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불청객에 깜짝 놀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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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하다 나타난 불청객에 깜짝 놀라고, 기겁한 사연, 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를 물어보고 싶다. 혹시 자신의 집이나 학교, 직장 근처에 큰 공원 혹은 산이 있는 곳에 위치했던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여름이나 어느 때이든 열어둔 창문을 통해서 여러 가지 곤충들이 들어와서 곤혹을 치렀던 적이 있는가?

 내 집은 뒤가 바로 산이라서 여름에는 각종 곤충이 항상 인사를 하러 집으로 들어오곤 한다. 아주 가끔 새들도 베란다 근처까지 와서 인사를 하곤 한다. 산을 둔 채 그쪽을 향해서 베란다 창문이 있는 집이라면, 그런 경우를 드물지 않게 겪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여름에는 너무나 더워서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 내부의 창문도 다 열어 놓고 있노라면 정말 뜻하지 않게 많은 곤충을 만나곤 한다.

 그때마다 매번 기겁하곤 하는데, 지난번에는 특히나 더 기겁하였던 손님이 있었다. 이 일은 작년 여름에 있었던 일로서, 한 번 블로그를 통해서 이야기하려다가 지금에서야 이야기하게 되었다. 가끔 풀벌레를 비롯한 곤충들이 바람을 통해서 날아들어 오는 건 '너 뭐냐?' 하면서 다시 내보내는데, 그 당시에 찾아왔던 녀석은 참으로 놀라웠었다.

 아래의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녀석'이다.


거미,ⓒ노지

 
 작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큰 거미였다. 지금 사진에 찍힌 녀석의 모습은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느라 상당히 위로 올라간 모습이다. 한번 상상을 해보기를 바란다. 열심히 모니터를 보면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 녀석이 모니터 앞에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눈 앞에 나타난 상황을 말이다. 정말 기겁할 상황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우와와왁!" 하며 순간적으로 비명을 질렀었다. 아니, 솔직히 그 상황에서 "어? 거미네?" 하면서 무덤덤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눈앞에 저 정도의 거미가 '툭' 떨어지면 누구라도 기겁을 할 것이다. 그것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거미,ⓒ노지

 
 이 녀석의 경우에는 집으로 들어온 지 상당히 오래되었던 듯했다. 왜냐하면, 이 녀석은 혼자만이 아니라 약 3마리의 '거미 가족'을 꾸려 베란다 쪽과 나의 방 쪽에 제대로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방을 더럽게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게 거미가 집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영토로 삼고 있었다. 정말이지 뜻하지 않은 불청객의 등장과 그 정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크게 성장한 탓에 차마 죽이기에는 너무도 미안하여, 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 녀석을 고이 다시 뒷산으로 던져주었다. 솔직히 이 녀석은 덩치가 너무 컸다. 어느 정도 아담한 크기였으면, 다른 벌레들 좀 잡아먹도록 방치를 해뒀을 텐데…. 다른 녀석들도 함께 보내주려고 하였지만, 너무 작은 녀석은 그냥 죽여버렸고(헐! 살인자!), 어중간한 녀석만 함께 뒷산으로 던져줬었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왠지 그 순간에 그런 행동을 하고 있자니, 고등학교 때 배웠던 하나의 시가 생각이 났다. 그 시의 일부분만 기억이 나서 인터넷의 검색을 통해서 시를 찾을 수가 있었다. 그 시는 '백석'의 '수라'라는 시이다.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수라' , 백석

 뜻하지 않은 불청객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뜻하지 않게 옛날에 배웠던 한 시를 떠올리게 되었다. 참으로 묘한 경험이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이익을 본 것인지, 아니면 손해를 본 것인지 크게 판가름을 할 수가 없었다. 컴퓨터를 하면서 갑자기 나타난 '그 녀석' 때문에 크게 놀라기도 했었지만, 덕분에 시간 속에서 잊힐뻔한 하나의 시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올해 여름은 과연 어느 불청객이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날까? 올해 여름이야말로 결코 각종 벌레(곤충)들에게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던 나였다. (타도!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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