이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에 정말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행동으로 나서서 지적하지는 못하지만, 늘 속으로 욕하는 건 정말 흔하고.
아마 우리도 상당히 비슷하지 않을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 생각은 안 하나?'이라는 생각을 혼자 속으로 하고 말지, 직접 나서서 "저기요, 법 개정으로 횡단보도와 버스 정류장에서는 담배 못 피우게 되어 있습니다."이라고 지적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는 어른이 어른한테 이렇게 못하는 것을 넘어서 어른이 청소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잘못한 행동에 대해 혼나지 않는 청소년은 기고만장(氣高萬丈)해서 잘못을 더 크게 벌이게 되고,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시대에서는 자칫 '구시대적 가치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혼나는 각오와 혼내는 용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혼나는 힘>이라는 책은 그런 사실과 필요성을 아주 잘 전하고 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우리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혼나는 힘, ⓒ흐름출판
책을 읽으면서 "칭찬하는 법도 중요하지만, 칭찬하기 전에 우선 혼내는 방법이 더 중요해요."이라고 말하는 문장을 읽을 수 있었는데, 나는 이 부분에 정말 공감했다. 요즘 우리는 칭찬을 통해 사기를 키워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문제를 지적해서 고치게 할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종종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자유분방한 사람을 향해 "목소리 좀 작게 줄여주세요."이라고 지적하면, '네가 뭔데 나한테 지적질이야?'이라고 말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신경질적인 말로 반박할 때가 많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이라는 사과는 온데간데없이 말이다.
개인적인 의사에 자유는 중요하지만, 그 자유로운 행동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그건 자유로운 행동이 아니라 이기적인 행동이다. '네가 뭔데 내 아이 기를 죽여?'이라는 가치관은 그렇게 배려를 모르는 교육을 만들었고, 그런 교육을 통해 성장한 청소년은 우리 시대에서 공포가 되었다.
만약 우리가 적절하게 혼낼 수 있었다면, 지금 심각한 문제가 되어버린 학교 폭력과 청소년 범죄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저 처음으로 혼났어요.'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잘못된 방향의 교육 탓이 아닐까?
그녀는 어느 날 남성 사원에게 왕복 사십여 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심부름을 시켰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더란다. 혹시 사고라도 난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던 참에 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그러자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점심 먹고 왔어요."
"그러면 가기 전에 스케줄 표에 적어두던가 중간에 전화를 했어야지. 걱정했잖아! 다른 일도 시킬 게 있는데 앞으론 제때제때 연락해."
주의를 주자 그 사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꾸했다.
"저 지금 태어나서 처음 야단맞았어요."
요즘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혼내지 않고 교육시키는 사람이 느는 것일까. 야단맞지 않는 날이 없던 내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믿을 수 없는 세태다. 요즘 부모와 선생님들은 모두 상냥하기만 한 것인지.
… (중략)
아무래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혼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듯싶다. 주의를 받았다고 출근 거부를 할 정도로 의기소침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이 칭찬하며 교육하는 방향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잘 혼내고 잘 혼나는 방법은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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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제목 <혼나는 힘>을 접했을 때, 다소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최근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말을 안 들어서 혼냈다.'이라는 변명으로 유치원 교사가 아이를 폭행한 일이 보도되면서 '혼내는 행동'에 대해서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 많이 보도되었고, 꽤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난 과거에 겪은 '감정적 폭력'이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해서 혼났던 때를 떠올리면서 '과연, 왜 저자가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겠다.'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상대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어쩌면 혼난 경험이 잘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혼나는 각오와 혼내는 용기를 가지기 어려워진 시대는 전례에 없었다. 아마 앞으로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쉬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혼내는 이의 본심을 알고, 혼나는 각오와 혼내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말이다.
ⓒ혼나는 힘
책 <혼나는 힘>은 그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상당히 강압적인 집에서 자란 사람은 혼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내 아이에게는 혼내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내지 않는 건, 나중에 큰 실수가 될지도 모른다. 똑바로 혼내는 법, 혼나는 각오, 그런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상처 주지 않고 혼내는 조건 7가지'를 남긴다. 이 7가지를 주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쩌면 조금 더 나은 인간관계를,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깨닫게 되면, 한두 번은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기 마련이니까.
① 감정적이 되지 않는다
② 이유를 말한다
③ 짧게 말한다
④ 인격이나 성격을 언급하지 않는다
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⑥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⑦ 개별적으로 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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