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줄담배 핀다는 동생의 이야기에 졸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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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에게서 전해들은 '하루에 담배 한 갑 핀다'는 동생의 고백이 믿기지 않아…


 요즘 우리나라의 군대에서는 임 병장 사고와 윤 일병 사고 이후 세상 밖으로 나오는 군 가혹 행위에 대한 이야기로 소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한 것이 보도되면서 많은 비난이 쏟아졌는데, 웃긴 건 남경필 도지사의 진정성을 엿볼 수 없는 사과와 그 아들의 처벌이 미미한 것이다. 역시 사람은 힘이 있고 봐야 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의 보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대에서 일어난 고문, 구타, 언어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가혹 행위를 일삼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만든 악행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 하지만 그 바이러스들의 존재는 더 심한 악마들에 의해 철저히 은폐되다 시름시름 사람이 계속 죽어가니 이제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거다. 마치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공포를 확산시키는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관심은 그동안 군대 내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재조명하는 데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그동안 '의문사'로 남아있던 사건이 재조사되기 시작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한이 서린 비통한 외침을 외쳐야만 했던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보았던 《JTBC 손석희 9시 뉴스》에서도 그런 몇 가지 사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국방부와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이런 현재가 정말 싫은 것 같다. 자신의 영역 내에서 일어나는 이 더러운 추태가, 바이러스 이하의 존재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저지르는 그런 일이 세상 밖으로 나가 진실로 밝혀지며 그런 인간이 처벌받는 일이 정말 두 눈 뜨고 가만히 보는 일이 끔찍하게도 싫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은 겉으로는 예방하기 위해서 인권교육을 시행하며 관심 병사의 전방 배치 해제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건 남들 몰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3년 동안 의문사한 장병의 시체를 받아가지 않을 경우 강제 화장을 한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는 어떻게 보더라도 국방부가 임 병장 사건과 윤 일병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했던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아마 그 말의 목적은 '사람답게 지낼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겠다.'가 아니라 '이런 사고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철저히 증거를 지우겠다.'는 목적이 아닌가 싶다.


 아니, 분명히 그런 목적일 것이다. 그런 일이 밖으로 나와 논란으로 설 때마다 그들은 매번 자신들이 비웃으며 괴롭혔던 약자를 향해 자존심 구기며 고개를 숙여야만 하고, 그동안 악을 써가며 겨우겨우 오른 자리에서 쫓겨나야 하는 신세를 피하기 어려우니까. 사람의 생명과 선의보다 그들의 밥그릇과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그들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참으로 역겹다.


ⓒ오마이뉴스


 꽤 오래전에 나는 블로그에 《군대 간 동생에게서 '죽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라는 글을 발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동생은 그린 캠프와 병원를 오고가며 정신과 약을 먹고, 몇 가지 치료를 받으며 가까스로 군대에서 버티고 있다. 하지만 매번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이미 동생의 몸과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폐쇄적인 공간에서 처음 동생이 겪어야만 했던 부조리(괴롭힘)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도망이라도 칠 수 있었겠지만, 거기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더욱이 부대 내에서 있었던 얄팍한 협박과 회유,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교묘한 압박이 더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었을 거다. (여기엔 어머니께서 던진 무거운 말도 있다.)


 어떤 사람은 '그런 곳이 군대다. 그런 데에서 적응해야 사람이지.'라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대의 이런 병폐적인 문화를 지지하는 사람은 군 가혹 행위가 일어나더라도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는 정말 심각하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군대 가면 사람 된다고요? 헛소리하지 마세요. 군대에서 참으면 윤 일병이 되고,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이 되기는커녕 밖에 나와서도 사후 스트레스 장애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살아서 나오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찌 군대 가면 사람 된다고 가볍게 말씀하시는 건가요!?"라고 강하게 되묻고 싶다.


 물론, 만분의 일 확률로 인간답게 대우해주는 곳에서 조금의 폭력도 겪지 않은 채 정말 잘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우리 사회처럼 악과 선이 한 곳에 뒤섞여서 움직이는 집단이니까. 하지만 절대 다반수라고 말할 수 없는, 일반화할 수 없는 그런 확률에 사람의 인생을 맡겨 죽음의 바이러스가 활개 치는 악마의 소굴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아직 고집하는 강제 징병제는 과거 일본이 군국주의에 물들어 대량 학살을 했던 강제 징용제와 다를 게 없다. 멀쩡한 사람을 꼼짝도 하지 못하게 해놓고, 철저하게 고문해서 괴롭히는 곳이 어찌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곳이 되겠는가? 군대 가면 사람 된다는 말의 불편한 진실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는 쓰레기'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강제 징병제 때문에 군대에 갈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제가 자행했던 것처럼 강제로 군대로 끌려가 목숨을 잃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있을 거다. 그 어두컴컴한 지옥 속에서 '살려달라', '살고 싶다', '제발 한 번 만 살려달라'는 한 마디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악마들의 발길질에 처절하게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사람을 생각해보라. 


 두 눈을 감고, 그런 현실을 대입해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지옥의 풍경이 그려진다.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보여주는 얼토당토않은 거짓의 모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살의와 추잡한 감정으로 얼룩진 그런 지옥의 풍경이 말이다. "전쟁 나면 고참 먼저 쏘고…."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군대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오마이 뉴스 기사 링크)


 군 가혹 행위와 의문사에 대한 원인은 대체로 잘 보도되지 않는다. 윤 일병의 집안처럼 힘 있는 집안이 아닌 이상 진산 규명도 똑바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군대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고, 남에게 고통을 주며 즐기는 사이코패스 혹은 고통 받는 것을 즐기는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닌 이상 "군대 안 갈 수 있으면 가지 마라."라고 말하는 거다.


지옥, ⓒ구글 검색


 얼마 전에 나와 어머니는 군대에 있는 남동생의 어떤 행동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건 동생이 담배를 피운다는 행동이었는데, 전혀 듣지 못했던 동생의 그 행동은 충격 그 자체였다. 왜냐하면, 동생은 집에서 생활할 때에는 옅은 담배 냄새조차 끔찍하게 싫어했는데… 그런 녀석이 군대에서 줄담배를 피운다는 거다.


 나는 줄담배를 피운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었는데, 줄담배를 피운다는 말은 담배를 한 번에 피울 때 여러 개를 피운다는 말이라고 한다. 동생이 군에서 담배를 한 번 피울 때마다 3~4개비씩 피우고, 하루에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그 말을 자신의 귀로 듣고도 엄마와 나는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동생은 어머니께 전화하거나 내게 전화를 할 때마다 곧잘 "10만 원만 붙여달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엄마와 나에게만 그런 요청을 한 게 아니라 주변 친척에게도 그런 전화를 자주 했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자주 돈이 필요한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때는 '혹시 선임병에게 돈을 강제로 갈취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도 할 정도였다.


 그런데 담배를 미친 듯이 피운다는 말에 한편으로 그 일이 수긍이 갔다. 아직도 선임병에게 갈취를 당한다는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안 피우던 담배를 그 정도로 피운다고 하니 돈이 모자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가서 괴롭힘을 당했었고, 자살 시도를 했었고, 정신 병원을 갔었고, 정신과 약을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담배까지 피운다니…. 도저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곳이 군대인데,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내 앞에서 한다면 당장 그 세 치 혀를 찢어버릴 것이다. 멀쩡한 사람을 철저하게 망가뜨려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어 제대로 사람답게 살 기회를 송두리째 뺏어버리는 곳이 군대라고 난 확신한다. 어찌 군대의 폭력과 잔혹성을 두둔할 수 있는가?


 지금도 군 문제와 관련해 많은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군 문제를 다룬 기사의 댓글에서는 '다른 부대는 안 그런 줄 알아? 다 똑같아.'라는 댓글이 셀 수 없이 달린다. 어떤 고위층은 바꾸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다. 그 역겨운 바이러스를 키우며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며 좌절하는 그 모습을 보며 시시덕 웃으며 손에 이익을 취하는 사람은 절대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도 힘없는 사람은 계속 피눈물을 흘리며 세상을 저주하며 죽어갈 것이다. 이 잘못된 세상을 향해 광분의 울부짖음을 외치며 죽어갈 것이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그런 것처럼, 내일도 그럴 것처럼…. 이것이 대한민국의 악마들이 숨기고 있는 군대의 또 하나의 모습이자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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