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 일 기자 특집의 군기와 갑질, 솔직히 보기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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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예능이라고 하더라도 보기 좋지 않았던 군기와 서열 갑질 논란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1박 2일> 두 개의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1박 2일>을 통해 배가 아플 정도로 웃기는 상황을 보며 웃으면서 그동안 쌓인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푸는 동시에 다가오는 월요일을 맞아 무거워지는 기분을 푼다.


 그러나 종종 이런 프로그램을 보아도 썩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프로그램 내에서 조금 적절하지 못한 내용인 아닌가 싶은 부분이 방송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에 방송된 <1박 2일>은 KBS에서 일하는 기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자 특집이었는데, 기자들과 함께한 적은 처음이 아니었기에 솔직히 기대하고 있었다. (시즌1 당시에도 취재 차 동행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1박 2일 기자특집>은 재미있기보다는 조금 불편했다는 것이 진솔한 감상평이 아닐까 싶다. 첫 단추는 상당히 재미있게 잘 꿰맨 것 같았는데, 취재비를 걸고 하는 복불복에서 보는 기자들 사이의 모습은 조금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들 중 일부 사람이 기수와 나이 운운하면서 군기와 갑질을 하는 모습은 한참 예민한 우리 사회에 보기 좋지 않았다.


ⓒ1박 2일


ⓒ다음 트위터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을 취재했던 정새배 기자가 나온다는 소식에 일부 사람은 반가워했지만, 기자들이 서로 보여준 군기와 갑질은 TV를 보는 일부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정새배 기자가 취재했던 박창진 사무장이 연루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지난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 사회의 갑(甲)질 논란에 불을 지핀 발화점이었다.


 그 이후로 많은 사람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갑질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비판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일요일에 방송된 <1박 2일 기자 특집>에서는 그 갑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비록 예능이기에 이 부분이 재미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두 번도 아니라 몇 번이나 강조해서 서열에 따른 갑질은 '이게 뭐하는 짓이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 기자 특집에 출연했던 기자들은 '그냥 재미로 그랬다.'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지금 우리 한국 시청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위 이미지에서 첨부한 실시간 트위터 반응에서도 '<1박 2일 기자 특집>이라는데 기자가 뭐라고- 군대도 아니고, 뭔 놈의 군기를 그렇게 찾아대. 농담 삼아 한두 번도 아니고 보는 내가 숨이 막히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었다.



 이번 기자 특집에 출연한 기자들이 기자실에서 벗어나 예능이라는 무대에 새로 선만큼, 좀 더 동등한 선에서 경쟁하면서 재미를 만들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밖에서도 그들의 모습은 거의 바뀌지 못했고, 정준영이 자신의 파트너인 정새배 기자에게 "울산 간다며! 그냥 해!"이라며 고함을 치는 부분이 웃음 포인트였다. 그 웃음 포인트처럼 모두 동일선에서 보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차라리 취재비를 건 복불복에서 기자들끼리 승부를 겨루는 게 아니라, 멤버도 함께 참여해서 하는 게임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1박 2일 기자 특집>이 그린 첫 그림은 솔직히 실망적인 그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사람에서는 '기자 서열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예능이라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는 달라졌으면 좋았지 않을까?


 갑과 을로 나누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갑질에 벌벌 떠는 을의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갑과 을의 관계가 역전이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런 갑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우리의 사는 모습과 너무 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의견이 나누어질 수도 있겠지만, 방송에서 본 줄 세우기 장면은 개인적으로 썩 보기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반응을 보니 '예능은 예능일 뿐이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예능이기에 좀 더 수평적이었으면 더 좋았을 거로 생각한다. 예능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건 빠르고, 특히 지금도 서열이 드러나는 학교 폭력 등의 사회 문제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열, 권력. 이런 문화는 웃으면서 하기에는 무거운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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