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20대가 그렇게 못나 보이시나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2. 3. 07:30
많은 기성 세대가 우리 20대를 못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있어요.
매번 선거철이나 정부의 중요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마다 자주 20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20대가 투표를 하지 않으니 이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어서 나라가 이 모양이지.'이라는 말을 지나가다 혹은 가까이에서 쉽게 들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나도 그런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들었고, 무엇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밸렌타인데이나 화이트 데이 같은 사행성 기념일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술을 마시거나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시간을 아끼지 않으면서, 투표를 하는 무엇보다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 정말 바보 같다.
이렇게 직접 '바보 같다.'고 말하면 조금 불쾌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술을 마시면서 지나고 나면 과거일 청춘인 시간을 보내는 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술을 무작정 취업난을 비롯한 현실을 잊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 20대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은 20대의 이런 모습을 가리켜 비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취업이 어려워서 스펙을 쌓기 위해서 도서관과 카페에서 주야장천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지만,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JTBC 뉴스룸
오늘, 나는 20대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조금 반박하고 싶다. 반박이라고 말하기보다 자기변명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20대가 이런 식으로 어렵게 살 수밖에 없게 된 건 결국은 과거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학벌 사회를 만들었고, 공부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20대 사이에서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그런 인식이 정말 강해졌다. 어른들은 청소년 때부터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적에 강한 집착하게 하고, 명문대와 대기업을 우러러보게 가르친다.
20대의 눈이 높아서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렇게 가르친 건 부모 세대이다. '왜 중소기업에서 일할 생각을 안 해?' 하면서 나무라지만, 자신의 아이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 부모가 대체로 기성세대다.
결국, 한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이라고 생각한 것이 모든 사람에게 같게 적용이 된다고 우리는 해석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체면치레를 해야 한다면서 높은 성적, 명문대, 대기업 취업을 반복해서 가르쳤는데, 이런 교육 과정을 거친 20대가 이후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토박이 식당, ⓒ노지
지난주에 나는 늘 가던 토박이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조금 불편한 기분으로 들을 수 있었다. 중년 아주머니는 3살 아이와 동반 자살을 한 20대 부부에 대한 비판을 쉴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20대가 너무 게으르고 태만하다는 것이었다.
"요즘 20대는 왜 일을 안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생활고로 자살했다고 하대? XX. 애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둘이서 맞벌이하면 한 달에 못해도 200은 벌겠다. 그러면 뭐가 먹고 살기 어려워? 우리 때는 120 벌어도 70은 적금 넣고, 50으로 잘 살았는데. 그러려면, 애는 뭐 하러 낳았대?"
정확하게 다 옮길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런 분위기로 이런 비판을 아주머니는 마주 앉은 남편분께 하고 계셨다. 솔직히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결혼해서 산 철없는 20대를 비판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런 비판보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반박하고 싶었다.
아마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다른 20대도 확 기분이 나빠지면서 하나씩 다 조목조목 따지면서 반박하고 싶지 않을까? 아주머니의 의견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너무 억지로 밀어붙이면서 요즘 시대의 환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KBS1
요즘 수도권만이 아니라 다른 곳이라도 어린이집 보내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 어린이집 비용도 상당히 비싸서 쉽게 보낼 수가 없다. 또한, 시대가 달랐던 옛날에는 120만 원이면 그렇게 적금까지 넣으면서 생활비로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은 120만 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20대에 결혼했다고 한다면, 경제적 상황은 크게 좋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대학교를 졸업한 상황이었다면, 밀려있는 학자금 대출을 갚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 대학교를 나오지 않아 고졸이라면, 중소기업 취업도 잘 안 되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수밖에 없다.
3살짜리 어린 아이와 두 명의 20대 남녀. 이들이 먹고사는 데에 필요한 최소 비용은 얼마일까? 내가 사는 지방에도 월세가 40~50만 원에 이르고, 전세 아파트는 대체로 1억을 넘어간다. 정말 협소한 곳도 몇 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 데, 크게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은 이 20대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자살한 20대 부부의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한 달에 150만 원을 벌어도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맞벌이를 통해 최소 한 달 300만 원을 벌어야 어린이집도 보내고, 월세금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공장에서 15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 때문에 추가 비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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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마냥 그 20대 부부를 향해서 거침없이 '게을러서 고생하다가 애와 함께 자살한 무책임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건 조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20대가 대학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에 허덕이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고, 선망하는 기업에서는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20대가 못난 것이 아니다. 단지, 기성세대의 탐욕이 만든 어긋난 사회 속에서 다른 것을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것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20대가 이 살벌한 전장(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열정 페이를 강요당해도 어쩔 수 없이 노예처럼 일하면서 스펙을 쌓기 위해서 아등바등하고 있다.
어긋난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작은 씨앗인 투표를 하지 않는 건 명백히 잘못이다. 하지만 우리는 20대가 사회·정치에 관심을 잃게 한 건 기성세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20대 사이에서도 자숙의 목소리가 나오고, 20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 너무 못나 보이는 20대일 수도 있지만, 많은 20대가 어떻게 살아남기 위해서 버티는 중이다. 그들을 향해 매몰차게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때때로 손을 내밀어 주면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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