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에게 추천하는 책
- 시사/학교와 교육
- 2014. 11. 19. 07:30
즐겁게 놀면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수험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
수능 시험이 끝이 나고, 많은 수험생이 짧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누군가는 여전히 성적 고민 속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수능시험이 끝나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금 주어진 시간을 가장 즐겁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어떤 수험생은 아직 이른 술을 마시거나 조금 일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 이건 개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이기에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주어진 시간을 좀 더 건전한 방식으로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미가 있다면, 이번 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14에서 노는 방법 등으로 말이다.
부산이 너무 멀어 가볼 수가 없다면, 그냥 집에서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가 끝난 시점에서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게 조금 달갑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미없는 책이 아니라 재미있는 책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일은 앞으로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 정말 추천하고 싶다.
오늘 여기서 나는 수험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 권은 그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르의 책이면서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책이고, 두 권은 이미 드림 멘토 혹은 청년 멘토로 이름이 알려진 두 사람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작은 멘토링이 담긴 책이다. 분명, 이 세 권의 책은 지금의 수험생에게 아주 딱 알맞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들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지겹지 않니, 청춘노릇》 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권의 책이다. 이 세 권의 책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도 알려진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읽어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내가 달라졌기에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평소 그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 소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때까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최고로 마음에 들었다.'이라는 호평하는 작품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시간을 랜덤으로 배열하며 추리하는 즐거움, 주인공 세 명과 이야기 속의 이야기 주인공의 성장을 즐겁게 읽어볼 수 있다.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p447)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노지
드림멘토 김수영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는 그녀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만난 사람들의 꿈을 전해주는 이야기다. 많은 수험생이 수능 시험을 칠 때까지 자신의 꿈은 가슴 한구석에 접어둔 채, 공부에 매진하느라 꿈을 잊었거나 꿈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꿈이 거창한 것이 아니며,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과정이 바로 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데 자신의 의지와 주변의 상황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계속되는 비극 앞에서 인간이 자유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물론 자유롭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 확률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지고도 방황하거나 자신을 파괴시키는 사람도 있고, 처참하리만큼 힘든 환경에서 가능성을 꽃피우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삶의 비극을 한탄하고 좌절해 있기보다는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긍정적으로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안 될 일도 없지 않을까?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게 살았던 시절, 내 주변엔 꿈이 가난한 사람들만 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로 여기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상하게도 불행만 덮치는 것 같았다. 몸이 아프고, 누군가가 죽고, 자연재해가 닥치고, 사업에 실패하고… 그들이 유독 불운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니 원하지 않는 것이 찾아들 수밖에…. 그렇게 그들은 삶의 풍파에 휩쓸려갔다. 만약 꿈이라는 징검다리가 있었다면 그 풍파를 거슬러서라도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어 강을 건넜을 텐데.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우리는 매일 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스토리는 행복으로 시작해서 행복으로 끝나는 순탄한 이야기가 아니다. 좌절과 고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있지만 끝내 그것을 극복해낼 때 감동이 깃드는 것이다. 삶이 역경의 한가운데 있다면, 자신이 위대한 이야기를 써나가는 중이라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p133)
지겹지 않니 청춘노릇, ⓒ노지
한국의 구글로 유명한 핸드스튜디오를 경영하는 안준희 대표와 직원들의 이야기가 담긴 《지겹지 않니, 청춘 노릇》은 개인적으로 지금 수험생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목적지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수험생에게 큰 비전, 아니, 거창한 비전 이전에 '내가 나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강요가 아닌, 꿈을 좇는 핸드스튜디오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아마도 한 번쯤은 자신의 진로와 선택 앞에 심각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를 찾아왔던 수많은 젊은 후배들 중에도 '어디로 가야 할까요' '무엇을 할까요'라는 내용으로 고민하는 청춘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어떤 목적지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할 뿐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았더군요. 예를 들어, 평생을 함께 살아갈 반려자를 선택하면서 어떤 사람이 좋은 반려자인지를 고민하는 청년은 보았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자신의 성품과 가치관, 혹은 본성과 같은 내면적 이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계와 환경, 나아가 시대적 의미까지 고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생각의 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놀라운 선물을 가져다줍니다.
예를 들어, 현재 누구나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잇지만, 자아를 탐구한 이들에게 자본주의는 제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시대의 패러다임에 충실한 보편적 가치가 자아 탐구를 통해 개인의 역사와 철학으로 재해석되면서 개인적 특별성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내린 탐구의 결론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 '그냥'이라는 것이 없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의미가 되어 새로운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자가 자신의 위치를 알면 그것을 기준으로 어디로든 출발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서 있는 곳, 즉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쉬지 않는 자들은 한 번도 가지 않은 낯선 곳일지라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 처음은 매우 주관적이며 얕은 수준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나는 성격이 어떻고, 어떠한 기질을 가졌으며,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정도로 시작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생각이 깊어지고 관심이 많아질수록, 곧 자신을 향한 질문이 매우 깊은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시대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시간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나 살고 있는 한국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한국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의 첫째아들이 아니라, 내 아버지의 첫째아들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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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지상주의가 중심에 있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로 평가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아낌없는 갈채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수험생에게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지금껏 한 것보다 더 많이 남아있지만, 최소 11월 한 달만은 정말 청춘답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수능 시험공부를 위해 가슴 한구석에 남몰래 가지고 있던 내 꿈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와 교사가 말하는 '이상적인 직업'을 꿈으로 착각하지 말고, 정말 내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그런 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 생활이 낭만적인 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이 수능 시험을 뛰어넘어 더 넓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이 필요하다.
일단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기자. 그리고 즐거움을 잊지 말자. 무엇이 내 가슴을 가장 뜨겁게 했고, 무엇이 내게 가장 큰 웃음을 가져다주었는지. 그것이 바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일 수도 있으니까. 현실은 언제나 우리에게 형식적인 틀 속에 있는 것을 강요하지만, 그 틀을 벗어나야 우리는 진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묻고 싶다. "수능 시험을 마친 지금, 당신의 꿈(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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