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년은 짧고 1시간을 길까? 우리가 모르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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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후기]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우리는 삶을 살면서 우리가 시간에 대해 느끼는 상대성에 대해 의문을 표할 때가 종종 있다. 시간의 상대성이라고 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법칙'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우리가 컵라면을 기다리는 3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길게 느껴지지만, 오락을 즐기는 3분은 짧게만 느껴지는 그런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왜 우리는 똑같은 시간임에도 이렇게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걸까. 이미 여러 책에서 그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이 '몰입도'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어떤 일에 몰입하게 되는 순간, 시간에 대한 체감은 상대적으로 옅어지기에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거다. 반대로 어떤 일에 도무지 몰입하지 못할 때, 시간에 대한 체감은 상대적으로 진해지기에 시계만 보게 되어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지는 거다.


 우리는 대체로 이 같은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생각하는 건 그 일에 몰입하지 못해 따분함만 느끼기 때문이고, 우리가 머릿속에서 잡념을 지우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는 보통 이 잡념 때문에 어떤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매력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더욱이 그런 행동은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나타나면서 우리가 더 발전하는 데에 큰 장애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시간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고 보낸 시간을 '알찬 시간'이라고 말하는 거다. 퇴근 1시간 전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1시간 전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성실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퇴근 1시간 전은 잡념이 끼어들 수밖에 없는 시간이고, 누구나 집중할 수 없는 마의 시간이니까.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아아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83개국에 사는 5,000여명의 잡념을 관찰했다.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재 하고 이는 일 이외에 다른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을 보낸다. 그 결과 하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이 잡념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념에 휩싸이지 않을 때 가운데 하나가 섹스를 할 때인데 그때는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도하지 않은 잡념이 반드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잡념의 절반 가량이 즐거운 주제와 관련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립적이거나 불쾌한 잡념은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상상은 그만의 용도가 있지만 연구원들의 말처럼 의도하지 않은 상상에는 감정적인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지


 이렇게 우리가 보내는 그 시간은 어떻게 보면 손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이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글에서 읽을 수 있는 '잡념을 통한 미래에 대한 상상은 그만의 용도가 있지만, 연구원들의 말처럼 의도하지 않은 상상에는 감정적인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는 말처럼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애매한 듯하다.


 여기서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라는 책은 이렇게 우리가 평소 특정 시간에 대해 가지는 상대성과 의문에 대한 해답을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단순히 수학 문제 풀이 집처럼 단순히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특정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확인(체감)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보낼 때 읽어보기에 꽤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부제로는 '시간에 쫓기는 사람에서 시간을 리드하는 사람으로'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 문구 때문에 자기계발서로 보일 수도 있지만(실제로 인터넷 서점에서는 자기관리 도서로 분류되어있다.), 책 내용 자체는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심리학 도서… 혹은 과학 도서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교훈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기보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에 대한 연구와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마시멜로 이야기》로 유명한 데아킴 호사다를 만든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서도 읽어볼 수 있는데, 기존의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읽을 수 있던 관점과 조금 다른 관점에서 그 실험을 해석한 부분은 꽤 색달랐다. 그 이외에도 미래를 바꾸는 시간의 과학, 미래를 상상하는 일에 숨은 가능성 등 시간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다.


ⓒ런닝맨


 시간을 지배한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정말 염원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서 볼 수 있듯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제멋대로 시간의 흐름을 조종하여 어떤 결과를 만드는 데에 활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우리에게 불가능하다. 그저 우리가 시간을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은 최소한의 시간을 가지고 최대한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뭐, 아주 작은 조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시간 동안 최대한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건 우리가 염원하는 미래를 조금 더 앞당길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마치 드래곤볼에서 등장하는 시간과 정신의 수련 방처럼) 책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건 그런 이야기다. 우리가 시간을 사용하는 데에, 혹은 느끼는 데에 숨겨진 비밀을 여러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평소 과학에 대한 흥미를 두고 있는 사람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파는 남자》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기대의 딱 반만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도서 후기 글 조차 만족스럽게 쓰지 못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책 자체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시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상당히 맛을 잘 살리고 있지만, 딱히 구매해서 읽어볼 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고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만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이 책과 인연을 만들어보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시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남긴다.


매일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의 길이는 탄력적이다. 시간은 열정을 지닌 만큼 늘어나지만 영감을 주는 시감은 점점 줄어들며 나머지 시간은 습관이 채운다.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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