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금메달이 보여준 한국 사회의 현실

반응형

빅토르 안(안현수)의 쇼트트랙 금메달이 보여준 한국 사회의 현실과 한계


 한창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소치 올림픽을 두고 많은 사람의 시선이 올림픽 중계에 모이고 있다. 여러 화제가 있겠지만,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가장 큰 화제는 딱 두 가지가 아닐까. 바로, 피겨퀸 김연아의 화려한 무대와 러시아로 귀환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안현수의 경기.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올림픽 같은 행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 이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언제나 우리에게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고, 명실상부한 '여왕'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건 누구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러시아 선수 빅토르 안에게 우리는 이토록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걸까. 빅토르 안, 한국 이름 안현수인 그 선수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아낌없이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멍청한 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안현수 선수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보자. 안현수는 부상 속에서도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빙상연맹과 갈등이 원인이 되어 국가대표 마크를 달지 못했던 비운의 선수였다. 게다가 소속팀마저 해체되면서 '학연과 지연'이 중심이 되는 우리나라 내에서 더는 운동을 할 수 없는 입지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쇼트트랙을 아무런 걱정 없이 즐길 방법을 찾다가 러시아로 귀화하였고, 러시아 국가대표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던 거다.


안현수 금메달, ⓒsbs


 그렇게 소치 올림픽에 출전해 경기를 뛰고 있는 안현수를 보는 우리 시민의 시선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안현수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고, 갈등만 일으키다 내쫓아버린 빙상연맹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이 문제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안현수는 러시아 대표로 출전해 러시아 최초로 쇼트트랙 메달을 획득했으며, 쇼트트랙 남 1,0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며칠 전에 볼 수 있었던 안현수가 러시아의 국기를 휘날리며 쇼트트랙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아낌없는 최고의 갈채를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선수를 내쫓은 빙상경기연맹에 대해 비판을 쉴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정말 1%에 해당하는 사람이 '국가를 버린 안현수'라며 욕하고 있을 뿐― 모두 안현수에게 칭찬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마 안현수를 욕하는 세력은 그 사정을 자세히 모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이상한 사람 혹은 아르바이트생일지도 모른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안현수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건은 한국 사회의 한계와 현실을 여실히 잘 보여준 예라고 말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인재를 뽑는 데에 그 사람의 능력을 보지 않고, 자신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가… 얼마나 자신의 말에 복종을 잘하는가로 따지는 악습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돕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한 이충성 또한 한국 재일교포였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차별 속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귀화하여 일본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일본이 아시안컵 우승을 하는 데에 극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다시 한 번 더 우리가 놓친 인재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추성훈 사건부터 시작해 이충성, 안현수…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학연·지연·혈연이라는 이 악습이 많은 발전의 가능성을 뿌리부터 뽑고 있다.


 단순히 이 문제는 '체육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란 것에 우리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같은 악습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우리 사회 전체에 전반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에 경질된 윤진숙 전 장관을 언급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인사 행정이 정부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으니, 기업이나 학교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악습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빅토르 안 금메달,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사회·문화·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 악습을 철저히 끊어버릴 필요가 있다. 적재적소에 인재가 배치되지 못하는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어찌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교육 환경도 바뀌어야 하고, 사회의 전체적인 환경도 바뀌어야만 한다. 이번 안현수 금메달이 보여준 한국 사회의 현실은 참으로 쓴맛이 날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한국에서 과연 언제 이 악습이 고쳐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 기득권이 제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남자들은 군대에서 겪는 그 병영문화에서 악습을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수영연맹과 박태환 사건도 그렇고, 김연아를 두고 그녀를 깎아내리는 언론과 연맹 세력도 그렇다. 우리 한국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맹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악습은, 언젠가, 우리나라를 스스로 구속하는 최악의 될지도 모른다.


 제발,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악습이 점점 줄어들면서… 재능과 노력할 수 있는 올바른 인재가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는…, 정말… 차별 없는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고 싶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