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원어민 담임 교사가 본 한국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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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100℃] 국내 최초 공립 고등학교 원어민 담임 교사 카를로스 올리베라스, 아이 엠 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난제를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해보더라도 확실한 답을 도출해내지 못한 채 방황만 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방황 속에서 일어나는 어른들의 작고 큰 실수로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크게 다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아이가 유독 시리 이상한 쪽으로 성장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 아이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바로 어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외국 대학교의 강의를 책으로 옮긴 몇 권의 책을 읽거나 TED 강의를 듣다 보면, 종종 우리 학교의 현실이 눈에 밟혀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나만 아니라 평소 우리나라 교육(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같은 감정을 느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교육이라는 것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 확신을 담아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도 가장 최소한의 존중이라는 마음을 담아서 가르치는 교육 방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존중이라는 단어가 벌써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많은 아이가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님의 꿈을 대신 꾸고 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아니라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강요한 길을 가야만 하고, 자신의 의지보다 부모님의 의지가 중요한 세상 속에서 저 푸른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한 번도 펴보지도 못한 채 새장 속의 새가 되고 있다. 너무 부정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냐고? 아니, 이게 우리가 사는 한국의 현실이다.


 오늘, 나는 우리 한국의 학교에 어떤 선생님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의 가르침이 필요한지 잘 보여주는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모두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한국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때야 하는지는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카를로스 올리베라스, ⓒKBS1 강연100도씨


 이 이야기의 주인공 선생님은 한국에서 최초로 공립 고등학교 원어민 담임교사를 했던 카를로스 올리베라스 씨이다. 그는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서만 자란 평범한 뉴요커였다. 가족도 평범한 뉴욕의 중산층이었기에 정말 평범하게 자랐었다. 그는 그 평범한 환경 속에서 여러 꿈을 꾸었고, 진로 고민을 하다 다른 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당시 한국어를 하나도 몰랐기에 글자라도 읽을 수 있어야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한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만 공부하여 영어 학원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곳에서 그는 한 학부모님이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셨었는데, 그분의 추천으로 고등학교에 원어민 교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한국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받아 본 영어 교과서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국 영어 교과서는 그 표현이 너무 옛날식이고, 오류 투성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너무 쉬운 내용이었기에 '이런 책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50분 동안 가르쳐야 하나?'는 고민에 빠졌다. 게다가 그가 수업에 들어가 수업을 할 때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반에 많이 있었고, 심지어 어떤 학생은 자신의 영어 수업 시간에 수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 학생에게 "너는 왜 영어 시간에 수학 공부를 하느냐?"고 물어보니 "다른 선생님들은 다 그냥 넘어가는데, 왜 선생님만 그러세요?"라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한국은 교사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기에 그런 일이 가능했었고, 미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업이었다. 그는 미국과 다른 한국의 다른 교육 문화에 적잖게 놀랐다.



 그는 자신의 수업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는데, 그 고민 끝에 '그냥 재미있게 수업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비록 영어 실력을 많이 기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어만 할 수 있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는 단체 활동과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런 그의 교육 방식은 많은 아이가 즐길 수 있었고, 교사 위주로 진행되는 일방통행식 수업이 아니었기에 학생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그렇게 5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바로 담임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한국의 학교에서 담인 선생님과 그 반의 학생들 사이에서 스승의 날을 비롯한 평범한 날에도 이뤄지는 훈훈한 모습을 보며 '나도 담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교장 선생님께 이 말씀을 드렸고, 교장 선생님께서는 방법을 찾던 중 공동 담임제를 만들어 그가 공동 담임으로 담임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가 처음으로 맡게 된 반은 학급 성적이 낮고, 수업분위기도 좋지 않아 주변에서 '그 반은 맞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반이었다. (마치 학교 2013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의 반.)


 그는 그 반의 학생들에게 나름 엄격하게 대했다. 그가 담임 선생님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학급헌법'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 학급헌법에는 우리 반의 규칙과 상벌에 관하여 상세히 쓴 약속이자 규칙이었다. 그가 이 일을 제일 먼저 한 것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하는 것처럼, 학급 운영의 기초를 튼튼히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담임 선생님과 달리 아이들을 야단치기보다는 칭찬을 했다. 어떤 행동을 잘못하여 그 아이를 혼낸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야단을 치는 것은 오히려 더 역효과를 만들기 때문에 그는 아이들에게 야단보다 칭찬을 했다.


 그리고 학급 성적에 따른 선물 공약을 내걸면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어느 과목이라도 한 과목에서 반 1등을 하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두 과목에서 반 1등을 하면 짜장면을 사주는… 그런 식으로 더 잘하면 고기와 피자까지 약속했었다. 처음 그는 아이들에게 솔직히 그렇게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의 기대를 넘어 첫 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며 짜장면을 얻어먹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성적은 차근차근 오르기 시작했고, 제일 마지막 시험에서는 5개 과목에서 1등을 차지도 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정말 좋아졌다.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좋아진 것은 성적이 오른 일보다 더 좋은 일이었다. 그의 반은 꼴찌 반에서 1등 반으로 변신했으며, 그가 그 반을 맡는 내내 단합이 잘 되어 늘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강연100℃


 카를로스 올리베라스 씨가 자신의 반을 이끌었던 방식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수도 있다. 아이에게 물질적인 어떤 것으로 좋지 않은 동기유발을 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방식은 그가 처음에 만들었던 '학급헌법'을 통해 아이와 약속을 했던 것이었고,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러니 우리가 평소 잘 알고 있는 교육 방식과 그 접근 방향이 다른 방식이다. 그의 교육 방식 출발선은 '즐겁게, 그리고 존중하면서'였다. 우리나라 어디에서 그런 출발선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을 찾을 수 있겠는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았던 반의 아이들에게 많은 칭찬을 해줬고, 꾸짖을 때는 "너의 인생이다. 너의 인생이기에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며 가르쳤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의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여 자신의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가장 이상적인 역할이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 지나치게 간섭하여 아이가 스스로 무엇하나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건 살인이나 다름없다. 자신이 무엇하나 스스로 할 수 없게 만드니까.


 나는 오늘 여기서 한 카를로스 올리베라스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이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을 떠올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의견만을 옳다고 말하며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아이들을 옥죄는 교육이 과연 옳은가?'는 질문을 한 번 해보았으면 한다. 분명, 저마다 느끼는 무엇인가가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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