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의 추억, 빼빼로 하나에 정이 있었던 교실
- 시사/학교와 교육
- 2011. 11. 11. 07:02
빼빼로데이의 추억, 빼빼로 하나에 정이 있던 교실
오늘은 2011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이다. 뭐, 몇 개의 과자회사들은 오늘이 밀레니엄 빼빼로데이이다 뭐다해서, 바가지 씌워서 빼빼로를 판매한다고 난리다. 그 이야기는 썩 하고 싶지 않은 짜증나는 이야기이므로 하지 않도록 하자. 오늘은 유일하게 중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이나마 즐거웠던 기억 하나를 꺼집어 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보통 남중에서는 빼빼로데이는 큰 의미가 없다. 그냥 자기들끼리 먹거나 선생님께 예의상 드리거나 혹은 선생님께 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가끔 빼빼로데이로 인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벌어질 때가 많이 있었다. 바로 그 이야기를 나는 하고자 한다. 이것은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현대의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 시작해볼까?
빼빼로데이, 출처: 구글검색
날은 빼빼로데이의 국사 수업시간 때였다. 이 당시에 국사 선생님은 갓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것저것 다 마치고, 처음으로 발령받아서 오신 남 선생님이셨다. (추가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다녔던 김중 출신. 즉, 모교가 첫 발령지) 국사 수업을 평소처럼 하다가 선생님이 앞에서 졸고 있는 학생에 놓여있는 커다란 빼빼로 상자를 들고 그 학생을 쳐서 깨웠었다. 그때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이 되었다.
국사선생님: 야, 이거 무슨 빼빼로가 이리 상자가 크노?
졸고 있던 학생(A): 그냥 커요. 안에 보면 커다란거 두 개 있어요.
국사선생님: 안에 있나? 내 좀 먹자. 아, 남중이라서 여자애들한테 빼빼로도 못 먹고, 여셈들한테도 못 받았다.
(빼빼로 상자를 열어서 확인해보니 없었음)
졸고 있던 학생(A): 아까 애들이랑 다 먹었는데요...
국사선생님: 이녀석. ㅋㅋㅋ. 옆반에 너희반 담임 선생님 수업이지?
너, 졸고 있던 벌로 이 상자 선생님께 '국사 선생님이 전해 드리랬어요.'하면서 갖다 주고와. 빼빼로 한 개 넣어서.
반 아이들: 킥킥킥.
(그렇게 그 학생A는 옆반으로 가서 선생님께 빼빼로를 전달했다. 그러자 옆반에서도 왁자지껄하게 큰 웃음이...)
(잠시 후 다시 반으로 돌아온 학생A는 이상한 모자를 쓰고 다시 상자를 들고 왔다.)
학생(A): 이거 선생님께 다시 드리래요.
국사선생님: (상자를 열어서 확인하면서) 빼빼로 다시 넣어주더나? ㅋㅋㅋ
(그 순간 떨어진 것은 빼빼로 밑부분. 즉 초코렛빼고 초코렛이 없는부분)
반 아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사선생님: 이거 먹으라고 주라고 했다고? ㅋㅋㅋ. 야, 다시 가서 빼빼로 잘 받았다고 전달하고 와.
(다시 옆반으로 학생A가 가자 또 다시 큰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다시 원래 반으로 돌아온 학생A)
학생A: (X드 빼빼로 상자를 주며) 선생님께서 미안하시다고 이거 드리랬어요.
국사선생님: 오오...!! 이거 비싼거 아니냐? ㅋㅋㅋ
(상자를 열자 X드 빼빼로 한 개가 툭 떨어진다.)
반 아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사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 야, 빼빼로 잘먹었다고 하고 이 상자 다시 갖다드리고 와라.
학생(A): 아, 선생님 이제 그만하면 안되요? ㅋㅋㅋㅋㅋㅋㅋ.
국사선생님: 야, 수업하게 빨리 전해주고 와! ㅋㅋㅋㅋㅋㅋㅋ
(학생A가 옆반으로 가자 또 다시 큰 웃음이 터져나온다.)
(다시 빼빼로 한 개를 들고 돌아온 학생A)
학생(A): 이거 새거래요. 선생님이 이제 그만하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국사선생님: ㅋㅋㅋㅋㅋ. 그래. 애들아, 다시 수업하자.
(5분후 띠리링~ 띠리링~ 수업 마치는 종)
이 날의 수업은 세세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뭐, 이런저런 힘든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아직까지 기억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가 23년동안 보낸 빼빼로데이의 기억 중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이 아닐까? (애초에 나에게 빼빼로데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이처럼 교실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일들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제법 무거운 체벌을 가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서로간의 불신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그저 한 명의 사람으로서, 한 사람의 선생님과 제자라는 입장으로서 즐겁게 교실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서로 간에 정이 있었다고 말 할 수가 있겠다.
그러나 요즘의 교실에서는 그러한 것을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요 며칠전에만 하더라도 중학생이 담배를 빼앗았다는 이유로 교감선생님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사건이 뉴스를 통해서 보도가 되었다. 그 이외에도 이전에 내가 동생의 졸업식을 갔다와서 작성했던 '졸업식에서 본 땅에 떨어진 교권'의 포스팅을 보면, 현대의 교육이 얼마나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교도 많겠지만,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오늘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에 그러한 기억을 떠올리니, 현 교육의 상태가 너무나도 씁쓸하기만 하다.
즐겁게 시작하여 즐겁게 마무리를 하려고 했었는데, 또 다시 무겁게 글이 마무리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나는 이런 형식으로 밖에 글을 마무리를 지을 수 밖에 없나보다. (중학교 때 즐거웠던 기억은 이것과 농구를 했을 때의 기억 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나의 이러한 습성(?)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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