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빅맨이 보여준 약자와 강자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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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비통한 외침은 강자의 권력 앞에 힘 없이 무너지는 불편한 현실


 지난 화요일에 방영된 드라마 빅맨 8화에서는 힘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손쉽게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날 TV 앞에서 주인공 김지혁(역: 강지환)이 강동석(역: 최 다니엘)에게 이용당하고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함께 이를 바득바득 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썩을….'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브라운관을 향해 "저 ○○새끼"라고 욕을 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악역의 악행은 엄청났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 같은 '픽션'이 들어가는 작품에서는 이렇게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가슴에 품고 있는 정의를 지키면서 악행을 행한 사람 앞에 당당히 나타나 더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사차원 벽이 강자의 부당함과 맞서는 약자를 철저히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약자 100명이 모여도 강자의 입김 한 방에 날아가는 데 현실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보라는 듯이 재기에 성공해 악인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지금도 청해진해운의 유 전 회장과 그 가족 일만 보더라도 충분히 잘 알 수 있다. 더욱이 이 나라 정부도 같은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을 차별하고 있으니 오죽 유가족은 억울할까.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을 아득히 넘을 거다. 이 세상은 누구 하나 내 편이 되어주지 않고, 언론의 조작질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게 너무 쉽다.


 글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다. 이를 어찌 부정하겠는가. 물론,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겠지만, 그래도 내 나라 문제이니까 더 심각히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내가 두 눈으로 직접 본 사회의 썩은 모습은 지금과 별다를 게 없다. 썩은 체제 속에서 성장한 아이가 썩은 어른이 되는 일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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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빅맨 8화


 이 의견에 반대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이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나라인가?'는 질문을 내게 해보자. 아마 '그렇다'고 확신을 담아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니, 있기는 할까? 적어도 나는 그 수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에 비해 턱없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더라도 '난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좋더라', '난 군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좋더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들의 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뭐,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 '무슨 헛소리야?'라는 말을 하지 말자. 나는 그저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이 비정상적인 일을 제대로 한 번이라도 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눈물을 흘리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대통령의 담화문에서는 유가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고, 잘못했다고 하면서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선거가 가까우니 형식적으로 '사과하는 척'만 한 거다.


 이런 형국에 어찌 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눈물을 진심이 담긴 눈물이라 말하겠으며, 박 대통령이 이끄는 막 나가는 정부의 지침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오늘도 길거리로 나와 거리에서 촛불을 밝히며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진실을 향해 고개를 돌리도록 목이 쉴 때까지 외치거나 경찰 방패 앞에서도 덤덤히 노란 리본을 달고 서 있는 거다. 이들이 정녕 '군복 입고 막말을 일삼는 노인'과 같은 동원된 알바 집단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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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빅맨에서 볼 수 있는 김지혁에게 일어난 일은 확실히 한 사람의 심장을 노리고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하지만 주인공 김지혁은 그런 일을 당해도 절대 주눅이 들지 않았고, 목을 물어뜯을 기세로 덤비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 기세는 법정에서 판결을 받는 날까지 이어졌었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인물 소미라(역: 이다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권력 앞에서 맞서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결국, 강한 힘 앞에 가진 것 없는 약자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드라마 내에서는 앞으로 빅맨이 되어가는 김지혁이 그 악행에 맞서 당당히 걸어나가겠지만, 현실에서 김지혁 같은 인물이 맞는 일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때 그렇게 악행에 맞서 당당히 걸어나가려고 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 사람은 결국 힘 앞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는 그분의 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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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이건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가 반드시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저 툭 튀어 나온 돌이 되기보다 남들이 가는 대로 흘러가는 식의 삶을 사는 게 괴롭지도 않고, 현명하게 삶에 대처하며 남들처럼 평범히 사는 방법이니까.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원하는 국민은 그런 국민이고,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졸업생은 그런 졸업생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삶을 산다고 해서 결코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없을 거다. 피멍 든 가슴으로 때때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그저 눈앞에서 강자가 가진 권력 앞에 목숨이 희생되어도 모른 체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할 테니까. 진실을 외면하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차례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권력은 가진 자는 절대 자신은 책임지지 않지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만큼은 달인이니까.


 드라마 빅맨이 보여준 건 그렇게 약자와 강자가 싸우는 대한민국의 모습이었고, 결국 약자는 강자의 힘 앞에 처참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벌벌 떨며 숨어있지만, 어떤 사람은 주인공 김지혁처럼 당당히 가슴에 품은 '정의'라는 딱 하나의 신념을 지니고 당당히 강자와 맞서고 있다.


 …난,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그저 쓰라린 괴로움을 여기에 내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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