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빵이 단순히 장난이라는 아이들
- 시사/학교와 교육
- 2011. 11. 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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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빵이 단순히 장난이라는 아이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생일빵이라고 해서 생일에 당사자를 아이들이 집단구타를 하는 그런 행동이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지금까지 없어지지도 않고, 계속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맞은 학생이 사망에 이르렀던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일빵 문화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생일빵, 출처: 구글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본 생일빵은 특히 심했었다. 한 아이가 생일빵을 맞고 온 몸에 피멍이 들어서 조퇴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었고, 당연히 다음날 부모님이 와서 난리를 쳤었다. '어떻게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냐'고 말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어떤 부모가 자식의 생일날에 자식이 거의 죽다가 살아난 꼴로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 부모가 분노를 하지 않겠는가?
이 당시에 다른 아이들이나 선생님이 말하는 것은 더욱 가관이었다.
한 선생님 왈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죽은 것도 아닌데 너무 심각하신거 아닙니까?'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고 한다. 난 도대체 그 선생님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그 주인공이 누군지는 모르나, 난 그 선생님은 분명히 선생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저 ㅅ끼 미친거 아이가? 생일빵 몇 대 맞은 거 가지고 부모님이랑 경찰까지 불러서 저 G랄이고?'라고 말하면서 생일빵을 맞았던 그 아이를 맹비난했었다. (그 당시에 그 부모님이 경찰에 신고까지 했었다.)
이것은 내가 거짓으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있었던 일이다. 위 사건에 해당되었던 아이들은 전부 사회 봉사활동 징계를 받았고, 생일빵을 맞았던 그 아이는 왠만해서는 아이들이 말조차 걸지 않게 되었다. 아마 그 아이 자신도 심적으로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일빵, 출처: 구글
이러한 생일빵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이전에 썼던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라는 글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과 거의 유사하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생일빵을 단순히 장난으로 인식하지, 폭력으로 결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는 선생님마저 아이를 생일빵이라면서 발로 차거나 밟고, 아이들에게는 '적당히 때려줘라'라고 말하고선 교실을 나간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그러한 생일빵이라는 것을 한 개의 자기들만의 문화라고 인식하고 있다가 생일빵은 맞은 친구가 죽거나 중환자실에 실려갔을 때, 아이들은 '아, 이건 잘못된 거구나'라고 겨우 깨닫는다. 만약 아이가 그러한 것을 경험했다면 차후에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 같은가? 그들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있다. 그 아이들의 대부분은 일탈된 행동을 하면서 이후의 삶을 살아가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생일빵이 장난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아이들은 이후에 졸업빵, 대학생 신입 입학빵, 군대 계급 승진빵, 제대빵 등 여러가지로 이유를 갖다붙이면서 폭력을 행사한다. 아마 그러한 사건들을 심심치 않게 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들리는 이러한 각종 폭력사건의 출발점이 폭력을 단순 장난으로 인식하는 아이들과 부모님, 선생님이다.
도대체 폭력과 장난의 구분선이 무엇인가? 아이가 죽으면 폭력이 되고, 아이가 살아있으면 장난이 되는가?
단순히 '애가 철이 없어서' 혹은 '장난이 조금 심했다' 등의 말도 안되는 생각으로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는 극에 치닫고 있다. '철 드면 없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관하고 있는 이 자세는 정말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늘 명령만 내리고, 그 명령에만 따르도록 아이들을 교육시켰지, 정작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고 있다. 폭력을 단순히 장난으로만 인식하고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아이가 당신의 자식일수도 있고, 그러한 무차별적인 폭력에 희생되는 아이가 당신의 자식일수도 있다. 정말로 아이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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