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여성 시청자에겐 불편했던 이수근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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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여성 시청자에겐 불편했을 이수근의 발언 '시키는 사람'


 1박2일이 시즌2로 들고 제법 인기가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시청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박2일은 타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일요일 저녁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1박2일은 우리나라 한국을 소개해주고, 자부심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보여줘 교육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장점은 1박2일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족이 함께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적잖게 있다. 특히 멤버들이 무심코 내던지는 발언에서 아이들이 좋지 않은 것을 배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일요일(08.19)에 방영되었던 1박2일은 '자급자족 캠핑'이라는 주제로 상당히 재미있게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볼 수 있는 주제였다.



ⓒ KBS2 1박2일 캡쳐


 1박2일 제작진은 팀을 '유부남팀'과 '총각팀'으로 나누어 각 팀별로 캠핑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도록 하였는데, 여기서 바로 문제가 발생하였다. 김승우와 차태현, 이수근 이 세 명이 각자 집에 전화하여 상황을 알아보는 장면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 차를 타고 가면서 이수근이 했던 발언에 그 문제가 있었다.


 이수근은 자신의 와이프가 정성껏 준비한 것을 챙기고 아주 풍족하게 준비를 잘 마친 뒤에 출발할 수 있었다. 1차 목적지인 휴게소까지 가는 동안 김승우와 이수근의 대화에서 평소 이수근이 '남녀관계'에 있어서 어떤 고정관념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었던 발언이 있었다. 아마 이수근처럼 평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적잖을 것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어떤 발언이었느냐고? 아래의 대사를 보자.


 김승우: 태웅이네 갔잖아. 아까 그 이야기 하잖아. 버너가 있는데 가스가 없다잖아.

 이수근: 그러니까 총각들이 준비성이 없는 거에요. 집에 우리처럼 와이프들이 없으면, 시킬 사람이 없는 거에요. 결혼해서 좋은 건 또 이런 게 있네요.

 (하하하하하)



ⓒ KBS2 1박2일 캡쳐


 위 발언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도 분명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수근의 발언이 문제인 것은 와이프에게 시킨다고 간접적으로 말한 것이다. 결혼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입장에 놓이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부부간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일을 부탁할 때는, 어디까지나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부탁'을 하는 것이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보수적인 남성들은 결혼하게 되면 남자는 무조건 여자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런 남성들은 자신의 와이프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이수근이 말한 것처럼 '와이프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 내 말 대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남성이 상당히 많다. 비단, 남성만이 아니라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여성들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남녀 성 평등은 여전히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래의 표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의 표는 세계 각국의 성 평등 순위를 매긴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한 107위를 차지해 하위권에 머무른 한국을 보여준다.



WEF가 발표한 '글로벌 젠더'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와 경제, 보건, 교육 등 4개 분야의 남녀 간 성 평등 상태를 지수로 산출해 평가한 결과 한국은 분석 대상인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7위를 기록했다.


특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바탕으로 세계은행(WB)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45개국 가운데서는 한국이 41위로 조사됐다.


부문별로는 건강 부문에서 78위, 정치 권한 부문에서 90위, 교육적 성과 부문에서 97위를 기록한 반면 경제활동 및 기회 부문에서는 117위를 기록, 경제 분야의 성 평등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 : http://www.holistichealth21.net/xe/pds/20600


 이번 1박2일에서 이수근이 무심코 한 발언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이수근은 언제나 방송에서 형식상으로 자신의 와이프를 존중하거나 아끼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일부분에서는 와이프를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몇 군데의 방송에서 노출함으로써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던 적도 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조금 단순한 언행에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습관적인 행동 하나하나에는 평소 그 사람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행동하는지가 반영되어있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와이프를 가리켜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발언하는 사람이라면, 그 잠재의식 속에서는 '남자(남편)는 무조건 여자(와이프)보다 위다.'라는 그런 의식이 밑바탕이 되어있다고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 KBS2 1박2일 캡쳐


 그 같은 이유 때문에, 아마 이번 1박2일 방송을 통해 이수근의 발언에 심기가 불편했던 여성 시청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여자 주제에'라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피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던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나는 그 발언이 상당히 불편했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보는, 그것도 아이와 부모님과 함께 보는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발언을 조금 더 조심하였으면 한다. 와이프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과 동등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다. 남녀차별은 사소한 의식의 차이에서 시작되고, 남녀평등은 잘못 자리 잡고 있는 사소한 의식을 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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