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 드러나는 비밀
- 문화/독서와 기록
- 2014. 11. 23. 07:30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의 두 번째 이야기
요즘 이런저런 책을 읽어보다 어느 사람의 추천으로 읽게 된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을 통해 알게 된 한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의 띠지에는 '「비블리아 고서당」을 잇는 감동 미스터리 베스트 셀러'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런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소설은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 시리즈인데, 이 소설은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작은 일상 속에서 어떤 일을 추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추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블리아 고서당'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감동이 있었다.
그러나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시리즈와 명백히 다른 점이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이 작품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에는 좀 더 범죄에 대한 냄새가 강하다는 거다. '비블리아'는 책이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히구라시'는 좀 더 범죄 같은 범죄(유괴,마약)가 사건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은 '탐정 히구라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데, 첫 번째 권에서는 타비토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읽어볼 수 있다. 타비토는 시각 이외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는데, 1권에서 읽을 수 있던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향기? 온도가 뭐? ……아하, 눈에 보인다는 말은 그러니까 이런 건가?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확실히 존재한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된다, 그런 말?"
"아닙니다. 제 눈에는 보여요. 향기는 색으로, 온도는 공기의 질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뭔가 유동하는 게 있다, 그럼 그건 바람인 거죠. 제 눈에는 그것들이 뚜렷하게 다 보입니다."
"알았네. 그렇게나 말하기 싫다 이거지?"
"못 믿으시겠습니까?"
"믿어지겠나? 애당초 그런 건 볼 필요조차 없잖아. 냄새는 코로 맡으면 되지. 온도나 바람은 몸으로 느끼면 되고. 그게 보인다고 해서 뭐가 어쨌다는 거야?"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어 차를 세웠다. 하시다가 혀를 찬 그때.
"제게는 시각 외의 감각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시다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타비토의 얼굴을 확실하게 보았다. 타비토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맑은 눈으로 하시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 중 네 개가 빠져있죠. 제 눈은 다른 네 개를 보강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가시화해서 보여줍니다." (p50)
그리고 이번에 읽은 '탐정 히구라시' 두 번째 시리즈인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에서는 타비토가 시각 이외에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 원인을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원인이 나오는 이야기는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의 마지막 이야기인 '죄악의 냄새'에서 읽어볼 수 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탐정 히구라시' 두 번째 시리즈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 ⓒ노지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은 총 네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타비토가 쫓는 중심 사건과 연결이 되는 이야기는 네 번째 이야기인 '죄악의 냄새'이지만, 다른 세 개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오래된 가게의 맛'과 '어머니의 얼굴'은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그 두 개의 이야기는 따뜻한 가정과 감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가게의 맛' 이야기에서는 이혼하는 가정의 아들인 '슈운'이 가족이 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는데, 우리에게 '요리'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따뜻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는 부모님이 쉽게 착각하는 문제도 엿볼 수 있었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아이 탓을 하며 내 꿈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꿈을 좇으며 행복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토모코 선배는 한 장의 도화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미아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그리던 어머니의 초상화였다.
"이건……."
"응,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들지?"
원아가 그린 그림이니 얼굴 윤곽이 흐트러지는 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추상화 같은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더러 있다. 미아가 그린 그림은 굳이 따지자면 잘 그린 축이었고 얼굴 부분부분은 깔끔하고 솜씨 좋게 그려져 있었기에 그리에 소질이 있는 아이구나, 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잘 그렸기 때문에 더더욱 눈에 띄었다.
미아가 그린 어머니는 눈을 뾰족하게 뜨고, 입에는 송곳니가 튀어나와있었다. 치켜든 손을 보니 안 좋은 상상이 든다. 게다가 그린 외동딸은 빨간색 크레파스로 덕지덕지 색칠을 해놓고서 "그리기 싫어!"하고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던가. 가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일목요원했다. (p178)
"그래서 이런 그림이 나왔다고요? 이건 무슨 괴물 같잖아요. 미아 이 계집애,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에미는 도화지를 구겨서는 내동댕이쳤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발을 동동 굴러대는 모습에 원장 선생님도, 토모코 선배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런 걸 벽에다 붙인다고요? 사람들이 보고 다 웃겠네! 걔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나한테 창피를 주고 싶은 거야? 누구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 짜증 나!"
"어, 어머니, 진정하세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당신들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런 걸 못 그리게 하는 것도 당신들이 할 일이잖아요! 교육을 할 거면 똑바로 하라고요! 도대체 뭐 때문에 비싼 돈을 내가면서 애를 여기에 보내는지 알기는 해요? 아니면 뭐야! 내가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단체로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거야? 도대체 이 어린이집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요코는 넋이 나갔다. 어린애도 아니고, 무조건 자기 체면 밖에 생각하지 않는단 말인가. 게다가 어린이집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하고. 이런 보호자는 처음 본다. (p180)
미아는 벽장 안쪽에 '미아의 방'이라고 적은 종이를 붙이려했으나 그것만은 못 하게 했다. 마치 자기 손으로 딸을 벽장에 쑤셔넣은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에미는 깨달았다. 미아가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이 벽장 속뿐이라는 사실을. 자기 방을 갖고 싶었던 건 어머니에게서 도망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걸.
벽장에 들어간 미아는 즐겁게 웃엇다.
"도대체 나는 어디서부터 틀렸을까? 왜 그런 애로 자란 거지?"
"'누군가를 위해서' 라는 말은 여차할 때 그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딱 좋은 말이죠. 알고 계셨나요?"
"……뭐야? 설교하겠다는 거야?"
화를 낼 기운도 없는 에미는 타비토를 보며 엷은 웃음을 띠었다.
하지만 타비토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이가 바라는 건 단 하나뿐입니다. 부모님의 웃는 얼굴이죠. 미아를 위해 하는 일이라면서 당신이 그렇게 난폭하고 거칠게 굴면 그 감정을 전부 받아내야 하는 아이는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요. 부모인 당신이 미아와 함께하는 삶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아이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 (p207)
이 이야기는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냥 차가운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따뜻한 부모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니까. 비록 추리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책에 사용되는 모든 소재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여기서 좀 더 말을 추가하자면, 한국의 부모도 위 사례에서 읽을 수 있는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거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더 좋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저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이라며 아이에게서 자유와 행복을 빼앗는다. 그러면서 자신에게서도 자유와 행복을 빼앗으며 함께 불행해진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마음속이 무너지고 있을 때, 심각한 징조는 외부로도 나타난다. 발작 증세나 우울증, 그리고 이상한 행동들로. 부모는 그런 행동을 한순간의 일탈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는 질문을 스스로 해볼 필요가 있다.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에서 읽을 수 있는 이 어린이집 이야기는 저자가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서 거기에 이야기의 살을 붙이거나 픽션에 맞게 고쳤다고 한다. 평소 교육 관련 기사를 읽는 사람은 이 이야기가 단순히 픽션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어머니의 얼굴'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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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인 '죄악의 냄새'에서는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 시리즈의 중심 사건에 발을 들이는 부분이다. 히구라시 타비토는 요코이 부탁으로 그녀의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자신의 유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발견하게 되고, 더 없이 살기를 띈 미소를 보여주며 오싹하게 변한다.
히구라시 타비토의 발이 되어 움직이는 유키지는 타비토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몰래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을 뒤지며 '시라이시 경부'의 이름을 조사해보았지만, 유키지는 모종의 가능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과연, 유키지는 타비토가 오싹한 웃음을 짓게 하는 사건에 언제쯤 접근하게 될까? 그리고 거기에 도달할 때, 히구라시 타비토는 악인이 되어버릴까? 아니면, 지금처럼 모두의 힘이 되는 테이의 아버지로 있을까? 그 이야기는 다음권에서 조금 더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상을 전하지만, 때로는 심장이 뛰게 하는 긴장감을 전하는 소설 《히구라시 타비토》 시리즈. 추리 소설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꼭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분명, 절대 실망하지 않을 크고 작은 재미를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저자 후기에서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 일부분을 남긴다.
'히구라시 타비토' 시리즈에서 빠뜨릴 수 없는 어린이집 교사의 일상은 실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서 거기에 이야기의 살을 붙이고 조금 바꿔서 픽션에 맞춰 고쳤습니다만, 알면 알수록 끝이 없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온갖 풍경들에 드라마가 있고, 분명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맛볼 수 있는 감동이 있으며, 그것이 또한 일상을 굴러가게 하는 양념이 되죠.
모든 사람들이 드라마 속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지루한 일상이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이 무대에 선 기분이 듭니다. 사고방식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인생이 훨씬 즐거워지죠.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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