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을 창피하다고 보는 어른이 이해 안 돼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0. 7. 07:30
남과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만드는 한국 사회
세계 통계를 찾아보면, 인종차별 지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자주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백인의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에 대한 뉴스가 보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을 두고 유대인을 멸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보인다. 이 시점에 들어서게 되면, 우리는 그 세계 통계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는 확실히 감소하고 있다. TED 한스와 올라 로슬링의 강연의 강연인 '세상에 관해 무지하지 않는 법'은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강연 보기) 이렇게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여러 문제가 감소하는 추세는 정말 두 팔 벌려서 환영할 일이다. 기아가 줄어들고, 인종차별이 줄어들고, 소득 차이가 줄어든다는 건.
그럼에도 우리는 이 사실을 솔직히 체감하기 힘들다. 우리가 보는 뉴스에서는 언제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사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멈춰 있다.'라는 말 이외에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하는 과정에서 조금 정체되는 건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추락하고 있다는 거다!
우리 한국 사회가 이런 추락을 경험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딱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남과 다른 짓을 하지 마라.'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남과 다른 것을 철저하게 배제를 한다. 부모는 어릴 때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남만큼만 해라.' 같은 말로 아이를 가르친다. 이 가치관은 우리 사회의 중심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Different is not error, ⓒ구글
어릴 때부터 그랬었지만, 나는 지금도 아직 그런 말을 열심히 하면서 남들처럼 살라고 말하는 어른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이 무엇을 할지 모르면, 그냥 남이 사는 것처럼 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어른이 남과 다른 건 틀린 거라고 말하면서 왜 혼자 오답을 고르냐면서 뭐라고 한다는 거다. 다른 건 틀린 게 아닌데, 그걸 인정하지 못한다.
이런 가치관은 아이의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교 폭력을 비롯한 사회 폭력에도 이런 가치관 오류가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다른 건 틀린 것'이라는 가치관은 결국 자신과 조금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같은 그룹에서 공부를 못하면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조금 반응을 다르게 해도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건 학교 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회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남과 다른 것을 치명적인 결점'이라고 여기면서 창피한 일, 당장 고쳐야 할 일로 여긴다. 언제나 획일적으로 남과 똑같이, 남처럼, 남이 하는 것을, 남이 입는 것을, 남이 듣는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자신의 행복보다 남의 시선을 먼저 신경 쓰기에 불행해진다.
물론,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게 행동한다는 게,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게 삶을 산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불편'한 거지, 절대 '불행'한 것이 아니다. 하물며 '틀린 것'이 될 수도 없다. 그런데 많은 어른이 자신의 아이가 남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창피해 한다. 자신의 아이가 음악이나 미술에 재능을 보여도 남처럼 공무원이 되라고 하는 현실이 정말 막막하다.
종종 어른은 아이에게 "다른 아이는 다 하는데, 왜 너만 못하냐?"라는 말로 아이를 혼낼 때가 있다. 그런데 이건 똑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르니까 못할 수도 있는 거다. 어떤 아이는 수학을 잘할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미술을 잘할 수도 있다. 아이의 재능이, 개성이 다른 거다. 그런데 왜 그걸 가지고 자신감을 죽이고, 창피해 하는가?
만약 아이가 그런 훈계를 하는 부모에게 "그러면, 왜 엄마와 아빠는 이렇게 가난해? 저 집 애는 엄마와 아빠가 집도 몇 채나 있고, 차도 3대가 넘는대. 왜 다른 엄마와 아빠는 하는데, 엄마와 아빠는 못해?"라는 말로 반박하면 어떻게 대답할 건가? 십중팔구 부모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아이를 더 혼낼 거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손찌검을 하면서 말이다. (반박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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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이런 잘못된 가치관이 뿌리 깊게 내리고 있다. 그래서 함부로 모난 돌이 되지 말라고 한다. 그냥 남처럼 살면 편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냥 그렇게 살라고 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피아노를 치면서, 글을 쓰면서,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사는 삶인데… 그냥 공무원 시험이나 치면서 남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살라고 한다. 최소한 불편하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라는 사람이 공장에서 찍어낸 클론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남들처럼 살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 가치관으로 교육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이야기하고, 사회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르기에 다른 사람은 다를 수 있는 거다. 비록 거기서 '최악'이라는 수식어로 붙일 수 있는 일은 있겠지만 말이다. (일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부패의 원인도 언제나 획일적인 문화를 강요하며 흐르기보다 멈춰 있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다 멈춰있는데 혼자 흐르려고 하면, 악의적으로 물어뜯는 일이 너무 손쉽게 벌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을 그런 공포에 벌벌 떨면서 모난 돌이 되지 않기 위해 '남과 같은, 남처럼 사는, 더도 덜도 아닌 그냥 남만큼'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그런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게 되면 그만큼 감수해야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멈춰있을 때보다 더 내가 내 삶을 즐길 수 있다. 멈춰서 썩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맑은 물이 될 수 있다. 썩는 물이 되기보다 맑은 물이 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 멈춰있기만 했다. 그래서 곳곳에서 물이 썩으면서 나라를 오염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나라는 점점 뒷걸음질을 치며 현 정부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후퇴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독이 든 케이크를 달콤한 딸기 케이크로 포장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런데 '남과 다른 건 틀린 것'이라는 고집 때문에 그걸 지적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다. 다른 것을 창피하다고 보는 어른이 주야장천 그런 말을 떠들고, 그런 가치관으로 교육하고, 그런 생각으로 사회를 유지해나가니까 발전이 없다. 모두가 같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건 그냥 공산주의다. 다른 것을 창피하다고 하지 말자. 왜 남은 다 하는데, 너는 못하냐고 욕하지 말자. 나는 남과 다르니까. 그것만으로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모습이나 행동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남들로부터 시선을 받는 일은 꽤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르게 사는데 자기 이유가 분명히 있다면 그 삶은 불편할지언정 불안하지는 않다. 불편한 것은 외부에 원인이 있지만, 불안한 것은 내부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이유가 분명하면 불안 하지 않고 마음이 안정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빛깔, 다른 향기, 다른 소리와 맛을 지니고 있다. 논어에는 화이부동(어울리기는 하되, 같아지지 않고) 동이불화(같아지기는 하되,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전자는 군자의 삶이고, 후자는 소인의 삶이다. 어울린다는 것은 자기의 것이 있다는 것이고, 자기 것이 없다면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다.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것을 인정하고 보호해야 자신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성숙한 사회다. 나의 이런 주장은 언뜻 현대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하나의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장터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장터에 똑같은 것만 나와 있다면 그곳에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산촌에서 캔 나물, 어촌에서 잡은 물고기, 들에서 거둔 곡식이 모여들어야 장이 풍성해지듯이, 각 나라 고유의 향기와 문화와 빛깔과 맛과 냄새,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야만 진정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미래는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쩌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오래된 것 속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의 한 조각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가치들을 찾아내는 일 역시 많은 사람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일이다. 나는 나의 이유를 앞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오래된 미래를 찾아가는 것이다. _ 내 인생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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