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양심은 분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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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후기] 양심을 보았다, 양심을 잃어버린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책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양심'에 중점을 두기보다 '내 이익'에 중점을 두는 행동이 더 가치 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비록 양심을 어긴다는 말이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에게 이런 행동은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뭔가 특이한 사람만이 아니라 지금 글을 읽는 독자도 그렇고, 지금 글을 쓰는 나도 그렇고, 우리 주변 사람도 그렇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에서는 이미 정치부터 '양심적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 답은 '아니오.' 이외에 다른 답은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모습은 정치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만연하고 있기에 '양심에 찔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배신자 혹은 이단자로 낙인 찍힌다. 아마 내부 고발자 혹은 공익 제보자를 향해 손가락질하거나 오히려 가해자보다 더 못한 취급을 당해 사회적으로 몰살당하는 일을 뉴스를 통해 몇 번이나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사 이야기/사회와 정치] - 공익제보자가 역적이 되는 이상한 나라


 이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도 솔직히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예는 소치 올림픽 김연아의 도둑맞은 금메달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뭐, 이만큼 우리가 양심에 따라 정의가 조금 불분명한 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건 꽤 문제가 있는 일이지 않을까?


 다시 우리나라 사례로 돌아가 보자.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국정원 불법 선거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변함없다. 더욱이 진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박근혜 정부는 한결같이 불통을 고집하거나 '간첩 혹은 종북 빨갱이'로 몰기만 하고 있다. 심지어 사건 조사 청문회에서도 전 국정원 직원이나 김용판 전 경찰청장이 증인 선서 거부를 하기도 했으니, 우리나라에서 양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서 많은 사람이 한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등의 책을 통해 답이 없는 이 사회에 스스로 답을 찾고자 했었다. 내가 이렇게 꾸준히 블로그를 통해 우리 사회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늘도 난 책을 읽고, 기사를 읽어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양심을 보았다, ⓒ노지


 그런 이유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책을 읽게 되는데, 위에서 볼 수 있는 《양심을 보았다》 책은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 왜 어떻게 상부의 명령을 거스르고 '양심적인 행동'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으며, 그들에게는 또 어떤 특이한 점이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그냥 우리가 단순히 독자의 입장에서 읽는 책이 아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정말 지금 내가 생각하는 행동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까?', '그 사람의 행동에서 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등 여러 질문을 던져보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난 이게 바로 저자가 우리 독자에게 원했던 하나의 목적이지 않을까 싶다.


노골적으로 비윤리적인 정책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부하가 아닌 최고 지휘자 혹은 관리자에게 있다는 점에는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우리 모두 동의한다. 도덕적인 책임을 당하는 일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히 순진한 기대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명령을 따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동조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에게는 책임의 경중을 어떻게 물어야 할까? 만일 101 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이 여러 해 뒤에 자기들은 그저 엄격한 명령대로 움직이고 행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반박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명확하게 맑히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의 말처럼, 유제푸프나 다른 유대인 마을에서 학살을 집행한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들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는 이유로 용서를 받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101예비경찰대대 소속 대원들 가운데는 학살 명령을 거부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고 또 도중에 학생 행위를 중단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단의 지시 혹은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을 때로는 기꺼이 하는 이유와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p21)


 《양심을 보았다》에는 딱히 결론이 없다.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우리가 책에서 읽을 수 읽는 한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을 수 있는 여러 심리학 사례는 단순히 '예시'일 뿐이다. 우리가 그 행동에 대한 의미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에 직접 맞닥뜨려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뒤흔들며, '양심'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고맨해볼 기회를 준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마는,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여러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나는 그 당시 평범하기 짝이 없던 그 사람들의 행동과 지금 우리 시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과 정부, 나의 행동에 대해 한 번 질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분명,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지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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