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

반응형

백색 악마에 의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소설 중 '과거에 읽었지만, 한 번 더 읽어볼 만한 소설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았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시기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그때도 상당히 무거웠던 소설이라 지금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했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유한한 시간이 흐르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으로 나이를 먹었음에도 내가 책을 받아들이는 '감정'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여전히 무거운 소설이었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옮긴이가 적어 놓은 해설이 붙어있다. 그 해설은 책을 읽은 사람이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덧붙였고, 책 속에 반영된 어떤 사회적 의미를 잘 풀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옮긴이처럼 명명백백한 그런 글을 감상 후기로 쓸 수 있지는 못하다.


 그래서 이 책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내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고, 공감을 받을 수 있나?'라는 고민을 잠시 해보았었다. 그리고 짧은 고민 후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노지


《눈먼 자들의 도시》는 제목 그대로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 세상을 사는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이다. 갑작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백색 실명 상태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했고, 실명하기 전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처음 이 백색 실명을 앓은 사람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와 그 의사, 그리고 그 의사에 병원을 찾아왔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한동안 격리 수용소에서 생활하며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생활했다. (식량도 보급받았고.)


 그러나 점차 많은 사람이 눈이 멀게 되면서 수용소에는 많은 사람이 들어차게 되어버렸고, 여기서 작은 인간 사회가 다시 만들어진다.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욕망과 욕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은 '욕망'을 쉽게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총을 든 무장 세력은 보급되는 식량을 독점하면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하며 군림했다. 그리고 수용소 수감자들의 금품이 떨어졌을 때, 그들은 여자들의 몸으로 대가를 지급하라며 성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 되기도 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런 타락한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 아내의 시선을 통해 이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주는데, 아마 책을 읽는 동안 쉽게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그 욕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수용소에서의 생활로 끝이 나지 않는다. 힘을 지니지 못했던 세력은 그 무장 세력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수용소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세상 사람 모두가 눈이 멀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의사 아내 일행은 집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눈이 먼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제각각 이였다. 그저 방탕하게 생활하는 사람도 있었고, 먹을 것을 찾아 배회하는 사람, 언젠가 다시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은행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 혼자 먹고살기 위해 있는 사람, 작가 등 다양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만든 그 사회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 깊이 가지고 있는 욕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아무리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도 사람은 성욕, 물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그렇게 눈이 먼 채 사는 것이 아닐까?


 오직 혼자 눈이 보였던 의사 아내가 보여준 이타주의, 그리고 총을 가진 세력이 보여준 이기주의, 그 이외에 많은 본성은 책을 읽는 동안 '인간'이라는 그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무거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로도 개봉되었다고 하는데(꽤 오래 전에 개봉했다.), 혹시 이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책이나 영화로 한 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만남을 통해 '인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