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세상을 인정해야 한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9. 10. 07:30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선 지금의 세상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이 언제 바뀌려나?', '정치…? 정치인들 그놈들만 보면 화가 나. 난 정치에 관심이 없어', '날 이렇게 만든 건 세상이야. 세상이 내게 뭘 해줬는데?', '세상일보다 내가 먹고사는 일이 더 바빠.', '세상 걱정한다고 누가 알아줘?', '촛불 집회? 다 쓸모없는 짓이야.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대통령이 바뀌면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뀔 줄 알았지. 누가 이렇게 더 안 좋아질 줄 알았겠어?'
우리 주변에서 위와 같은 말을 어렵지 않게 자주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세상이 바뀌길 원하고, 세상에 정의가 바로 서기를 원하지만, 세상은 우리의 그런 기대를 당연하다는 듯이 배반해버리고 만다. 가진 자가 세상의 은혜를 입고, 가지지 못한 자는 늘 불행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이다. 이 같은 일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꾸준히 세습되어오고 있다. 누군가는 '개혁'이라는 것을 통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해졌다고 말하지만,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세상은 여전히 죽지 못해 사는 곳이다.
이런 세상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세상이 바뀐다는 어떤 기적 같은 일에 실낱같은 희망도 품지 않는다. 자신이 보기 싫은 세상은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치? 내 알 바 아냐. 나는 지금 내 할 일도 바쁘다고.', '시위 참여? 그놈들 조·중·동에서 말하는 대로 간첩들 아냐? 너 간첩이냐?',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잘해라.' … 라고 말하며 조금씩 조금씩 그 눈을 감거나 보는 시야를 좁히기 시작했고, 반복되는 논란에는 그저 침묵만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그저 소리 없는 침묵 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이 이제는 세상을 향해 크게 소리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건 혼자 힘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힘없는 사람들이 뭉쳐 과감히 큰 바위에 몸을 던지고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바뀔 수 있었던 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궁지가 몰렸기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기에 침묵만 하던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금 상황은 인정하고,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가능하다. 이때까지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었던 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알고 있어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자신이 사는 세상이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면서….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위화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어라? 이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 늘어나고,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이렇게 하자'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세상은 조금씩 바뀌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순순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과거 유신 독재 시절에 버금갈 정도로 소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촛불을 든 사람들과 새누리당과 언론에 잘못을 인정하고 당장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고, 여당에서는 '우리는 잘못이 없다'며 야당은 북한 체제를 숭배하는 집단이라며 오히려 더 큰 칼을 꺼내 들고 대항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있다. 그런데 어느 것이 진실이냐고? 그건 내가 말할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이 직접 찾아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불합리한 일을 겪으면서,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가진 게 있어 정의가 되는 세상을 보면서 누구나 '세상을 바꾸고 싶다', '사람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이다. 아직 그 생각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있다면 지금 당장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두 눈으로 직접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세상인지 확인하고, 지금 이 세상이 이렇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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