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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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고양이가 우리 인간을 본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인간은 절대적 존재이며, 자연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을 보호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그런데도 세계는 크게 바뀌지 못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하면서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와 달리 현실은 여전히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니 어쩌겠는가?


 지금 우리가 사는 한국에서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안전성 점검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논란이 되지만, 언제나 다른 이슈로 묻혀버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이후 오히려 원자력 발전소를 늘리겠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나와 시민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렇게 돌아가는 우리 인간 사회의 모습을 만약 동물이 본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게 될까? 스스로는 '지구의 지배자'이라고 칭하면서 거들먹거리면서 실제로는 바보 같은 짓만 반복하고 있는 우매한 생물로 보이지 않을까? 우주에서 보게 되면, 인간도 결국 지구에 사는 한 종족일 뿐이니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노지


 이 재미있는 관점을 이야기하게 된 건, 우연히 읽게 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라는 책이 계기가 되었다. 일전에 <강신주의 감성수업>을 읽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작품이 언급되어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서점에서 구매해서 상당히 흥미롭게 책을 읽고 있다.


 <나는 고양이소로이다>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인간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 나주엥 들은즉 그건 서생이라는, 인간 가운데서도 가장 영악한 족속이라 한다. 이 서생이라는 족속은 가끔 우리 고양이족을 잡아 삶아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간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미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손바닥에 얹혀 휙 들어 올려졌을 때, 어쩐지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손바닥 위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떄 참 묘하게 생긴 족속도 다 있구나, 했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먼저 털로 장식되어 있어야 할 얼굴이 미끌미끌해 흡사 주전자다. 그 후 고양이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런 등신 같은 족속과는 만난 적이 없다. 게다가 얼굴 한복판이 너무 튀어나왔고, 그 가운데 있는 구멍으로 가끔 연기를 푸우푸우 내뿜는다. 코가 매워 정말 난처하다. 이것이 인간이 피우는 담배라는 것은 요즘에 와서야 알았다. (p16)


 고양이가 묘사하는 인간의 모습이 상당히 재미있지 않은가? 고양이가 본 인간의 모습을 읽으면서 나는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를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화자로 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이 부분부터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 감상 후기를 쓰는 와중에도 책을 읽고 있는데, 러일 전쟁이 터지는 그 오래된 시절의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읽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도 모르겠지.' 하면서 혼자 독백으로 떠드는 인간의 모습과 어리석은 모습을 읽으면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은 해석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국 우리 사람의 모습을 담아낸 솔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선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척을 하기 위해서 사는 고양이의 주인이 모습이나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의 모습이 곧 우리가 사는 모습이니까.


 다가오는 봄을 맞아서 따뜻한 햇볕에 누워있는 고양이를 보다 문득 이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게 되면, 상당히 즐거운 기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지 않지만,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를 상상하게 되고, 고양이를 상상하다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웃을 수 있었다.



 가끔 책을 읽다 보면 책에서 소개하는 어떤 책에 흥미가 생겨 그 책을 구매하는 일이 발생한다. <나는 고양이소로이다>는 그렇게 만난 책이었다. 만약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고, <예스24 올해의 책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면 <강신주의 감정수업도> 읽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책과 만나는 정말 인연은 다양한 것 같다. 만약 내가 책을 만나는 만큼, 밖에서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나는 고양이소로이다>에서 나오는 선생의 지인들처럼 그저 거들먹거리는 지식인일지도 모르고, 또 다른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그런 거니까.


 우리가 사는 2015년의 시대는 가진 자들이 지도층이 되고, 지식인 행세를 하는 웃지 못할 모습을 눈앞에서 자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시기이기에 우리는 지금 현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더라도 넓게(길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딱 거기에 알맞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책을 겨우 1/7 정도 읽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책의 두께가 상당히 두껍기에 이 책을 읽으려다 나도 모르게 멈칫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읽어보면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보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술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3월을 맞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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