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마냥 달갑지만 않은 사람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9. 17. 07:30
반복되는 추석 같은 명절이 마냥 달갑지만 않은 사람들, 왜?
이번 주에는 1년의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로 추석을 기다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추석은 많은 사람이 반갑게 맞이하는 명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기다리는 추석을 전혀 기다리지 않은 사람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단순히 그 사람들의 모습을 못 본 채 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하며… 추석 같은 명절에는 좋은 이야기로 포장한 언론을 보며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글을 쓰는 나도 추석이 마냥 달갑지만 않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군가는 오랜만에 가족끼리 모여서 화목하게 지내는 날이 왜 반갑지 않으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 그건 정말 헛소리다.
가장 먼저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자. 추석 같은 명절에 오랜만에 어른이 다 모이게 되면, 아이들은 좋든 싫든 들어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성적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에는 그런 화제를 피하고자 어른들이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피할 수가 없다. 더욱이 그 성적을 두고 친척의 아이들과 비교를 한다거나 친구와 비교를 하는 등 아이에게 쉽게 낫지 않는 상처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런 일이 아이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그 문제는 더 심각하게 해석할 수 있다.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나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 그리고 부모님들도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받으며 웃는 얼굴을 하더라도 속으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왜냐하면,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항상 그런 갈등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같은 일은 누구나 겪는 일이고, '괜찮아. 조금만 참으면 추석도 끝이야. 그러면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고 생각하며 추석 기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혼을 비롯한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집이 추석 같은 명절을 맞이했을 때이다. 평소에도 자주 부딪히는 배우자들은 서로가 꼴도 보기 싫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갈등을 겪으며 추석을 친척들과 보내게 된다. 혹시 '참으니까 좋은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만 한다. 게다가 부모 양측의 분노는 아이를 향할 때도 있어 아이는 이유도 없이 폭행을 당하거나 갖은 스트레스를 겪어야만 한다. 평일에는 모두 집에 늦게 들어오니까 집에서는 편안한 시간이지만, 명절 같은 날에는 모두 집에 있어 살얼음판 같은 하루가 반복되기 때문에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게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은 1년 중에서 가장 싫은 날이 바로 추석 같은 명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정불화나 가정문제를 겪는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학업 스트레스에만 시달리는 아이들보다 더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게 늘 마주 보며 싸우는 부모님을 보는 건 세상에서 가장 보기 싫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아이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는 비관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싸움이 단순히 한집안의 불화에만 그치지 않고, 친척들과의 불화에도 해당이 된다면 어떨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런 집안에서는 서로 만나기를 꺼리기 때문에 잘 만나지도 않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같은 자리에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가 명절에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정말 그 모습이 가관이다. 얼굴을 맞대고만 있어도 대부분 표정이 굳어있고, 어떻게 해서든 평범하게 지내려고 하지만… 뒤에서 서로 욕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뭐하는 꼴인가? 명절이 도대체 왜 있는 거야?'라는 한탄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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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이 같은 일을 직접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신빙성을 더할 수 있는 건 뉴스나 각 기관에서 발표하는 통계에서도 가정불화가 심해 명절에 가족끼리 모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점점 이기주의가 커지는 사회에서 더는 가족이 옛날처럼 끈끈한 정이 있는 그런 단위가 아니라 단순히 사회적 통계를 셀 때 최소한의 단위로밖에 의미가 없는 듯하다. 서로 돈 때문에 싸우고, 서로 종교 때문에 싸우고, '그래 너 잘났다. 내 못났다.'하며 보이지 않는 멱살을 잡고 싸우는… 정말 이런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오마이뉴스
그럼에도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처럼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그들이 가식으로 웃든, 진심으로 웃든 그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추석 같은 명절을 아주 잘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소에 심하게 싸우더라도 추석 같은 명절만큼은 모두가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면, 추석이 마냥 달갑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현실은 절대 그렇지가 못한데….
이번 추석에도 불화를 겪는 사람들은 여전히 추석이 마냥 달갑지만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누군가는 추석 같은 명절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가까운 곳으로 휴가를 가기도 한다. 또한, 그 사람 중 일부는 추석에 긴급보도가 되거나 추석이 지나고 나서 보도가 되는 뉴스에서 등장하는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같은 명절이지만, 모두가 보내는 시간이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다.
나는 추석이 마냥 달갑지만 않은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겪은 일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정말이지 추석 같은 명절은 진저리가 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추석이 마냥 달갑기만 한 사람인가, 추석이 마냥 달갑지만 않은 사람인가?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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