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로 내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을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2. 16. 07:30
책 읽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마음 속에 숨은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모두 저마다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읽고, 어떤 사람은 책을 통해 연애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읽고, 어떤 사람은 영업 마케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읽고, 어떤 사람은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읽고, 그냥 할 일이 없어서 책을 읽기도 한다.
내가 처음 책을 읽은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그냥 친구가 없어서 할 일이 없었기에 책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작은 따뜻함이 좋았고, 그저 학교와 부모님이 보여주는 좁은 세계가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는 책의 광활함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넓이를 키우고 싶었고, 힘들 때마다 내게 격려를 하는 동시에 위로하고 싶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내가 조금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졌다고 생각할 때마다, 혹은 내가 조금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그 힘들었던 시간을 잊은 채,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매번 새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동안 그런 여행을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책을 읽기 전보다 훨씬 더 나아진 나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책 읽기는 또 어디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책은 보지 못한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거나 꿈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데, 또 다른 심리학 분야에서도 종종 활용된다고 한다. 정말 그냥 단순하게 책을 읽는 것이 혼자 끙끙 거리며 아파하는 사람에게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까?
책 읽기 트라우마, ⓒ노지
대답은 확실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실천'이 따라야 하는 부가 조건이 붙는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사람과 잘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책 읽기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이 모든 프로그램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재구성하거나 감상 후기를 글로 써보는 등의 작은 실천이 함께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또한, 독서 치유 프로그램에서는 '읽기' 단계를 통해 '실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공담'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인 요소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파하는 모습을 읽으며 함께 아파하고, 주인공이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함께 일어서게 된다.
그게 독서 치유 프로그램이 가진 힘이다. 실제로 나는 정말 책의 주인공에 나를 대입해서 읽을 수 있는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자주 주인공의 심정에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게 이입하여 읽는데, 책을 읽는 동안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참, 누가 보면 바보 같은 모습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보다 훨씬 더 깊게 책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고, 책을 통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책을 통해 열 수도 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만약 독서 치유 프로그램을 받는 어떤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그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그 시기가 바로 상담사가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황금 시간이다. 자신의 상처를 마주 보기 시작한 그 시기에 상담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속의 응어리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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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의 독서 치료는 단순히 어린 아이만이 아니라 청소년, 대학생, 일반 성인 모두가 가능한 치료다.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처럼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에게 그냥 여유를 주는 것만으로도 큰 치료가 된다. 독서 치료프로그램은 자극적인 보도와 환경 속에서 사는 요즘 사람에게 잠시나마 휴식이 되고, 나를 마주하며 스스로 다독일 수 있기도 해 정말 긍정적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가진 트라우마는 내 안에 있는 상처를 마주 볼 수 있는 용기가 없어 트라우마가 된다. 책을 통해 제3자의 시선으로 내 상처를 보게 되면, 그 상처에 새 살이 돋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심리학 분야에서 책 읽기를 통해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이미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우울증을 앓거나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 '책 읽기'를 권유하는 것이다.
지금 남에게 말 못할 작은 사정을 가지고 있다면, 나와 닮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찾아 읽어보자. 이런 독서 치유는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책 속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으면 된다. 여기에는 겨우 책 한 권의 비용이 들지만, 도서관의 책을 빌린다면 무료로 할 수 있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책 읽기'는 그래서 더 가치를 더하고 있다.
매일매일 책을 읽으면 우리의 삶은 매일 성장한다. 성장이라는 말이 단순히 몸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는 것, 지식을 더 쌓아가는 것이 모든 것이 성장의 한 모습들이다. 밖으로부터 내면을 채우기 위한 모든 것이 성장의 한 모습들이다. 밖으로부터 내면을 채우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와 새로운 지식, 그리고 고민하는 시간이 잘 버무려지면 성장이라는 멋진 결실을 맺는다.
매일 15분이면 충분하다. 시간 내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15분, 점심 식사 후 차 마시는 시간 15분, 퇴근 하는 길, 혹은 집에 들어와 잠자기 전 15분 등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은 어디에나 있다.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독서량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 없다. 13장이면 충분하다. 오늘은 어제 읽은 페이지에서 13장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정도면 충분하다. 하루의 15분, 오늘 읽은 26페이지 분량은 보잘 것 없지만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어 되돌아보면 무시못할 양이 되고 그렇게 읽어온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의 내공이 된다. (p100, 1만페이지 독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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