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먹었던 병원 밥은 이렇게 나왔어요.
- 일상/일상 다반사
- 2014. 7. 28. 07:30
맛없는 병원 밥, 맛있는 병원 밥 사이에서 보낸 지난 3주간의 기록
지난 3주간의 짧다고 말할 수 없는 입원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목발을 이용하며 병원에 통원치료하러 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책상 옆에 선풍기 하나만 돌려놓은 채 더위를 버티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입원 생활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집에서도 에어컨을 틀지만,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튼다.)
그래도 답답하기만 했던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집에서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훨씬 더 괜찮다. 무엇보다 데이터 사용량에 제약이 있었던 병실과 달리 집에서는 마음껏 인터넷을 할 수 있고, 내가 매일 꼬박꼬박 내는 비용으로 보는 LG IPTV를 통해 애니 플러스 같은 채널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역시 한국 사람은 인터넷이 있어야 한다.
오늘 이 글에서는 어제처럼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작년에도 병원에서 퇴원하고 《병원 밥이 맛없어? 요즘 병원 밥도 이렇게 맛있게 나와요.》를 통해 내가 먹었던 병원 밥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지난 3주간 꾸준히 먹었던 병원 밥을 가지고 짧게 웃고 지나가는 이야기이다.
이번 3주간 먹었던 병원 밥을 가리켜 '정말 맛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어떤 때에는 먹을 반찬이 거의 없어 어머니가 싸주셨던 집 반찬에 의존하기도 했었지만…. 말로 하는 것보다 먼저 아래의 사진들을 통해 내가 먹었던 병원 밥을 살펴보자.
(먹기 전 기억이 날 때마다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
병원 밥, ⓒ노지
매번 바뀌는 메뉴와 매번 고정되는 메뉴가 있었는데, 대체로 바뀌는 메뉴가 제법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반찬이었다. 하지만 그 반찬도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보다 그냥 주는 반찬보다 좀 더 먹을만했던 그런 느낌이었다. 위 사진들을 살펴보면 뚜껑이 닫힌 반찬 통과 뚜껑이 열린 반찬 통을 볼 수 있다. 뚜껑이 닫힌 반찬 통은 내가 손을 대지 않은 반찬이고, 뚜껑이 열린 반찬 통은 내가 먹었던 반찬이다.
그리고 분명히 작년에는 양식과 한식을 구분해 환자들의 기호에 따라 밥상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왜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는지 모르겠다. 퇴원 당일 아침에 식판을 가져다 놓을 때 다른 사람은 작년처럼 양식을 먹은 것 같은데(스프 그릇이나 빵이 있었다.), 왜 내게만 그런 선택지를 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처음 받았던 설문지도 전부 한식이었고 말이다. 뭐지!?
또 한 가지 더 이야기할 것이 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11장의 사진을 살펴보면 국그릇에 밥이 나온 적이 있었다. 이건 딱히 내가 밥을 더 많이 달라고 했던 게 아니다. 국그릇에 밥이 나왔을 때 밥상을 식판을 가져다주신 아주머니께 "왜 국그릇에 밥을 줘요?"라고 여쭈었더니 아주머니께서 "환자가 너무 많아서 밥그릇이 모자래서 그래요. 죄송합니다."라는 답을 돌려주셨다.
설마 병실에 사용되는 밥그릇 개수가 부족할 정도로 환자가 많이 입원해있었을 줄이야.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앞으로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텐데, 과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사람 사이에서 얼마나 밥그릇 개수와 오차범위가 발생할 것인지 궁금하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제일이다! 이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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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 3주간 먹었던 병원 밥은 작년보다 좀 덜 만족스러웠다. 양식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었다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왜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받지 못했을까? 해물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설마 양식도 못 먹는다고 생각해서 애초에 선택 설문지 대상에서 제외를 한 건 아니었겠지? 단순한 실수로 믿고 싶다.
퇴원을 한 집에서는 병원보다 더 부실한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데, 그래도 병원보다 더 맛있게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편한 환경 속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과 늘 먹던 대로 인스턴트 스파게티 같은 것을 끓여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일까?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은 발 한쪽을 퇴원하는 3일 전까지 제대로 쓰지 못했기에 컵라면은 꿈도 꾸지를 못했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집에서 끓여 먹는 인스턴트 스파게티나 라면 같은 것보다 훨씬 더 맛있는 게 있었으니… (두근두근두근~) 그건, 바로… 치킨이다! 병원에서도 저녁 시간에 치킨을 주문해 TV로 엔시 다이노스의 야구 시합을 보면서 먹었는데, 정말 그 치킨은 7월 한 달 동안 먹었던 음식 중 최고로 맛있었다. 병실에서 홀로 먹었던 그 치킨의 맛은 집에서도 쉽게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시켜먹은 치킨, ⓒ노지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왠지 한 스마트폰 어플 CF가 생각난다. '이 그림은 제가 보기에 좀 허전합니다. 우리라면 풀밭 위 식사에서 치킨이 빠질 리가 없고, 짜장면은 벌써 도착했겠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문구가 나오는 CF 말이다. 병실에서도 당연히 우리가 가진 민족의 정체성은 역시 최고인 것 같다. 아하하.
이제 집으로 왔으니 병원에서 먹지 못했던 피자를 한 번 시켜 먹고 싶기도 한데, 돈이 부족해 그저 쿠폰 10장과 함께 만 원으로 다시 한 번 더 치킨을 시켜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는 치킨을 먹기보다 두부 같은 좀 더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하는데 이렇게 유독 치킨이나 피자만 찾으니…. 어휴.
그래도 역시 더운 한여름 저녁에는 치킨과 콜라를 먹으며 야구를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은 역시 치킨이다. 병원 밥으로도 복날에 삼계탕이 나오기는 했었지만, 썩 맛있지가 않았다. 시켜먹은 치킨이 최고였다. 지난 3주 동안 내 건강을 챙겨줬던 병원 밥아, 안녕~! 다시는 입원해서 병원 밥 너와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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