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따'라는 기막힌 말을 들어보셨나요?

교실에서 책을 읽으면 왕따 당하는 학교, 어쩌다 학교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다녔던 학교,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오래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 수업에 이용되는 여러 기기는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전부터 존재했던 학교 폭력(왕따, 폭행, 금품 갈취 등)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아니, 오히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살인, 시체 훼손, 납치 등)

 요즘 10대 청소년이 일으키는 범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미 그 수준이 성인 범죄자들의 범죄 그 이상이다. 도저히 청소년의 머리에서 나온 범죄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범죄가 너무 잦았다. 모든 아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는 정말 교육의 위기를 체감하게 한다.

 보통 우리는 한부모 가정, 결손 가정,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만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가해 학생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부도 잘하고, 집도 부유한 아이들이 훨씬 더 무서운 가해 학생이 되어 성적을 방패막이로 삼아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일이 잦다.

 과거 방송되었던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에서 볼 수 있었던 이야기는 그 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학교의 눈물> 방송 이후 시간이 흘렀음에도 학교 폭력 해결과 방지에 대한 제도는 여전히 미미하며, 그냥 종종 '학교 폭력 근절운동'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그치고 있다.

ⓒ동아일보

 나는 어제 뉴스를 통해서 또 한 가지 충격적인 학교 폭력의 형태를 알게 되었다. 소위 '책따'로 불리는 신종 왕따는 교실에서 책을 읽는 아이를 따돌리는 일을 말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정말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것으로 왕따를 시킨다니!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최근에는 정말 학교에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있더라도 어떤 특정 부류의 아이들에게 미움을 사면, 카톡 왕따를 당하거나 SNS 테러를 당하면서 괴롭힘을 당하는 현재 학교의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 닌텐도, 게임, 카카오톡 왕따를 넘어서 책 왕따라니. 이건 학교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청소년이 4명 중에 한 명이라고 하는데, 이런 책따(책 왕따)는 청소년의 독서율을 더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소년 사이에서 이런 책따가 발생하게 된 건, 스마트폰이 청소년의 일과를 모두 맡아버린 데에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채팅을 하고, SNS를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은 이미 모바일 세대다. 그 이외의 시간은 모조리 학원 등에서 공부만 하니, 어찌 이상해지지 않을까.

 더욱이 책을 읽는 것도 요즘 청소년에게는 공부다. 언어영역 시험에 나오는 문학 작품을 요약한 자료를 읽는 것으로 책을 대하는 요즘 청소년이 다른 문학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책따' 같은 신종 왕따가 등장하여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이렇게 이상해진 것이 아닐까?

 많은 부모가 어릴 때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 때마다 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권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집을 건네주고, 학원에 등록해주면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자유로운 독서를 빼앗아버리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상한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점점 책을 멀리하게 되고, 책을 읽는 사람을 오히려 이상하게 대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학교에 다녔던 시절에도 시험 기간에 '어린 왕자' 책을 읽는다며 압수를 당하기도 했는데,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어떤 이성을 좋아하게 되는 사랑을 해보지 못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책을 읽으면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 놀라움, 웃음, 행복 등 여러 가지 맛을 볼 수 없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시대에서 청소년이 책을 잘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한 개를 더 외우라고 하고, 교실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있는 척한다.'며 따돌림을 당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현상이 증가하는 우리 학교가 너무 안타깝다.

이런 현상이 지역, 학교, 학생의 성적에 따라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판전문가들은 "요즘 청소년 사이에 '책따' 분위기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최근 2년 사이 상당수 청소년들이 독서 행위를 '찌질하게' 생각하고 친구가 독서를 하면 장난 삼아 방해를 하는 등 책에 대한 경시 풍조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출처)

 도대체 지금 한국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