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 문화/독서와 기록
- 2014. 9. 19. 07:30
짧게 읽어보는 대중을 사로 잡은 글로벌 기업의 스토리 전략
어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목숨만큼 소중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게 바로 '브랜드 가치'이다. 똑같은 옷, 똑같은 술, 똑같은 컴퓨터라고 하더라도 어느 기업의 브랜드 마크가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요동친다. 괜히 사람이 브랜드 가치를 따지면서 어떤 제품을 그냥 구매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그 브랜드를 통해 얻는 경제 외부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거다.
이 브랜드 가치는 시장에서 자사의 제품이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하는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대체로 우리는 어느 기업이 몰상식한 행동으로 이미지 추락을 겪었을 때 그 브랜드의 가치가 얼마나 심각하게 떨어지는지 쉽게 볼 수 있다. 이전과 똑같은 품질로 나오고, 더 할인을 해주어도 사람들은 '그 제품은 나쁜 기업의 제품'이라며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이 브랜드 마케팅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뭐, 애초에 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마크나 회사의 이름 등은 기업이 제일 먼저 내세운 획기적인 아이템과 닮아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거의 모든 유명 기업의 브랜드의 마크나 이름에는 각각 유별난 스토리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건 애플의 사과 마크이지 않을까?
애플의 사과 마크는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마크다. 전화번호부 책에서 제일 먼저 있었던 이름이 'APPLE'이었기에 애플을 상호명으로 사용했고, 사과를 기업의 로고 이미지로 만들었다고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왜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당연히 나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눈에 띄기도 한다.
이렇게 각 기업의 브랜드 마크나 이름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재다. 그 이야기 속에는 그냥 단순한 해프닝이 있기도 하고, 정말 '이게 혁신이구나.' 혹은 '다른 생각이구나!' 등의 감탄을 할 수 있는 전략이 숨어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책은 그런 이야기를 쉽게 읽어볼 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노지
그 책은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는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라는 상당히 흥미가 생기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아마 평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제목의 책을 본다면, '왜 폭스바겐은 그런 광고를 했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에 서점에서 책을 펼쳐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런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을 구매했다.
폭스바겐은 독일의 차 브랜드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차량 브랜드 중 하나다. 이 폭스바겐의 차는 고장도 쉽게 나지 않고, 연비도 좋고, 외관도 상당히 매력적인 차가 많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연비도 좋고, 출력도 꽤 괜찮고, 가격도 적당한 폭스바겐의 골프가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뭐, 이건 책과 상관없는 이야기이니까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내가 이 책을 구매한 건 이 독특한 제목을 가진 책은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인데, 책을 펼쳐 읽으면서 '재미있다'는 느낌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다. 책의 표지에는 "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라는 문구가 붙어있는데, 그 문구의 의미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 도서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과 닮아있다. 하지만 닮아 있어도 전혀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어렵게 긴 내용을 통해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의 로고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저 단순명료하게 다양한 기업의 특이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유익했다. 책을 읽으면서 '호오, 과연! 이게 바로 혁신이구나!' 하게 만들기도 했고, '오오, 우리가 잘 아는 기업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하면서 웃을 수 있게 해주었다. 아마 요즘처럼 독서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을 보내는 이 시기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인상을 찌푸리지 않더라도 읽을 수 있는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니까.
·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1961년만 해도 광고에 결점이 있는 상품을 들고 나오는 일은 터무니없는 주제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불량이 난 폭스바겐 차량이 등장하는 인쇄 광고가 그해에 제작되었고, 대략 40년이 흐른 뒤에 여론조사 결과 '세계 최고의 광고'로 인정받게 되었다.
거대 광고회사 도일데인번벅에서 일하는 헬무트 크론 아트디렉터와 줄리안 쾨니히 카피라이터가 함께 작업한 폭스바겐 광고는 비틀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이 인쇄물에는 작고 단단한 자동차의 흑백사진이 나오고 그 아래에 '레몬'이라는 한 단어짜리 광고 카피가 쓸쓸하게 박혀 있다. 딱정벌레 모양의 자동차 비틀이 작은 레몬을 닮았다는 의미일까?
이어서 광고는 특이하게 생긴 비틀이 엄격한 품질검사에서 어떻게 불량 판정을 받게 되었는지 자세히 서술한 깨알 같은 자막을 내보낸다. '이 차는 앞좌석 사물함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작은 흠집이 나 있어서 교체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일하는 크루트 크로너라는 검사원이 발견했습니다.'
과장과 조작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그런 광고는 어느 경쟁사보다 정직하고 진실해 보였다. 비틀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빠르고, 가장 널찍한 자동차가 아니라는 사실도 기꺼이 인정했다. 오히려 비틀은 레몬을 닮은 작은 차이고 '못생긴 벌레' 같다며 시리즈 광고를 냈다. 또 '작은 차라 당신의 집이 더 커보입니다'라는 재치있는 카피도 선보였다.
비틀이 가진 장점은 실속 있는 크기에 연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경제성이었는데, 여기에 요란한 겉치레가 없는 광고를 통해 신뢰성이라는 미덕이 추가되었다. 게다가 자기비하적인 네거티브 전략과 유며, 정직함이 더해져 소비자들에게 비틀이라는 상품이 각인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는 세계인의 자동차가 되었다. (p40)
훌륭한 광고는 진실을 호도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다.
당신의 브랜드에서 알리고 싶은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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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번 모아서 읽어보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는 남보다 더 빨리 그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우리가 익히 하는 그 브랜드의 어떤 이야기는 분명히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이름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 브랜드 이름 중 하나다. 블로그를 운영했던 초기에는 로그 이름을 영어로 했었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이야기의 주제가 점점 변하면서 제목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영어로 적었던 'LIFE STORY'를 '소박한 이야기'라는 한글로 바꾸었고, 닉네임도 내 별명을 사용해 '노지'로 바꾸었다.
그리고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단순히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대박이 났다고 말하기보다 꾸준히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나서 좀 더 편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악플러는 "소박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심한 이야기로 하는 게 어때?"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은밀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를 만든다면 '소심한 이야기'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아하하.
어떤 놀라운 생각과 발전은 바로 이런 사소한 곳에서 시작한다. 구글(Google)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원래 정했던 이름 '구골(Googol)'을 잘못 쓴 오타였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실수를 저질렀다면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 가끔 실수에서 기막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라는 말을 책에서 읽을 수 있다. 딱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실수는 무조건 버려야 할 것, 실수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금기로 여긴다. 하지만 그런 실패라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성장할 수 있고, 그 실패 속에서 다른 시각으로 도전할 수 있기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거다.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는 우리가 익히 아는 브랜드에 관한 스토리를 통해 정말 재미있게 그 사실을 이야기한다.
선택은 개인이 할 문제이지만, 난 이 책이 썩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글을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몇 개의 사례를 남긴다. 이 책이 독서를 즐기는 사람에게, 혹은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멋진 아이디어 책이자 재미있는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가구가 차에 안 들어가면 분해하지 뭐", 이케아
이케아 가구 전시장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이 어느 날 탁자 하나를 구입했다. 저녁이 되어 그것을 집으로 가져가려고 하는데, 차가 너무 작아 뒷좌석에 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직원은 탁자에서 다리를 떼어낸 후에야 뒷좌석에 겨우 실었고 다행히 별 손상 없이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잉바르와 디자인팀은 떼고 붙일 수 있어 판판하게 포장이 가능한 가구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1956년 드디어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판판하게 포장하는 플랫 패키지는 포장, 운송, 저장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낳았을 뿐 아니라 운손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는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이케아의 비전에 딱 들어맞는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이렇게 이케아 탁자는 최초의 조립식 가구로 탄생했고 자가 조립용 플랫 패키지 상품은 이케아 고유의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이들은 눈앞에 맞닥뜨린 어려움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한 사람들이었다. (p102)
· 5,126번의 실패가 만든 다이슨 청소기
어느 날 다이슨은 집에서 청소를 하다가 진공청소기가 제대로 먼지를 흡입하지도 못하면서 요란한 소리만 내는 것을 보고 몹시 짜증이 났다. 진공청소기의 먼지봉투 구멍과 필터는 먼지가 찰 때마다 너무 자주 막혔고 그러다 보니 흡입력이 떨어져서 청소기가 거의 작동을 못하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제임스는 자신이 직접 먼지봉투와 필터가 필요 없는 청소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청소기를 만드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5년에 걸쳐 5,126개나 되는 시제품을 만들고 실패를 거듭한 후에야 제임스는 만족스러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일까? 제임스는 '보통과 다르게' 생각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과 착오가 필요했다며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 청소기를 만들고자 했을 때에는 책에서 보던 대로 평범한 형태의 회오리바람을 이용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카펫의 솜털이나 애완동물의 털, 실오라기 등을 분리해 낼 수가 없었지요. 청소기 안에서 둥글게 뭉치거나 밖으로 빠져 나가 모터 안으로 빨려 들어갈 뿐이었습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한 다른 형태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뿔을 뒤집어놓은 모양으로 집진장치를 달아보자 제가 생각한 대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방식이라 생각한 것을 시도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하는 방식은 늘 옳고 우리는 늘 그들처럼 하도록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p187)
기존의 상식을 뒤집어보고 보통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때 결정적인 해법이 보일 때가 있다. 그렇게 발상을 전환하고 행동을 바꿀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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