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험생에 대해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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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우연히 들은 한 남성의 수험생에 대한 이야기


 지난주 11월 13일은 수능 시험이 치러진 날이었다. 그래서 당일 조금 늦게 나왔음에도 거리는 한산했고, 점심시간인 12시 30분 정도가 되었을 때에는 수능 시험일이라 학교를 쉬는 듯한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모든 게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일상 풍경이었지만, 이 평화로운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주에 나는 블로그에 수능일에 반복되는 슬픔, 올해는 제발 없었으면…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발행했었는데, 역시 올해에도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수능을 앞두고 성적 고민에 헤매던 학생이 세상과 이별을 한 소식이 어김없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모두가 마음이 아픈 것 아닌 것 같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이런 수험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비웃는 사람이 있다는 현실에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물론, 솔직히 모든 사람이 그런 어린 학생들의 선택에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비웃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지 않을까?


ⓒ허핑턴 포스트(연합뉴스)


 지난주, 나는 점심시간을 맞아 늘 가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사람이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는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앞에 앉은 여성은 묵묵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데, 혼자 떠드는 그 남성의 말은 참…, 뭐라고 표현하기도 그렇다.


 녹음은 하지 않았지만, 밥을 먹고 나와서 나는 노트에 내가 들었던 그 이야기를 글자를 날려 가며 적었고,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시점에서 글을 아이패드로 작성하고자 노력했다. 그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보며 혼자 떠든 말은 아래와 같다. (옆자리였기도 했고, 크게 말하기도 해서 들렸다.)


(남) : 야, 이거 봐라. 벌써 7명이나 죽었단다. 존내 웃기지 않냐? 성적 고민 때문에 왜 자살을 해? 그냥 1년 더 공부하면 되지. 1년 더 공부하는 게 뭐가 힘들다고? 나 같으면 성적 고민할 시간에 공부나 하겠다.

(여) : ........

(남) : 공부는 지가 하는 거가? 부모님이랑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거지. 나는 태어나서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공부를 한 번도 안 했지. ㅋㅋㅋㅋㅋ

(여) : ........

(종업원) : 식사 나왔습니다.


(*일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바뀌지 않음.)


 거짓 남자의 독백이었지만, 이 남자가 말한 이야기는 그냥 웃고 넘길 수가 없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성은 그 이야기에 흥미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랐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아마 밥이 나오지 않았다면, 또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모른다.


 성적 고민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이가 어떤 심정인지 우리는 쉽게 추측할 수 없다. 아니, 그 심정을 추측할 수 있다고 쉽게 말해서도 안 된다. 아이는 우리 성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한 존재이고, 평소 여기저기서 받은 압박과 스트레스에 정말 괴로워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부모와 교사가 최대한 배려를 하려고 하더라도 매번 수능 시험일마다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거다. 많은 아이가 묵묵히 시험장으로 향해 무거운 마음으로 수능 시험을 치지만,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시험일을 기준으로 무너지고는 한다.


 이 모습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이것을 슬퍼해야 한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슬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선택을 안타깝게 여겨야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내가 한 번도 성적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고, 그들을 비웃는 일은 정말 해서는 안 될 짓이 아닐까?



 만약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수험생의 부모가 있다면, 꼭! 아이를 안아주면서 낯간지럽더라도 "수고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비록 그게 부끄럽게 느껴질지라도 그 작은 따뜻함이 자칫 무너질지도 모르는 아이의 흔들리는 마음이 단단해질 수 있도록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험생의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어제 내가 식당에서 우연히 들은 그 남성처럼 혼자 괴로워하다 슬픈 선택을 한 수험생을 비웃지 말자.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 게 예의이고, '사람의 도리'라는 거다. 그들이 남의 슬픔을 비웃을 때, 그들은 누구보다 잔인한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실수라도 수험생에게 "시험 잘 봤지? 재수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일 것 같아?" 같은 말을 던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대신 따뜻한 웃음을 머금고, "수고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같은 힘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자. 눈치 없이 "수능 끝났으니, 이제 면접이랑 논술 준비해야지?" 같은 말을 하지 말고.


 우리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자. 비록 이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것을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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