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억대 조공, 바뀌어야 할 연예인과 팬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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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억대 조공 논란, 이제는 바뀌어야 할 연예인과 팬의 문화


 며칠 전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연예인 억대 조공 실체'어가 올라온 것을 문득 보았다. 나는 '어느 연예인이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팬들로부터 고가의 상품을 받아낸 건가?'라는 의아심으로 글을 검색해보았는데,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연예인 억대 조공의 실체는 가관이었다. 이 억대 조공 논란의 주인공은 10대 팬들이었는데, 이들은 부모님께 거짓말까지 일삼으며 돈을 모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수십만 원짜리 도시락을 배달시키거나 팬카페 회원끼리 돈을 모아 생일마다 상당한 고가의 상품을 선물하고 있었다. 아무리 연예인을 열렬히 좋아하는 팬이라지만, 이건 그 수준에서 조금 지나친 게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여전히 많은 10대와 아이들에게 선망받는 직업 중 하나이다. 여전히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연예인의 성추행사건, 연예인 이혼사건, 연예인 폭행사건, 연예인 뺑소니 사건… 등 여러 일이 일어나고 있어도 연예인이 되기 위한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남이 꾸는 꿈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의 꿈이 '공무원'과 '연예인'으로 나뉘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다. 조금 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되돌아보지 않고, 그저 세상이 가르치고… 빛나 보이는 모습만 좇는 모습이 가엾기까지 하다.


 어떤 특정 연예인의 매력에 반하여 그 연예인을 응원하고, 콘서트 현장을 찾아가고, 팬카페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는 건 누구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특정 연예인의 눈에 들고 싶어 수십만 원대까지 돈을 써가며 조공을 바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쟁도 심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내려고 하기도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그러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손가락질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 하지만 사회문제로 이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연예인 억대 조공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연예인 억대 조공 논란, ⓒ구글 검색


 얼마 전에 '안녕하세요?' 프로그램에서도 한 연예인을 무척 좋아해서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쫓아다니고, 여러 일을 하는 한 아주머니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성인이라면 그 정도의 경제 여력이 충분히 되기에 어느 정도 고려해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수십만 원대를 소비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일을 위해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또한, 여기서 드러나지 않는 학교 폭력과 금품갈취, 절도 등의 일탈행위도 있을 수 있기에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 일을 버젓이 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막지 못하는 소속사와 부모님도 문제다. 소속사와 그 연예인 측은 "팬들의 마음을 어떻게 거절하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변명이다. 팬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일보다 조금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팬심을 유도하는 게 옳다. 그리고 수십만 원대부터 시작하여 상당한 고가의 상품을 받는다면, 세금신고라도 해야 한다. 그냥 넙죽 받아들이는 건 그냥 비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 물품이 모두 해당 연예인이 사용하는 것도 아닐 테고, 해당 소속사나 주변 관계자들이 무단으로 갈취하는 일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국세청과 검찰이 이 부분을 파고든다면, 분명히 아주 많은 문제를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조공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내는 상품은 모두 연예인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예인이라는 게 겉 이미지가 중요하기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리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과연 그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았는가?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응원으로 더 힘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부는 "칫. 조금 더 좋은 거나 주지. 나 정도 사람에게 이 정도밖에 안 돼?"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보도에서 볼 수 있었던 10대 팬들을 비롯한 연예인 팬들이 선물하는 '도시락 조공'에는 도시락값이 적잖게 과장되는 예가 많았다. 재룟값과 인건비를 포함하여 '3~5만 원'이면 충분한 도시락값을 '15만 원'으로 부풀려서 판매하고, 안에 든 음식은 좀 더 안 좋은 재료를 쓰기도 했다. 이건 '믿을 수밖에 없는' 신뢰의 문제이지만, 분명히 그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가 이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어찌 이걸 '연예인과 팬의 문화'라고만 생각하여 가볍게 넘길 수 있겠는가? 이미 하나의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여겨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는 없어져야만 하는 걸까?


 꼭 그렇지만 않다. 그 방향을 조금만 틀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연예인과 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특정 연예인에게 15만 원짜리 도시락을 수 십 명의 팬이 가져다주더라도 그건 '음식물 쓰레기'밖에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XXX 연예인 팬카페 일동'으로 유니세프 같은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좋은 일이고, 자신이 응원하는 연예인을 위해서도 더 좋은 일이다. 지금 지구에는 3.6초마다 한 명씩 어린이가 빈곤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15만 원짜리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 돈으로 기부한다면, 정말 많은 아이를 우리는 구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해보자. 이름도 남지 않을 15만 원 도시락을 선물하는 게 낫겠는가? 팬카페 일동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기부를 하는 게 더 낫겠는가?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팬들의 문화가 이런 식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연예인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팬이 주는 선물이라고 덥석덥석 받기만 하지 말고, 정말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을 제외하고… 그저 호화롭기만 한 고가 상품들은 힘든 사람을 돕고 있는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문화를 지닐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그런 행동을 하면서 팬들에게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뭐, 이 부분에서는 소속사가 검은돈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해당 연예인이 먼저 행동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연예인 기부' 검색, ⓒ구글 검색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기부를 아끼지 않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10대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스타와 연예인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냥 반짝이는 인기? 아니다. 절대적으로 사회적 인지도가 필요하다. 그 인지도를 위해서는 팬카페에서 성숙한 문화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거기에 '조공'이 아니라 '기부'라는 단어가 대신하여야 한다. 팬카페 회원들끼리 자신의 수준에서 조금씩만 모아서 'XXX 팬카페 일동'으로 기부를 하는 건 팬만이 아니라 연예인, 기부받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그게 바로 사회적 인지도를 높이고, 조금 더 바른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지름길이다.


 앞으로 '연예인 억대 조공 논란' 같은 기사를 통해 철없는 팬들과 연예인들의 모습이 아닌, '연예인 기부 문화 조성' 같은 기사를 통해 조금 더 성숙한 팬들과 연예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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