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재회와 소박한 풍경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건
- 일상/사는 이야기
- 2014. 4. 20. 07:30
사람은 특별한 만남과 특별한 풍경, 특별한 환경에서만 행복한 건 아니다
나는 얼마 전에 정말 친하게 지냈던, 정말 좋아하던 한 친구와 재회할 수 있었다.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메일이 계기가 되어 다시 폰으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작은 일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는 너무 평범한 일로 보이지만, 이 소박한 일상이 나는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잘 느끼고 있다.
더욱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많은 사람의 눈물과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내는 여객선 침몰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생존자가 있을 확률은 희박하다'는 결론 있음에도 희망의 끈을 버릴 수 없는 게 사람의 목숨이다. 이번 사건 보도를 보며 화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소박함 속에서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행복증폭기' 같은 사고 방식이야말로 삭막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억지로 발돋움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발견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행복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나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남보다 많은 죽음과 이별을 경험했기에 행복이 얼마나 쉽게 망가지는지 잘 알고 있다. 가족과 생활하는 작고 사소한 행복도 손에 넣고 유지하고 지속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당신 곁에서 당신이 미소 짓기만을 기다리는 평범한 일상의 '작은 행복'을 깨달아야 하낟. 소소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많은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한다. (p103) _하루 한 번 마음 돌아보기
이번 사건으로 사람의 행복이 얼마나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지금 우리가 이렇게 멀쩡히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은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얼마 전에 재회한 친구처럼, 그저 옆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 사람이 갑작스럽게 세상과 안녕을 고한다면 얼마나 가슴이 무너질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지금 슬픔의 늪에 잠겨 있을 사람들의 심경이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렇지 않은가. 그 사람들의 마음을 도화지에 그리라고 한다면, 그저 순수한 백지 이외에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없을 거다. 그 백지가 곧 그 사람들의 마음일 테니까.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나는 내가 만난 소박한 재회와 내가 언제나 보는 이 소박한 풍경이 얼마나 소중하고,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하니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크게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절망적인 순간'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평소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금은 벚꽃이 다 지고, 초록으로 옷을 다 갈아입었지만… 벚꽃이 피어 있을 때 이 길을 지나갈 때 보는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였다.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지금도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눈앞에 펼쳐진 이 풍경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는 하는데, 가끔 이 길을 지나가면 '꿈의 나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 같은 상상도 하게 된다.
지금 이런 작은 풍경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글을 쓰면서도 서쪽에서 사람들의 통곡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저 함께 기도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더 쓰라리다. 난 지금 이렇게 친구와 나누는 작은 대화에서 웃음을 짓고, 내가 매일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는데…. 하아, 더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우리에게도 언제나 저런 불행이 닥칠 수 있다. 지금 내 앞에 닥친 불행이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단순히 일상에서 평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풍경, 소박한 만남, 소박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우리가 그토록 찾고 있던 행복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늘 바쁘다고 말하고,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고, 이 일이 싫다고 말하기보다 잠시나마 떨어져 소박한 일이 주는 행복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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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좀 더 소박한 작은 변화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과 안정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며 삶을 즐기는 것보다 더 중요하겠는가?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수 있고, 웃음을 짓게 해주는 풍경을 볼 수 있고, 지금 당장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너무 힘들고 지친다면… 미친 사람처럼 크게 소리 내 웃어보자. 그러면 조금은 기분이 풀릴 거다.
바쁜 일상에 충실히 사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쯤은 좋아하는 사람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자전거라도 타면서 작은 풍경을 감상하고, 그저 이유 없이 웃는 일도 정말 멋진 일이다. 우리의 세월은 짧지는 않지만, 길지도 않다. 내가 즐기기에는 이 순간이 가장 필요한 거다. 비록 사람들이 불편한 세상에서 살더라도 혹시 지나쳤을지도 모를 작은 행복을 손에 쥘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많은 사람이 기적을 기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 조금이라도 더 슬픔을 덜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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