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통해 본 슬픈 자화상

개인정보 유출에 대응하는 자세에서 본 소외받은 사람들의 슬픈 자화상

 얼마 전에 우리 한국에서는 거의 전 시민이 피해자가 되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용하는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 사건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글을 쓰는 나도 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시민들에게 '연말을 앞두고 멘붕을 안겨준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터넷에 정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쇼핑하기 위해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고 가입을 해야 하고, 결제하기 위해서도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해야 한다. 인터넷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피해도 잠재적으로 높은 것이 기정사실이다. 아마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내 정보가 조금씩은 새어나가고 있을 것이다'는 생각은 한편으로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터진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우리가 잠재적으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사건을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사건이었다. IT 강국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이 너무 허술했다. 더욱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응하는 카드사들의 어리바리한 태도는 시민들이 더 분노하게 하였다. 어떤 장관은 '모두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막말을 할 정도였으니, 어찌 이번 사건을 두고 시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개인정보 유출, ⓒ오마이뉴스

 아마 이번 사건들 두고 많은 사람이 카드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강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번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히 핸드폰 번호 같은 정보가 아니라 카드 번호와 신용등급 정보 등을 비롯한 아주 중요한 정보도 함께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이 경악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 사건이 타지고 나서 신용카드를 재발급하거나 해제를 하는 사람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고, '다시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마하는 사람도 있다. 이 정도로 사건이 터지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카드를 해제하겠다.' '카드 재발급 신청을 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보는 사람도 그 수가 적지 않다. 누군가는 그 사람들을 향해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들의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정말 그 심각성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의 반응은 그와 조금 달랐다.

 A : "카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대요. 사람들이 카드 재발급을 신청하거나 해지를 하고 있다는데, 혹시 하셨어요?"

 B : "아뇨, 괜찮습니다. 뭐, 어차피 유출되어봤자 카드 한도도 없습니다. 개인정보 유출돼도 돈도 안 될 거예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드 재발급을 신청하는 사람만큼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어도 어차피 쓸데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조금 특이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우리나라의 경기가 너무 어려워 '카드 사용'에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번 사건은 이런 식으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작년 2013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이 10만 명이 넘었다고 하니, 빚을 지고 있는 대부분 사람이 '어차피 카드 한도도 막혀 있다. 유출되어봤자 뭐하겠는가'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응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평소 소외되어있던 경제적 약자들이 이런 반응 이외에는 보일 것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아니,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번 사건을 겪은 어머니께서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셨기에 참, 가슴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