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일본어 공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 문화/독서와 기록
- 2014. 9. 20. 07:30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일본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외국어를 공부하는 일은 우리에게 '필수적인 일'로 여겨진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무엇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꾸준히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굳이 시험을 치는 과목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외국어 회화 능력을 갖추는 건 요즘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요한 능력'이라고 해서 무작정 공부해야 한다며 외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 금세 질린다. 어떤 일이라도 '재미'가 있어야 그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 나는 일본어 회화 수준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데에는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데에 든 시간의 절반도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공부를 공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공부로 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냐며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난 영어 공부를 오직 수능 시험을 치기 위해서만 했었다. 영어 공부는 '내게 즐거운 일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어 공부는 '시험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일본어로 읽기 위해서'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자발적인 즐거움을 위해 했던 거다.
그래서 나는 일본어 공부를 하는 데에 전혀 질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본적인 것을 바탕으로 혼자 독학할 수 있는 책을 사서 구매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 덕분에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정말 어려운 단어만 줄줄 나오지 않는 이상' 대체로 다 알아듣고, 대답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일본어로 된 만화와 라이트 노벨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일!)
화이트 앨범2,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책은 최근에 내가 읽고 있는 일본어로 적힌 라이트 노벨 《화이트 앨범2》 시리즈이다. 뭐,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읽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막히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수준이 되기까지 내가 열심히 한 건 그저 '기본을 반복하는 일'과 꾸준히 단어와 한자를 외우는 일밖에 없었다. 특정 시험을 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외국어 공부가 어렵고, 재미가 없는 건… 그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시험을 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비정상회담》에서 장위안이 "우리가 영어가 안 되는 이유는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공부라는 일로 생각하는 순간, 모든 외국어 공부는 모호하기만 한 재미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쉽게 외국어 공부에 질리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뭐, 여기에는 '언제나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 풍토가 원인이 되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나 일본어로 상대방과 말하거나 나처럼 원서를 읽고 싶다면… 정말 자신이 즐길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본어 공부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어 공부가 똑같다. 일단 먼저 '내가 왜 이 외국어를 배우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 질문에 내가 즐길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혼자 하는 외국어 공부라도 즐기면서 매일 꾸준히 반복하며 할 수 있어 금세 자신의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이렇게 빨리 라이트 노벨을 원서로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노지
다른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외국어 공부를 시작할 때는 무조건 자만하지 않고 기본부터 확실히 반복할 필요가 있다. 일본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 기본서가 바로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책이다. 이미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많은 사람이 처음 구매해서 보는 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가 새롭게 개정되어서 발매되었다. 이번 책도 상당히 초보자를 위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간단히 구성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노지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노지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노지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노지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노지
제일 먼저 워밍업 코너를 통해 기본 회화를 듣고 연습을 하고, 단어를 익히면서 문형을 익히는 단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회화를 통해 어떤 식으로 문장이 사용되는 지를 배울 수 있는 구성이다. 처음에는 쉬운 문장이 정말 짧게 적혀있지만, 뒤로 갈수록 늘어나는 학습량에 비례해서 단어도 어려워지면서 한자가 사용되면서 한자를 익힐 수 있게 되어있다.
이 책을 살펴보면서 '이건 정말 딱 기본을 잡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책'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연습 회화 부분이 하나밖에 없어 아쉽다'는 점이다. 일본어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저 회화 부분만으로도 벅찰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연습을 위해서는 간단히 두 문장으로 할 수 있는 회화 연습 부분이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혼자 독학하는 사람이 크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음성강의가 QR코드로 제공되는 점, 예문 음성 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아 듣고 따라 해볼 수 있는 점, 소책자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점 등은 아주 큰 장점이다. 게다가 아직 서비스는 되지 않지만, 추후 서비스 예정이라고 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상당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정말 기본적인 내용을 가지고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기에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나처럼 어느 정도 일본어가 되는 사람이기에 느끼는 감정이다. 일본어를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혼자서 본다면, 분명히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힌 미지의 책'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 부분을 최대한 고려해서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에 첨부된 특별 부록에서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기본적인 구성과 함께 좀 더 크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리는 아주 좋았다. 비록 책 본문에 사용된 예시 문장이 너무 적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이 책으로 공부하는 독자가 자신이 배운 단어를 통해 열심히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가면서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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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시중에는 많은 일본어 기본서가 판매되고 있다. 어느 책이라도 좋은 책이다. 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느 책이라도 가치가 없는 책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시험 고득점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은 혼자 공부하기보다 일본어 학원에 다니면서 빨리 정답 찍는 요령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 치면 끝!'이라는 건 그럴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나처럼 일본어를 정말 즐기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급해지지 말자. 기본서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하나라도 더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 그렇듯이, 일본어도 마찬가지로 한 문장을 통해 단어만 바꾸는 것으로 많은 문장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기본적인 문장 패턴만 익혀도 충분히 회화가 가능하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는 그 문장 패턴을 익히는 데에 아주 좋은 책이다. 비록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책에 수록된 '학습스케줄'을 따라서 열심히 반복 학습을 하다 보면 분명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 일본어를 혼자 공부할 때 그렇게 했었다. 괜히 '나 정도면 어려운 책해도 되지 않겠어?' 하다가 재미가 사라져서 중고 서점에 팔았다. 그러니 욕심내지 말자.
책을 통해 기본을 익히고, 더 많은 한자와 단어를 외워서 읽고 싶은 라이트 노벨을 원서로 마음껏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일본어 공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두 함께 자신이 즐기는 방법으로 일본어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출발선을 출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여기에 소개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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