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민, 인생이란 무대에 조연은 없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2. 10. 24. 07:00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임성민의 강연100℃, '인생이란 무대에 조연은 없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의 삶이 주인공이 내가 아닌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내가 대학을 가고, 내가 어떤 과목을 전공하고, 내가 어떤 직업을 목표로 하는 가에는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선택은 부모님의 영향이나 선생님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보수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무엇이든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늘 부모님께서 시키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정말이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반에서 내신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이 상당히 좋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목표하는 곳이 있었으나 선생님께서 반강제적으로 고려대에 원서를 넣으라고 밀어붙여 고려대에 원서를 넣었었다. 뭐,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지만… 이 예만 살펴보더라도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많은 의사결정에 자기 생각을 반영하기보다는 주위 어른의 생각이 더 우선시 될 때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이전에 '당신의 아이는 자치권을 가지고 있나요?' (링크)라는 글을 통해서 아이에게 스스로 무엇을 도전해볼 기회를 주지 않고, 늘 부모님의 생각이 우선시 되는 것에 관한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었다. 물론, 부모님께서 자신의 아이가 잘못되기를 바라서 그런 것을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런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늘 부모님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쉽게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없다.
오늘, 나는 그렇게 부모님의 의지대로 삶을 살다가 뒤늦게 자신의 꿈을 향해 자신의 의지대로 도전하며… 힘들어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한 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KBS1 강연100℃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임성민이다. 그녀는 어릴 적에 TV를 보며 '나도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는데, 보수적인 집안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고, 그녀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임성민 씨는 그때 정말 큰 좌절을 하였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아마 이런 경험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 어쩌면 지금 자신의 사는 인생도 어쩌면 이 같은 인생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정말 해보고 싶고, 한 번쯤 몸담고 싶었던 그런 일을 부모님과 주변 어른의 반대로 하지 못한 채, 부모님께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근 많은 사람이 "요즘 아이들은 제 알아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어른들 때문이다. 애초에 어른들이 아이에게 스스로 무엇을 할 기회는 주지도 않은 채, 오로지 책상 앞에 앉아서 문제집만을 풀도록 가르치지 않았는가? 단지 문제집만 열심히 풀고, 좋은 성적을 거둬 좋은 대학을 가게 되면 인생은 장밋빛이라고 가르친 것은 어른들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 속에서 그것이 너를 위한 길이라고 말하며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해볼 수 없도록 가르친 것이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사람은 바보예요. 또 어릴 때 엄마, 아빠가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을 그냥 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반대해서 내가 지금 이렇게밖에 되지 않았다며 부모님을 미워하는 사람도 바보예요.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했다며 부모님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털어버려야 해요. 낳아주고 지금까지 키워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해야죠. 하지만 스무 살이 넘었다면 성인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부모님 말을 들으면서 살 필요는 없어요.
물론 부모님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이런저런 간섭을 하실 겁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벌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습니까? 엄마, 아빠가 해주는 밥을 먹고 엄마, 아빠 집에서 생활하고 학비나 용돈도 받죠?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를 떠나서 내 생활에 필요한 이런저런 지원을 하는 후원자라고 생각하면 간섭은 조금은 감수해야 해요.
- 방황해도 괜찮아, 법륜
ⓒKBS1 강연100℃
그 당시에 그녀는 'TV에 고상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고민 끝에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많은 실패를 겪으며 마침내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다. 아마 지금도 아나운서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 선망을 받고, 얼마나 되기 어려운 것인지…. 임성민 씨는 그녀가 아나운서가 되었을 때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였다고 한다.
아나운서가 된 임성민 씨는 7년간 정말 한 번도 휴가를 쓰지 않고, 열심히 일하였다고 한다. 소위 잘 나가는 아나운서가 되어 이런저런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남 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성공했음에도 늘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허무함과 아쉬움만 그녀의 가슴을 채웠다고 한다. 그 공허함으로 그녀의 마음은 지쳐가기 시작했고, 결국 몸이 아프기 시작해 6개월 정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휴식을 취하면서 결국 한 가지 큰 결심을 하였다. 자신이 꿈꾸었던 연기자가 되기 위해 프리랜서 선언을 한 것이었다. 지금은 많은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선언하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같은 예가 적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돈을 더 벌려고 프리랜서 선언을 한다'는 등의 비난을 그녀에게 하였고, 아나운서의 이미지 때문에 연기를 하는 배역을 얻는 것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녀는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비록 연기에서 큰 역을 맡지도 못하고, 너무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절대 그것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임성민 씨는 '왜 아나운서를 하면서 행복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연기를 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주인공이고, 아버지가 주인공이고… 내가 끌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연기 같은 경우에는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행복했다.
ⓒKBS1 강연100℃
우리가 스스로 행복해하며 사는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늘 '시키는 대로만 해라'는 말을 들으며 교육을 받는다. 과연 그 교육이 정말 우리를 위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 우리는 정말 어른들이 말하는 짜인 각본대로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구해 우리 스스로 만족하는 삶의 질이 높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도 없겠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삶은 절대 행복할 리가 없다. 행복만이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만족한 삶을 살 수가 없다. 일을 좋아해야 행복을 느낄 수가 있고, 그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만 그 일을 통해 큰 발전을 이룰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발전의 과정에서 물질적인 부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인생이라는 것이다.
임성민 씨는 강연을 끝마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인생이 긴 것 같지만, 길지도 않고…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하지도 않습니다.
젊은 날은 정말 짧습니다.
여러분이 정말 하고 싶고, 끌리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미래이고 운명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지금도 어떤 결정 때문에 망설이고 계시다면, 해보세요. 정말 과감히 해보세요.
자신있게 해보시면, 자신의 미래가 만들어집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시고, 행복한 날을 보내실 수 있으시면 좋겠어요.
저는 연기자로 사는 지금 제일 행복합니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인생이란 무대에 조연은 없다. 내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은 언제나 나다. 남이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 내 삶은 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지금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아이가 스스로 도전하고,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것은 심각히 잘못된 가르침이다. 교육이라 함은… 아이가 인간답게,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