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회에서 바보로 살아가는 사람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 26. 07:30
투신 고교 취업생 '직장 폭력' 의혹, 학교 폭력이 사회에서 '직장 폭력'이 된다
얼마 전에 직장 폭력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했던 한 사람이 투신을 한 일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도대체 뭐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 않았을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을 직장 생활, 혹은 다른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일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내가 이 질문을 던지고 싶은 이유는, 투신 고교 취업생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서 '안타깝다' '자살로 몰고 간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는 의견만큼 '그 정도로 자살하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느냐?' '저건 자살한 사람의 잘못이다.' 식으로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 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폭력
참,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 정도도 못 견뎌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식으로 끔찍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가해자가 자기 합리화를 위해 내뱉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들을 가치도 없는 변명도 되지 않는 말을 어찌 입에 담을 수 있는 걸까. 하물며 어찌 '그런 일을 당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가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폭행을 당하더라도 참고만 있어야 하고,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되고, 선배 혹은 상사로부터 당하는 범죄 행위에 일일이 눈감거나 참아야 하는 것으로 정의되어버린 걸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내가 바보인 것인지, 아니면 그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보인 것인지 모르겠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런 잘못된 생각의 틀 속에서 갇혀버린 건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렸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생각 속에서 한 가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 모두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역사 시대부터 정말 많은 혼란기를 겪었다. 특히 '근대'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점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로 비참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독립하고 나서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박정희의 유신과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를 비롯한 광주대학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명박 정부의 용산 참사, 박근혜 정부의 부정선거 등 비참한 역사를 지금까지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이 혼란기 속에서 '자유로운 발언'이 감히 용납되지 않는 제도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우리는 늘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도록 강요받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 위협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시기를 보내는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에는 '위에서 내리는 지시는 절대 거스르면 안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유전 정보가 뼛속 깊이 박혀버린 것이 아닐까. 단순히 유전자의 문제라고 말하기보다 잘못된 교육과 사회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틀이 머릿속에서 잡힌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한국 사람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런 잘못된 생각의 틀을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지 못할까 봐 심히 염려스럽다. 어찌 사회 생활을 잘하는 것이 범죄를 눈 감아주고, 윗사람에게 굽신거리기 위해서는 아랫사람을 함부로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말인가.
권력의 폭력
더욱이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강제 징집으로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요즘은 덜 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깊숙이 남아있는 '가부장적 문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이 병역 강제 징집은 또 하나의 병폐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에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범죄든, 선행이든, 어떤 것이라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무조건해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내가 선배이거나 혹은 상사이기에 아랫사람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그런 사고 방식이 이 사회를, 이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혈연, 학연, 지연이 지나치게 강해 사람들 사이에서 차별과 편견이 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사회 문화가 사회 문제를 끊임없이 유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말만 나오고 있을 뿐, 그 문화를 고치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게 사회생활이라는 거야. 그 정도도 못 가지고, 못 버틴다면, 도대체 이 대한민국에서 뭘 하겠다는 말이야?'라고 눈을 치켜뜨며 그것이 문제라고 제기하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어찌 이 사회를 미친 사회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학교 폭력을 외면하는 사람들
이 병폐적인 문화의 출발점은 학교에서 시작한다.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일삼는 아이들은 언제나 장난이라고 말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과잉 반응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가해 학생들은 잘못을 고치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다. 그리고 그들은 학교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사회)에서도 그 잘못을 되풀이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똑바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가치관이 잘못 형성되어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그들은 비참한 한 시민으로 살아간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좀처럼 바뀌지를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가 돌아가면서 심각한 문제가 여기저기서 계속 터지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고 말하면서도 그 병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아니, 알고 있어도 외면하려고 한다. 그렇게 이 미친 사회에서 바보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이 잘못된, 이 병폐적인 관습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사회가 더는 사람 사는 사회로 발돋움 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 같은 대통령이 있고, 지금 같은 국회의원이 있고, 지금 같은 대한민국이 있다. 이 미친 사회에서 바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든 나라가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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