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동생에게서 '죽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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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간 동생으로부터 '죽을 것 같다. 죽고 싶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제 동생은 나라에서 부여한 '병역의 의무'라는 족쇄를 차고 군대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는 표현이 상당히 거슬리는 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라에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것이기에 이렇게 표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끌려간 동생 녀석은 4주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아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되었지만, 제법 잘 적응하는 모습을 훈련소에서 어머니께 보여주었다고 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죠.


 그러나 그런 안도감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아 생활하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어머니와 제게 종종 전화가 걸려오고는 했었는데, 몇 명이 지독하게 괴롭혀서 미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느냐? 군대라는 곳이 원래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그런 곳인데 어쩌겠느냐? 할 수 있는 데까지 참아보라."고 토닥이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버티는 듯했습니다. 아마 군대에서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꽤 되지 않을까 싶군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잘 지낸다는 소식을 어머니를 통해 종종 들을 수 있었기에 저는 동생 녀석이 '버티고 있구나!'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제게 동생이 직접 전화가 오더군요. 전화로 "죽을 것 같다. 죽고 싶다. 볼펜으로 손목을 몇 번이나 그었다. 진짜 몇 번이나 세게 그을 뻔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동생의 그 말에 놀란 저는 "누가 너를 괴롭히더냐?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니 동생 왈, "나는 정말 열심히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선임들이 자꾸 '노력 안 한다', '끈기가 없다.', '도대체 뭐하려고 군대에 왔느냐?' 등의 말을 하며 힘들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간접적으로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 상황 속에서 동생은 "정말 미치겠다. 심리 전문의와 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해서 상담하기로 했다."고 말하더군요. 참, 역시 저도 오랫동안 심리 전문의와 상담을 하며 꾸준히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았었는데, 제 동생도 결국은 정신적 고통을 피해가지 못했던 듯합니다. 그런 식으로 다 죽어가는 사람의 목소리로 동생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을까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상담받을 때, 속에 있는 것 다 털어놔라. 울고 싶으면 참지 말고 울어라"고 말하며 다독여 주고 전화를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군대에 간 동생으로부터 "죽을 것 같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원래 군대라는 곳은 사람을 엉망으로 만드는 곳으로 익히 알려진 곳입니다. 누군가는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요즘은 군대가 편해졌기에 예전보다는 낫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애초에 문제가 있어 생활이 힘든 사람을 강제로 끌고 와서 나라의 노예로 2년 동안 살게 하는데, 그런 곳에서 사람이 멀쩡하게 잘 살 수가 있을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제 동생이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고,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어릴 때부터 지속해서 당한 가정 폭력 때문입니다. 동생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학교에서도 학교 폭력을 당하며 끔찍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사람에 대한 불신과 경멸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고, 조금 비정상적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건 그 때문이죠. 제가 칼을 들고 팔을 그어서 죽으려고 했던 중학교 시절 때의 그 일을 동생은 지금 군대에서 겪고 있는 겁니다. 이건 정말 사람의 마음이 다 무너져 가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해 증가하는 자살 사망자수


 단순히 가정 폭력으로 동생이 그 정도로 힘들어 한다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그 처절한 상황은 공감하기 힘들 테니까요. 더욱이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질타를 받아야만 하는 군대에서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쉽게 무너질 겁니다. 애초에 저와 동생이 자란 가정환경은 '최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악'에 가까운 환경이었습니다. 비인간성과 폭력이 난무하고, 가족과 친척끼리도 돈과 종교 문제로 갈등을 빚는 그 상황 속에서 사람에 대한 불신과 경멸을 안 가질 수가 없거든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할 때까지 거의 게임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공부도 나름 하고, 애니메이션도 보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다른 사람이 절대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었죠. 지금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생활하는 건 토 나올 정도 힘듭니다. 그냥 사람이 많은 곳은 싫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을 보게 되면, '어떤 식으로 하면 저기에 있는 인간들을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죽일 수 있을까?'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됩니다. 참, 저는 대단한 사람이었죠.


 그래도 동생은 저와 달리 친구도 제법 만나면서 활발하게 다녔습니다만, 술과 인연을 끊지 못해 자주 술을 마시느라 새벽에 귀가하거나 외박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사회생활을 한다지만, 아마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짐을 덜지 못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과 그런 식으로 술을 마셨던 건 아닐까 싶어요. 아니, 조금 전에 동생의 전화를 받고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그랬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생 녀석은 지금 그 폐쇄적인 환경에서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간단히 사람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되는 데에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약도 먹고, 상담도 받고, 책을 읽으면서 혼자 벽을 보며 연습을 했고,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런 노력을 했음에도 지금도 정말 힘듭니다. 먹으면 토할 것 같아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소화도 잘 안 되어 집에 와야만 가까스로 해결하기도 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어떤 행사에 갈 때에는 종일 굶은 채로 갑니다. 어쩔 수 없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생활'이라는 것 자체를 하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20년 넘게 반복된 악습 속에서 터득한 처세술로 잘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동생은 어떻게 될까요. …모르겠습니다. 어떤 결말을 저와 어머니 앞을 기다리고 있는지 쉽게 추측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세상을 향해 "이런 ○발, 개○끼 ○ 같은 세상. 확 그냥 핵전쟁이나 나서 몽땅 다 죽어버려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안 되죠. 책을 읽어야 하고, 애니를 봐야 하니까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고, 차이와 차별을 구별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여 그 사람을 사지로 몰고 가는 곳. 그곳이 바로 지금 제가 사는 세상인 듯합니다. 한쪽으로 지나친 해석이라고요? 아니요. 25년 동안 제가 본 우리 사회는 그런 사회였습니다.


ⓒ오아미뉴스 고상만


 지금 군대에 가 있는 동생이 너무 걱정됩니다. 혹시나 이 세상이 아닌 다음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건 아닌지…. 군대에 가기 전까지 좀 삐딱한 생활을 하며 지냈지만, 그래도 나름 잘 살았던 녀석인데… 저렇게 한 번에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보니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도 우리 집은 협의 이혼이니, 소송 이혼이니 해서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웃으며 살기 위해 다 노력하고 있는데, 동생의 이야기는 다시 한 번 더 커다란 비운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듯합니다.


 아아, 참,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시민으로 살기가 참 더럽게 힘드네요. 도대체 이런 식으로 산 사람의 피를 말리는 썩은 제도는 언제 개선이 될 것이며, 도대체 언제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사람 대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군대에서 '죽고 싶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그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욕하는 것 이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허무하더군요. 빌어먹을. 우리도 다 사람이고, 살기 위해서 피를 쏟을 정도로 몸부림치고 있는데… 말이죠.

(어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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