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가 역적이 되는 이상한 나라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 28. 07:30
공익제보자가 공인이 아닌, 역적이 되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공익의 이익을 위해 부패와 비리를 신고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공익제보자. 이들은 우리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기에 보호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 대한민국의 부패지수는 꽤 오래전부터 상당히 높은 수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겉으로는 G25에도 들어가고, OECD의 IT 강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표를 붙이고 있지만, 속으로는 썩을 대로 썩어가는 후진국 수준을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은 심각한 수준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좀처럼 바뀌지를 못한다. 오히려 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과 '네가 그렇게 잘났냐?' '사회생활도 못하는 멍청한 놈'이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공익제보자가 공인이 아닌, 역적이 되는 이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한 번 함께 생각해보자. 왜 우리나라에서 존재하는 부패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후퇴만 하고 있는 걸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생활에서 부패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절대 없어질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한 상태'로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손 쓸 도리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다고 말하기보다 사람들이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지 않을까.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 크고 작은 데에서 일어나는 비리 사건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쯧쯧. 저럴 줄 알았어…. 빌어먹을 놈.'이라고 말만 할 뿐, 애초에 그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있어도 실행이 되지 않는다. 지금 국정원 개혁을 두고 끊임없이 갈등만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비정상적으로 학연과 지연·혈연을 지나치게 따진다. 사람들이 모여서 제일 먼저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 나이와 출신지, 군대는 어디를 나왔는지, 대학은 어디를 나왔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파벌을 형성하여 자신과 다른 파벌을 배척하는 행위, 자신과 같은 파벌을 옹호하는 행위가 '비리와 부패'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더욱이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부터 단체 문화 속에서 늘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은 사고를 하도록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병폐적인 문화인 수련회와 해병대 캠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그 문화를 거부하기라도 하면, 쉴새 없이 많은 돌을 맞아야만 한다. 그런 아이는 선생님들이 '아이가 학교생활 적응을 하지 못해요.'라고 부모님께 책임을 묻고, 학교의 다른 아이들은 왕따를 시키는 등의 학교 폭력을 일삼는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학교 폭력'에 침묵하거나 가담하는 행위도 이런 이유로 설명할 수 있기에, 이 잘못된 문화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단순히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작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 성인이 생활하는 사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편견, 폭력이 학교에서도 그대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공익제보자'가 이렇게 심하게 매도를 당하는데, 학교에서 '고발자' 역할을 피해 학생들이 오죽하겠는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이들은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게 사회를 사는 법'이라고 어른들로부터 배운다. 이 일은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체주의를 넘어 '전체주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떤 단체에서 하는 일을 강제적으로 따르게 하는 일이 정말 많다. 그 단체(조직)에서 잘못이 있어 그 잘못을 지적한다면, 당장 '배신자' '저능아'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심지어 죽어도) 괴롭힌다. 정말 미친 사회가 아닌가. 공익제보자가 역적이 되는 이 이상한 나라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만 하는 걸까. 오죽하면, 사람들이 '썩은 사과를 골라내서 버리기보다 그냥 함께 썩은 사과가 되는 것이 더 사는 데에 유익하다'고 말하겠는가.
며칠 전에 나는 블로그에 《미친 사회에서 바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글을 올렸었다.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사회를 만들고, 꾸준히 유지해가고 있는 건 바로 우리다. 우리가 그냥 포기하고 있다면, 절대 이 미친 사회에서 '올바름'이라는 나무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내 주변에도 '사회의 흐름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라. 창피해도 그게 낫다.'라고 말한다. 정부와 기업과 상사와 사람들의 잘못을 눈감은 채, 그저 사회가 이야기하는 왜곡된 세상 속에서 그대로 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사회가 미쳐가고, 썩어가고 있는 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렇게 내가 강하게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있더라도 늘 '말밖에' 할 수 없다. 어떤 일을 도모할 수가 없기에 나조차 그냥 고개가 숙어진다. 그래도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라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지금처럼 우리나라를 썩게 하고 있는 이 암세포가 점점 더 그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한다면, 언젠가 나라가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사람들은 후회라는 걸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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