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은 벚꽃 가지 수만큼 꺾인 우리의 작은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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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눈으로 보고,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지금 우리나라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벚꽃 개화 시기를 보도한 뉴스가 무색할 정도로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그래도 벚꽃이 천천히 피었기에 꽃 구경 계획을 수정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그냥 지금 이 시각에 어디를 가더라도 장소에 관계없이 벚꽃을 즐길 수 있다. 뭐, 이미 내가 사는 남부 지방은 벚꽃이 연두 잎으로 바뀌고 있으니 계획은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난 그렇게 본격적인 벚꽃놀이 계획을 세우지 않지만, 혼자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따뜻한 봄 햇볕을 쬐며 벚꽃 구경을 즐긴다. 아마 평소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본격적인 벚꽃놀이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하게 홀로 자신만의 봄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에는 무거운 DSLR을 꺼내지 않더라도 아이폰5S의 카메라만으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가볍게 공원 산책을 하다 종종 벚꽃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고는 한다. 비록 전문가가 찍은 사진처럼 정말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벚꽃과 봄 풍경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건 봄에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멋진 풍류다.


 그런데 이렇게 벚꽃 사진을 찍으며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가지가 뚝 뚝 부러져 있는 벚꽃 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어본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벚꽃이 만개한 멋진 장소를 방문해보면,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으니까.


연지공원의 꺾인 벚꽃 나무가지,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내가 연지 공원에서 벚꽃을 촬영하고자 스마트폰을 들고 가까이 갔을 때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벚꽃 나뭇가지를 꺾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이렇게 벚꽃 가지를 꺾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이유 두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진을 찍는 사람 중에서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기 위해서 꺾고, 연인 사이에서는 벚꽃이 예뻐서 들고 다니거나 머리에 꽂은 채 사진을 찍기 위해서 꺾는다.


 내가 저 사진을 찍을 때에도 갑작스럽게 벚꽃 나무에 다가가 가까운 가지를 그대로 꺾어 여자친구에게 건네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글쎄, 이 행동은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난 저런 게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만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저 행동은 분명히 말해서 절대 양심적이지 못하고, 도덕적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남녀 사이가 얼마나 가겠으며,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는 서로가 얼마나 배려해줄 수 있을까. 결혼하더라도 법원에 이혼서류를 제출하는 날이 길지 않을 거다.


 우리가 벚꽃 놀이를 즐기는 건 벚꽃 나무 밑에서 집에서 싸오거나 김밥 일번지에서 사온 김밥을 먹으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일부 풀 수 있고,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왜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걸까?


 그저 벚나무 가지를 꺾는 행위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 뭐, 여기에 무거운 무게를 싣고자 하는 내가 더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우리의 불편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면, 그 작은 태도가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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