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을 사러 가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 일상/일상 다반사
- 2012. 3. 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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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을 구매하러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제각각 모습이 다른…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복권을 사러간다. 보통 토요일에 복권을 구매하고, 어쩌다가 한 번씩 밖에 나갈 일이 생기게 되면 평일에 복권을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평일에는 복권을 사러가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복권을 구매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복권을 구매하러 갔다가 많은 사람을 보게 되는 것은 토요일 오후쯤이다.
토요일 오후 4시를 전후로 하러 복권을 사러가게 되면 때에 따라서는 정말 많은 사람을 볼 수가 있다. 특히 '1등 당첨점'이라고 붙은 로또 판매점에서는 일부러 먼 거리에서 차를 타고 찾아와서 복권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뭐, 김해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로또를 사기 위해 온다고 하더라도 지난번 서울에서 보았던 수만큼은 되지 않지만 말이다.
아마 많은 사람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에 로또복권의 당첨자가 몇 주 동안 나오지가 않아서 엄청난 금액이 축적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여러 가지 일이 있어 서울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때 로또 판매점 앞에 줄서 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내 인생 처음으로 복권을 사기 위해서 20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렸었다.
로또복권과 연금복권, ⓒ노지
누군가는 그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면서 "일도 안 하고 날로 먹으려는 놈!" 라며 비난을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무엇이든지 노력을 해서 잘 살려고 해야지. 일확천금(一攫千金: 힘들이지 않고 단번에 많은 재물을 얻음, 단번에 천금을 움켜쥔다는 뜻으로, 힘들이지 아니하고 단번에 많은 재물을 얻다.)으로 편하게 살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며 복권에 기대는 사람들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정말 복권에 미쳐서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복권에 투자하여 자신의 생활, 나아가 자신의 가족이나 주위 사람의 생활까지 망치는 경우라면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결코 비난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복권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고, 슬픈 지금의 인생에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고통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내가 토요일 오후에 복권을 사러가게 되면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복권을 사러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친구와 "이 복권이 만약 된다면~ 아하하하." 하면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복권의 숫자를 정하고 있는 철없는 대학생들. 번호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면서 번호를 선택하고 있는 누가봐도 힘든 하루를 보내어 지쳐있는 모습의 아저씨들. 복권을 산 뒤에 축 쳐진 어깨로 담배를 한 개피 입에 물고 돌아가는 아저씨들. 그냥 무심히 '자동 5천원치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등 여러 사람이 말이다.
제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희망을 복권에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내가 복권을 구매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는 결코 복권에 중독된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전부 너무나도 힘든 일상에 지쳐서 혹시나 모를 희망, 아니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고달픈 생활로 지쳐있는 자신의 심신에 혹시나 '될지도 모른다.'라는 조금의 기쁨의 위안을 주고자 하는….
로또복권과 연금복권, ⓒ노지
복권을 통해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리는 모습이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괘씸하게 보일 수도 있고, 그저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서민들의 어쩔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살기가 어려워서, 이렇게라도 한순간의 '꿈'을, 아니, '즐거움'을, '희망'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토요일 오후는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동안 지친 심신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나….'라며 한숨을 깊게 쉬면서 그들은 복권 판매점에 들러 혹시나 모를 꿈을 꾸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권'이라는 것을 구매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이 살기에 어려움이 없다면, 복권에 꿈을 싣는 사람들도 없지 않겠는가?
복권은 단순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 수단이 아니라,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복권을 사는 사람들을 '노력도 안 하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게으른 놈들'이라고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는 재미로 복권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부지런하게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복권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니까.
오늘도 많은 사람이 퇴근길에 복권 판매점에 들러 잠시 지금을 벗어나는 꿈을 꾸며 복권을 구매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복권 한 장을 지갑 속에 넣고 다시 시작 될 월요일을 기다리며 쓸쓸히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할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모른다.'라는 생각을 복권과 함께 지갑 한 구석에 넣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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