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인품이 있고, 말에는 언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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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품》,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이 타인을 평가하는 데에는 외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처럼 외모에 자신이 없거나 외모가 준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잘생긴 사람, 예쁜 사람만 좋아하는 빌어먹을 세상!'이라며 욕을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보는 기준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렇지 않다'. 고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찾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나를 탓하는 기준으로 남을 탓하면,

탓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를 칭찬하는 기준으로 남을 칭찬하면,

우린 칭찬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언품, p160)

 

 바로 위에서 읽을 수 있는 말이 우리의 진실이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외모 관리에 신경을 쓴다. 최소한 내가 남에게 흠 잡힐 곳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다니기 위해서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사람들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짙어 겉모습만 잘 갖춰진다면, 어디에서 멸시당하는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공부를 하는 것이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 책을 읽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아닐까? 사람의 내면은 바로 일상생활에서 그 사람이 어떤 태도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열심히 갈고 닦는 기술 중에 하나가 바로 '말하기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훨씬 더 우리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언품,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언품》은 오랜만에 읽게 된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책의 표지에서 볼 수 있는 '말은 마음의 소리다!'이라는 문구가 정말 인상적인데, 이 문구는 정말 딱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쉽게 알 수 있으니까.


 늘 저속한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도 저속할 확률이 높다. 그런 사람은 인간 됨됨이가 잘못되어 주변 사람에게 해(害)를 끼치는 사람일 확률이 높은데,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배우지 못한 사람' 혹은 '양아치' 같은 수식어를 붙인다. 아마 정치인 중에서 이런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매번 막말 논란에 시달리는 어떤 사람이 말이다.


 우리에게 말이라는 건 언제나 나를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도 있지만, 한 번에 이미지가 추락해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큰 이미지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가볍게 툭툭 내뱉은 말로 어떤 사람을 자살까지 하게 할 정도로 말이 가진 공격성은 어마어마하다. '언어 폭행' 같은 항목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말을 좀 우습게 아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누가 보아도 명백해 '악의(惡意)'가 담긴 말을 댓글로 남기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일간베스트 저장소(통칭: 일베) 같은 집단은 사이트 내에서 어떤 사람을 일방적으로 헐뜯기도 한다. 그 행위 모두가 말로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한 사람에게 쉽게 아물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저 '장난이었다.' 같은 말로 변명할 뿐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면,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모두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담아서 상대방을 대하기 위해 말조심을 하지만, 간혹 있는 말에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담지 않는 사람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니까. 얼마 전에 있었던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자살 시도 또한 그 예에 해당한다. 이미 충분히 배웠을 것 같은 어른이 저속한 말로 사람을 괴롭히다 그 지경으로 몰고 간 것이다.


춘추시대의 사상가 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언삭궁 불여수중'이라고 강조했다. '말이 너무 많으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뭐든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책임은 자기 몫이다. 특히 말이 그렇다.

작은 것에 연연하는 말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양 내리는 장대비와 유사하다. 사납고 거칠다. 홍수를 일으키고 자신마저 고립시킨다.

반면 큰 것을 염두에 두고 진중하게 길어 올린 언어에는 고유의 가치와 품격이 있기 마련이다.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는 단비와도 같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품(品)'이란 한자의 구조를 짚어보자.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뤄진 걸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성품이 되는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말은 인격이다. 인격이 말하고 인격이 듣는 것이다.

당신의 체취, 당신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당신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렇듯 말의 무게감은 크다. 한 인간의 원천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말의 가치와 무게를 충분히 알고 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말 때문에 불행을 자초하거나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다.

글은 고칠 수 있으나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돌이킬 수 없다. 잘 말하는 게 대수가 아니다. 언사(言辭)가 화려할수록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헤아린 뒤 말을 내뱉어야 한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글귀가 문득 생각난다.

모름지기 사람은 세 번 생각한 다음 한 번 말하면 큰 화를 면할 수 있다. (p129)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가 하는 말을 조심하려고 하고, 말을 하기 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는 고민을 한다. 애초에 나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데에 서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청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인데, 이것도 말에 담긴 의미를 바로 해석할 수 없으면 올바른 청자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 혹은 잘 만나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내가 자칫 실수로 타인에게 기분을 불쾌할 수 있는 말을 했다면, 나는 정말 그 이후로도 '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으로 뇌 속에 저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심리를 추측하는 데에 박식한 사람은 오직 그 사람의 말하는 태도와 그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로 평소의 행실과 직업 등을 유추하기도 한다. 잘 나가는 사기꾼이 괜히 사기꾼이 된 것이 아니다. 비록 그 사람의 말에 품격은 없을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절묘한 기교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욕하는 기둥서방도 그 예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런 낮은 예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는 말에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쉽게 무너지는 사회 지도층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동안 자주 말했던 '내가 해봐서 아는데….'이라는 말은 네가 뭔데 해봐서 알아? 맨날 해봐서 안다고 하네. 그래서 4대강을 이렇게 망쳤느냐?'는 욕을 하게 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도 그녀에 대한 반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었다.


리더 기질을 지닌 사람들의 언품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대화를 나눌 때 1인칭(나)만 고집하지 않는다. 2인칭(우리)과 3인칭(여러분)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한다. 또한 아랫사람에게 일방적 지시와 명령만으로 채찍을 가하기보단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청유형 어미도 적절히 활용한다.

예를 들면 "어서 가", "매출을 올려"가 아니라 "함께 갑시다", "목표에 도전해볼까?" 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의 연대의식을 강화하고 나아가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낸다.

보스는 다르다. 보스는 '짐이 곧 국가'라는 인식에 따라 조직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중세 시대 절대 군주처럼 행동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말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며 상대의 행동을 함부로 평가하고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버릇이 있다. 일종의 경험주의 화법이다.

속도와 추진력을 강조하는 화술은 조직의 단기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목표를 향유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는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p175)


 윗글을 읽어보면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현 2014년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 그녀의 지지기반 새누리당과 바보 같은 야당이 되어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지 못한 새청지민주연합 정치인의 말이 떠오른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이버 망명'을 부추긴 박근혜가 내뱉은 말은 정말 가관이었다. 정말 중세 시대 절대 군주처럼 '짐이 곧 국가'라는 말을 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책 《언품》에서는 이렇듯 우리가 말에 담긴 품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말하는 게 상대방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는지를 읽어볼 수 있었다. 크게 어려운 책도 아니었고, 저자가 있는 척을 하는 책도 아니었다. '언품'이라는 제목답게 짧은 이야기를 토대로 우리가 말을 잘 배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 말의 품격을 높이고, 내 말을 듣는 상대방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말이다.


 "딱딱한 것은 절대 부드러운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부드러운 것은 때에 따라 강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그저 딱딱하기만 한 내 말을 부드럽게 하는 동시에 필요한 때에는 무엇보다 강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말의 기교를 터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책 《언품》은 이야기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기 싫은 말을, 내게 상처를 주기 싫은 말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플러스 메시지' 부분에서 꼭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정말 딱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었던 메시지 일부분을 남긴다.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가족 대화 십계명''남녀 대화 십계명'이다.


* 가족 대화 십계명


1. 갈등이 생기더라도 동시에 화내지 않아야 합니다.

2.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 목소리를 높이지 마세요.

3. 다른 사람과 내 가족을 쓸데없이 비교하지 마세요.

4. 이웃 앞에서 가족의 단점을 얘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5. 쉽게 말하지 않아야 하고 쉽게 흘려들어도 안 됩니다.

6. 집에서 쌓인 앙금은 반드시 집에서 풀어야만 합니다.

7. 정말 중요한 일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결정하세요.

8. 가능성이 부족해 보여도 기대를 저버리지는 마세요.

9. 때론 가족을 바꾸기보다 나를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10. 원망 섞인 말로 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마세요.


* 남녀 대화 십계명


1. 침묵하는 연인은 있어도 윽박지르는 연인은 없습니다.

2. 상대방의 말을 함부로 끊거나 말꼬리를 잡지 마세요.

3. 차이가 있다는 건 인정하되 차이를 문제 삼지는 마세요.

4. 같이 살아서 부부가 아니라 서로 믿으니까 부부입니다.

5.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함께 의논하세요.

6. 시댁이나 처가에 대한 험담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7. 지난날의 잘못과 실수 등을 다시 끄집어내지 마세요.

8. 문제를 얘기하기보단 해결책을 더 많이 얘기하세요.

9. 연인 사이일수록 지적보다는 칭찬을 더 많이 하세요.

10. 사랑은 그 어떤 순간에도 핑게를 대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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