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늘어나면 정말 시민이 나태해질까요? 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2. 13. 07:30
대선과 총선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한국, 시민을 핑계로 대지 마세요.
지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더 대선에 대한 문제가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떠오르고 있다. 묵묵부답하는 청와대와 현 정권의 여당 새누리당은 여전히 요지부동인데, 많은 시민이 이를 가리켜 비난하고 있다. 아무래도 박근혜 정권은 우리나라 역사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 최대의 실수이자 혼란의 5년이 될 것 같다.
오늘 나는 대선 개입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기보다 박근혜 정부가 내걸었던 공약 중, 특히 복지 공약이 실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작은 불평을 늘어놓고자 한다. 이 글은 어디까지 내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일반화할 수 없으며, 어디서나 평범히 볼 수 있는 20대의 시간을 보내는 대학생의 의견이기에 다소 논점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칼럼에서 보는 전문가 식견은 기대 금물!
ⓒJTBC 뉴스룸
내가 가장 반박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위 발언이다. 김무성 대표는 '복지 과잉이 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 취지의 말을 하면서 지금 정부에서 복지를 확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변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적 부담도 있어서 선별적 복지를 통해 복지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당의 의견에 찬성했는데, 솔직히 이건 시민에 대한 배신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기간과 총선 기간에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복지 정책을 실행하겠다면서 온 동네방네 다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리고 '증세 없는 복지를 실천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사람들의 표를 가져왔고, '현실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문재인 후보의 의견에 대해서는 비웃기만 했다. 그렇게 국정원의 보이지 않는 손과 거짓말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찾아온 건 '증세, 없는 복지.'이라는 새로운 발상이었다. 정부가 처음에 실행한 복지 정책은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갈수록 증가하는 서민 증세와 반대로 상위 계층에는 감세 정책이 생기면서 '도대체 이런 식으로 정책을 펼치면, 서민은 다 죽으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복지 과잉이 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말이 나왔으니 어떻겠는가?
ⓒJTBC 뉴스룸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몇 새누리당 의원은 그리스를 언급하면서 복지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주장했었는데, 위 이미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그와 함께 복지율도 평균에 미쳤다. 그리스가 무너진 건 화폐 유로의 문제와 과잉 소비가 문제였다. 절대 복지가 많아서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복지율이 가장 낮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위 이미지를 보더라도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길고, 복지비 지출은 평균에 미치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 과잉이 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발언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발언이었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이 상당히 많은 복지를 받으니 게을러지는 자신의 모습을 무의식중에 발언한 게 아닌가 싶었다.
정치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단순히 좀 더 가지고 싶은 탐욕과 함께 정책을 실천하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자보다 전자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국회의원이 되면, 어마어마한 전관예우 차원에서 많은 혜택과 대우가 밀물처럼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를 그들이 선별적 복지로 줄이면, 시민 복지 예산은 좀 더 여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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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대 대학생으로 살면서 꼭 실천되었으면 하는 정책 중 하나가 반값 등록금이다. 그런데 이 반값 등록금은 실질적으로 전혀 실천될 기미가 없으며,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한다는 분할 납부 제도 또한 실제로 보니 크게 다른 게 없었다. 1분기에서 4분기로 나누어서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내에 내지 못하면, 두 세 달로 쪼개어 1/X로 내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단기 납부.)
보통 대학교의 등록금은 500만 원에 이르거나 넘어간다. 그 정도의 등록금을 한 달 안에 마련하는 건 평범한 가계에는 상당히 무리가 가는 금액이다. 그런데 그 금액을 두 달 안에 내라고 한다고, 석 달 안에 내라고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납부가 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휴학 신청이 불가능하거나 몇 제도 이용도 불가능하니 그냥 이건 '한 달에 다 내라.'고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과 같다.
반값 등록금은 모든 정치인이 차차 실천하겠다고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활동하는 동안 새누리당 플랜 카드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문구였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복지 정책은 거꾸로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고, 반값 등록금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려놓고 생색을 내는 실정이다. '대학 등록금이 낮아지면, 질이 낮아진다.'는 말을 하며 옹호하니, 어찌 이게 정상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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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 '대학 등록금이 낮아지면 수준이 질이 낮아진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정부와 함께하고 있으니 어찌 바뀌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서 부동산 가격 떠받치기 정책을 고수하고, 서민 구제 대책이라며 금리를 낮추어 무조건 빚을 만들어 생활하라고 하니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와 정치 문제는 평범히 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기 때문에 방향을 틀어서 궤도를 수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지지 세력이 약하거나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은 그래서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완전히 악(惡)의 방향으로 똘똘 뭉쳐서 돌진하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
우리가 공부하는 목표는 이런 우리 사회의 문제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판단력과 지식, 지혜를 얻기 위해서야 한다. 이런 의견이 너무 허황한 의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가는 최종적인 방향은 이렇게 설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잘못된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킬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손가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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