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초등교사 사건에 숨겨진 진짜 문제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5. 30. 07:00
일베 초등학교 교사 로린이 논란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
얼마 전에 노인요양원에 사회봉사 활동을 하던 한 학생이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면서 많은 네티즌의 몰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에서는 '일베 초등교사'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로 떠올랐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초등교사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정교사 자격증 인증 사진과 함께 초등학생들에게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어린 여자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표현할 때 쓰는 은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걸로 많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안팎으로 정말 많은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중 사건부터 시작하여 작년부터 계속되어오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 교권 침해 논란, 10대 집단 난투극… 등 자세히 파고들면 도저히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일베 초등교사' 같은 사건이 일어난 건 우리 한국의 교육계가 정말 큰 위기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일베 죽이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닌, 한 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며 아이들이 있는 교단에 섰는가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먼저 아래의 두 자료 이미지를 살펴보자. 한 개는 '일베'라는 사이트에 올렸던 글에 댓글로 달았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미지이고, 한 개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린 사과 게시문이다. 아래의 사진에 첨부된 댓글 작성 시간을 통해 왜 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건이 커지게 된 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일베 초등교사가 작성한 사과문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연 이런 사람이 교사가 될 자격이 있나?'는 점이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확대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자신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고, 숙연한 자세로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욕을 섞어가면서 '그게 왜 잘못이냐?'고 따지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으며, 이런 사람이 초등학생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역겨워하고 있다. (마치 이건 작년에 많은 논란이 되었던 대구 중학생을 자살로 몰고 간 철없는 두 명의 학교 폭력 가해 중학생의 행동을 보는 듯했다.)
여기서 우리가 봐야 하는 큰 문제는 지금 이런 상황이 일베 초등교사 사건의 주인공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직업 중 하나는 바로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의 가르침과 선생님의 태도를 통해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는 사람은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높았고, 성적이 높아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이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정말 옳은 사람이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성적이 좋아서 교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의를 일반화하는 건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 공부'에만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줘야 하고,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지녀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찌 바른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일베 초등교사 사건은 그저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선생님이 되면 어떤 파문을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예이다. 일부 선생님은 분노할지도 모르겠으나 일베 초등교사 같은 사람이 교단에 서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게 이번에 터진 일베 초등교사 사건에 숨겨진 진짜 문제다. (맑은 물에 썩은 물고기 한 마리가 물을 썩게 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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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언론이나 사회 각계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해 크게 사람들에게 보도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이번에 겪은 일베 초등교사 사건을 통해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시험 성적이 높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으로 남아서야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는 가짜 모범생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아이들을 괴롭히고, 힘없는 선생님을 괴롭히는지 두 눈으로 지켜봤었다. (피해자이기도 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선생님이 되거나 사회의 중요한 요직을 차지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엉망이 될까?'는 많은 걱정을 했었다. 그 염려는 단순히 지나쳤던 걱정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드라마 학교 2013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언급되었으며, 결국 일베 초등교사 사건으로 직접 터지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런 일이 지난번에도 있었기에 '임용고시에 인성 테스트를 추가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해결방안이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가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만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무리더라도 조금씩 줄여나갈 수가 있다. 나는 이번 일베 초등교사 사건이 보여준 불편한 진실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현실을 바라보고, 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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