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밥 한 끼를 굶는다
- 일상/사는 이야기
- 2014. 12. 11. 07:30
책 한 권을 더 사기 위해 밥 한 끼를 더 굶는 저, 비정상인가요?
사람들은 그 사람의 돈을 쓰는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돈을 모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주에 소개했던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에서 읽을 수 있었던 '알리바바' 사원들은 비싼 중형 택시를 보내고, 좀 더 저렴한 소형 택시를 타고 여기저기 다닌다고 한다. 마윈도 마찬가지로 비행기보다 버스와 열차를 이용한다고 한다.
부자들은 이상하리만큼 돈을 쓰는 데에 정말 각박하다. 그래서 그들은 부자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돈이 많으면, 그만큼 돈을 쓰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이 계속 부자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벼락부자만이 부자가 되자마자 흥청망청 돈을 쓰다 바로 몰락해버리지, 그들은 절대로 돈을 흥청망청 쓰지 않는다. 늘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은 이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이런 이야기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는 이유는 한국의 재벌들이 그런 돈을 개인의 탐욕을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인데, 해외에서 볼 수 있는 부자들의 사례는 우리 한국의 재벌과 그 경향이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혹은 세계적인 부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소박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많은 돈을 사회에 기부한다.
ⓒ구글 검색
그들에게 기업의 역할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건 미국이기에 기업의 정의가 다른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를 배울 때에도 '기업의 역할은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한국의 구글로 불리는 《핸드 스튜디오》의 안준희 대표도 그 당연한 역할을 지키면서 사내 복지를 늘리고,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함께 기부하는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한국의 구글,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가 말하는 청춘다움
그런데 한국에서 유명한 대재벌들은 그것을 지키지 않고, 대체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부를 축적한다.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보상도 해주지 않고, 직원들이 임금 상승 혹은 대우 개선을 위한 시위를 하더라도 묵살해버린다. 그들에게 기업은 '나를 위해 돈을 축적해주는 것'일뿐이지, 사회에 부를 분배하는 기능을 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경제는 시커먼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죽어서 하늘나라에 간 사람이 있었다. 하느님이 그를 한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봐라, 이것이 지옥이다."라고 했다. 그 방의 정중앙에는 큰 솥이 놓여있었다. 솥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배고파하며 손에 큰 국자를 들고 있었다. 국자의 손잡이가 너무 길어 국을 입 안에 넣을 방법이 없었다. 솥 안의 국을 바라보며 굶고 있는 것이었다.
하느님은 이번에는 그를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이번에는 천당을 보여주마." 이 방에도 솥이 놓여 있엇다. 그러나 이 방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좋고 행복해했다. 손에는 긴 국자가 들려 있었다. 각자 고깃국을 떠서 다른 사람을 먹여 주고 있었다. 똑같은 조건인데 한쪽은 천당이고 한쪽은 지옥이다. 혼자서 자원을 독점하느냐 아니면 이익을 공유하느냐에 행복이 달려 있다는 교훈이다.
(p286_알라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는 '남의 이야기'이라고 느껴져서 잘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하루 살아가기 힘든 우리가 '짠돌이'이라는 별명을 들으면서 돈을 모으고, 의미 있는 데에 돈을 사용하는 건 솔직히 힘든 일이니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개인적으로는 '필요 없는 곳에서는 돈을 쓰지 않는다.' 하고 자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나는 돈을 모으지 못하는 소박한 시민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과 달리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친구도 거의 없어 사람들과 만나서 돈을 쓰는 일이 없다. 그래서 나는 적은 수익만으로도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럼에도 나는 늘 돈의 부족에 시달린다. 무슨 사설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비싼 외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나는 월말이 되면 '돈이 없다.'이라며 페이스북에 한탄하고는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책을 구매하는 데에 돈이 많이 사용되는 것에 있다. 나는 매달 기본 최저 15만 원가량의 금액을 사용하면서 꾸준히 책을 구매하고 있는데, 지난 몇 달 동안은 책을 구매하는 데에 15만 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되어 버렸다. 더욱이 지금은 신 도서정가제 실시로 책을 구매하면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이 줄면서 더 심각한 '경제적 빈곤'의 위기에 처할 지경이다.
ⓒYES24 화면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프는 내가 아이패드에 작성하고 있는 가계부 어플의 기능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책을 구매하는 데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볼 수 있는데, 지난 8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약 71만 원의 비용을 책을 구매하는 데에 사용했다. 한 달에 약 14만 원의 비용을 사용한 것인데, 데이터가 날아간 8월 초와 앞으로 구매하게 될 12월 말의 비용을 합산하면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사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음, 그냥 글쎄- 서점을 기웃거리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카트에 넣어서 보관하다가 매달 사서 읽는 라이트 노벨 신작 시리즈가 나오면, 어느 정도 카트를 채워서 구매한다. 그렇게 꾸준히 매달 책을 구매하다 보니 한 달 평균 소비 비용이 15만 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간혹 이 비용이 초과할 때가 있는데, 이때는 밥값을 사용한다.
나는 한 달 동안 밖에서 먹는 식비와 종종 집에서 먹는 식비를 매일 최저한도로 설정해 놓는다. 그리고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적금과 통신비, 보험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종종 '돈 씀씀이가 안 좋다.'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사용하고 싶은 곳에 사용하는 비용이 줄어들지 않다 보니 다른 곳에 돈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쿠폰북 모으기, ⓒ노지
보통 밥 한 끼를 먹는 데에는 가장 저렴하면 2,000원으로 김밥을 사 먹고, 많이 사치를 부리면 덮밥 곱빼기 (9,000원)를 먹는다. 하지만 덮밥 곱빼기는 세 달에 한 번을 먹을까 말까 한다. 일반적으로 점심밥 한 끼는 7,500원 덮밥과 4,000원 자장면을 번갈아 먹으면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한다. 더욱이 계산할 때 포인트 적립이 되는 곳에서는 포인트 적립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그리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에도 최대한 혜택을 보기 위해서 쿠폰을 주는 한 곳에서 시켜서 먹고, 위에서 볼 수 있는 쿠폰 북을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한다. 이 쿠폰 북은 다섯 개를 모으면 현금 5,000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다음에 주문할 때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쿠폰 북'을 사용할 때 현금으로 계산하면 카드로 계산하면 주지 않는 치킨집의 쿠폰도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비록 쿠폰 북의 사용 날짜가 있어서 가끔 다섯 개를 다 모으지 못해 사용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외식을 해서 비싼 돈을 사용하기보다 '그냥 시켜서 먹자. 그게 비용과 효율이 높다.'이라고 엄마와 동생에게 말하면서 바깥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보다 그냥 집에서 밥을 해서 시켜 먹는 것을 선호한다. 파닭 2세트 18,000원 혹은 탕수육(소) 17,000원이면 고기 4인분 38,000원보다 훨씬 배부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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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돈도 전부 '책을 구매하고 여력이 있을 때' 가능한 돈이다. 책을 구매하는 데에 돈이 부족하면, 나는 당장 밥값에서 책값을 충당한다. 비록 치콜이 먹고 싶을 때 바로 먹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포인트 카드에 착착 적립했던 포인트로 빵을 사 먹거나 적은 돈으로 라면 혹은 시리얼을 사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끼니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꽤 괜찮게 살아간다. (다이어트가 되는 건 덤이고!)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어디에 가서 놀지도 않고, 밥 먹을 때에는 싼 것을 먹고, 밥값이 아까워서 외식보다 시켜서 먹고, 시켜서 먹기보다 그냥 있는 것으로 대충 때우고, 포인트 적립은 꼭 하고, 할인 쿠폰은 꼭 챙기는 나. 이 이상한 나는 그냥 돈이 아까워서 안 쓰는 짠돌이라기보다 그 돈을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고 싶은 것을 사는 현명한 소비자라고 말하고 싶다.
며칠 전에도 1년 동안 쌓인 포인트로 '특가 할인' 피자를 시켜 먹었다. 그리고 어머니 지인의 행사에서 사진을 찍는 조건으로 밥을 먹었었고, 인스턴트 스파게티를 사서 '늘 먹는 밥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먹고 싶다'고 느낄 때 가끔 끓여 먹었다. 이 모든 게 내가 사고 싶은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이번 12월도 약 30권을 구매하게 될 것 같은데, 벌써 밥값이 바닥을 보였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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